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산업진흥원에서 도시제조업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복식사를 통해 제조업의 역사를 훓었다. 옷의 역사를 읽되 경제사적 관점에서 소비자 행동과 리테일러의 등장 등과 같은 요소들, 시대의 변화에 따른 메이커스들의 반응에 대해 이야기했다. 패션을 제조업의 관점에서 보면, 정말이지 해줄 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는 도심지 내부에서 제조업 분야를 부활시키는 문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중이다. 공장에 대한 개념변화도 한몫을 했다.
3차원 프린터나 레이저 커터를 비롯한 쾌속조형rapid prototype기술이 혁신을 민주화 하고 있다. 그러고보면, 지난 15년간 전자기술 분야의 제조업에서 일을 했다. 라인을 깔고, 재료를 구매하고, 조립하고, 시장개발을 하는 모든 과정은 중층의 레이어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디지털 기술과 웹 시대의 도래로 공정의 상당 부분이 온라인으로 공유되며, 공유 프로젝트는 타인들에게 또 다른 영감을 주어 공동작업Collaboration의 기회를 준다.
19세기 산업혁명 중반의 파리는 영국식 대량생산체계를 수용하면서도 동시에 장인들을 로컬의 취향과 도심의 부르주아 소비자의 구매력에 맞춰 노동력을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에 맞춰 편제했다. 어찌면 지금 이땅에서 논의되는 도시제조업의 하부조건과 비슷한 무늬다. 중요한 것은 결국 다변화 과정 속의 시장을 읽는 일이고, 시장 속 인간의 욕망을 포착하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서울의 특정 동네와 제조업 분야를 연결시키는 것, 클러스터화 하는 것, 메이드 인 서울을 만들어보려는 서울의 노력은 높이 산다.
단 일대일 매칭에만 열을 올리며 상향식top bottom의 의사결정방식은 질색이다. 상당수의 투자가 부동산과 연결되어 있다. 특정 건물을 짓고, 창의적 개인이나 기업을 공모해서 건물안에 입주시키는 방식이다. 그런데 좀 답답하다. 툭하면 뉴욕이 하니까, 포틀랜드가 했으니 따라하는 현재의 방식엔 항상 베낄 사례를 찾기만 하고, 그 사례가 성립할 수 있었던 내적조건을 잘 보지않는 경우를 수태 봐와서다. 오늘 강의에서 쓴소리를 많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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