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인문학 과정을 마치고
김포중봉도서관에서 하는 4회차에 걸친 옷장 속 인문학 과정을 마쳤습니다. 패션의 역사를 가르치면서 요즘처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열심히 하는 적도 없지 싶습니다. 줌으로 연속 이어진 이번 강의에선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를 포함한 고전 고대에서 현대의 최첨단 패션과 관련된 화두들을 하나씩 풀어봤습니다. 요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이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사실 지속가능성이란 의제가 등장한 것은 20년도 더 되었죠. 그때는 친환경 테마와 맞물려서 그저 에콜로지라는 이름으로, 패션의 이상적인 모델을 이야기하는 수준에서 다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어요.
패션기업들은 하나같이 지속가능성, 공정무역, 생산과정의 투명성과 같은 현대적 화두를 경영비전과 전략의 일부로 명확하게 편입시키고, 여기에 맞춰 디자인 전략을 입안하고 있습니다. 이번 강의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다 깊게 하진 못했지만, 비록 토막토막의 상식일지언정, 많은 사례들을 통해 하나씩 살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요즘 Business of Fashion 사이트에서 전문가용 자료들을 쭉 읽어보는데, SNS 세계에서만 입을 수 있는 가상 의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즐겁게 읽었고 이 문제도 한번 나누어 봤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옷을 사지않고, 일종의 라이센스를 구매해서 일정 기간동안 향유만 하는 이러한 태도들이 사회 내에서 조금씩 더 굳어질 것 같습니다.
사실 소유권의 종말The End of Ownership이란 화제는 꽤 오래전부터 이야기가 되어 왔지요. 사람들은 실물을 구매하기 보다 약정기간을 두고 구독하는 구독경제, 자원의 선순환을 위해 언제든 세컨드 핸드 제품을 구매하고, 악성재고로 남은 옷들을 재활용하고, 업사이클하려는 이런 태도들은 점점 패션 브랜드로 하여금 이러한 정신성을 받아들이고 대응하게끔 하고 있습니다. 관련 브랜드들이 이런 목적으로 하위 브랜드를 내거나, 혹은 아예 새롭게 브랜드를 런칭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요즘이지요. 조금씩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보는 것이 즐겁기도 하고, 과거 10년전 친환경 패션을 소재로 전시를 기획하다가 혼이 많이 났던, 그때를 상기해보면 너무나 시대가 변했다는 걸 느낍니다. 그래서 감사하고, 한편으론 어리둥절하고, 또 변화하는 사회 앞에서 나는 어떻게 '서 있어야 하는지' 자문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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