Art Holic/책 읽기의 황홀

우리속에 숨어있는 여신들2-아테네 여신

패션 큐레이터 2003. 6. 9. 11:52

 

 

S#1-아버지의 딸, 아테나

어제에 이어 계속됩니다.전쟁의 여신이자 지혜와 공예의 여신인 아테나는 몸에는 금빛 갑옷을 걸치고 한 손에는 창을 다른 한 손에는 방패를 든,아름다운 무사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그녀는 전쟁때는 전략을 짜고, 평화시에는 여러가지 기술을 관장합니다.세상사의 이치를 꿰뚤어보는 듯한 커다란 눈을 가진 부엉이가 그녀의 신조이지요. 아테네는 흔히 '아버지의 딸'로 불리는 데 탄생 신화부터가 그럴수 밖에 없음을 말해줍니다. 여신 메티스가 장차 자신의 왕좌를 찬탈할 아들을 낳게 되리라는 것을 안 제우스는 그녀를 통째로 삼켜버립니다. 아테나는 그 직후에 예의 완전 무장한 성인의 모습으로 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아테나는 자신에겐 어머니가 없다고 생각했으며 어떤 경우에도 제우스의 편에 섰습니다. 아버지 제우스를 비웃었다는 이유로 아라크네를 거미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아버지에 대한 존경이 강한 여신이지요. '아버지의 딸'이라는 수식구는 권위와 책임감,권력을 갖춘 강력한 남성에게 끌리는 아테나의 이러한 성향을 집약해 주는 듯 합니다.


S#2-세상은 길들여가는 것

어머니를 집어삼킨 아버지의 머리에서 완전 무장한채 태어난 딸-그녀는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중요하게 여기고 본능과 감성보다는 의지와 이성에 기대는 존재입니다. 그녀는 아르테미스와는 반대로 야생은 길들여 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한마디로 도시적이지요.

 

또한 제우스로부터 상징되는 기존의 가치 체계, 가부장제를 옹호합니다. 진 시노다 볼린은 이런 아테네적인 원형을 가진 여성들은 대개 건강하고 활동적이며 심리적인 갈등을 거의 갖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유행에 민감한 디자인보다는 실용적이고 오래가는, 유행을 타지 않는 옷을 즐겨입는 범생이 타입이래요.

 

또한 아버지의 딸 답게 남성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기존의 가치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행동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일수 밖에 없지요. 이성과 절제 중용적인 지혜가 아테네 여성들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그것은 뒤집어 보면 열정 다정함 풍부한 감성이 결핍되어 있다는 말도 됩니다.

 

볼린은 나아가 이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메두사 효과'라고 말하고 있어요. 이것은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메두사는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모두 뱀으로 된 무시무시한 괴물인데,아테네의 방패 위에는 그녀가 지닌 힘의 상징으로 메두사의 얼굴이 그려져 있습니다.

 

메두사의 얼굴을 본 사람은 공포에 질려 단번에 돌처럼 굳어 버린다고 하지요. 아테네 여성은 이렇게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긴장시킴으로써 그들이 지닌 창의력,생명력을 빼았아가 버립니다.이들은 원체 문제에 대해서 비판하는 태도를 지닌 까닭인데요. 의도적은 아닐지라도 범접 못할 단단함과 권위로 상대방을 얼어붙게 하는 것이지요. 또 아테네 여성들은 자신의 관심을 끄는 문제가 아닌 한 다른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며, 어떠한 종류의 나약함에도 참을 수 없어 한다는 군요.그런데 스스로는 자신의 그런 부정적인 영향력을 의식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녀로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려는 것 뿐이니까요. 이런 유형의 여성은 전략적 사고와 정치적 수완이 요구되는 경영 정치 외교등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이라고 여겨지는 분야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S#3-아버지의 법과 어머니의 법

저는 개인적으로 시노다 볼린의 책을 읽으면서 적어도 이 부분에서 많은 생각을 했답니다. 분명히 보수적인 기질을 가진 여성들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꼭 신화적인 해석을 통해서 설명될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환원될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생겼답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그녀가 살아온 삶의 궤적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삶의 방식을 만들어 왔을 것이고 그녀에게 수없이 영향을 미친 것은 많은 것이 있을 거란 생각때문이지요. 신화적인 해석이, 개인적으로 볼때 사회 문화적인 정체성의 부분에 대해서는 모호한 일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책이 마음에 드는 것은 그러한 여신들의 장단점을 자세히 설명하고 여성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맥락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여신의 장점을 불러오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인것 같아요. 내일은 첫번째 유형의 마지막 헤스티아에 대해서 말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