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를 읽는다는 것
프라다 제국을 만든 미우치아 프라다에 대한 특강을 했습니다. 디자이너 이야기를 하는 건 항상 흥미로우면서도 힘든 일입니다. 패션의 창조자로서 디자이너의 역할에 지나친 신화를 만들면, 실제 브랜드의 DNA에 속할 수 있는 디자인의 뿌리를 알기 어려워집니다. 디자이너가 살아온 삶에 대한 공정한 평가, 혹은 영향력들의 뿌리를 명확하게 짚어내지 못할 때, 사실 옷에 투영된 정신이나 특징을 읽어내는 일이 매우 표피적인 일이 되기 때문이지요.
이번 에이트인스티튜트 특강은 워낙 수강하는 분들이 미술사와 인문학에 기본적인 조회가 깊은 분들이었기에, 깊이 있게 한 인물의 영향관계에 대해 다룰 수 있었습니다. 이번 강의 준비하면서 1970년대 이탈리아 문화사와 더불어 정치적 환경, 그런 영향들과 상호작용하며 디자이너 스스로 몸에 익혔던 요소들이 어떻게 옷에 용해되는지를 살펴봤네요. 프라다는 사실 알렉산더 맥퀸이나 샤넬과 같은 디자이너들과는 또 다른 결의 요소를 갖고 있어요. 스스로 행동주의자로 살았고, 패션계에 입문하기 전부터, 68 혁명 세대의 동시대 멤버로서, 사회에 대한 비전을 갈고닦아왔다는 점이겠지요.
디자이너로서가 아니라, 마임MIME을 통해 자신의 표현력을 실험했던 젊은 날의 프라다를 보는 건 즐거웠습니다. 강의 내내 저 스스로도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몸에 새긴다는 마음으로 임했네요. 함께 해주신 분들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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