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인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의 진화방식을 이해하고 싶을 때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를 읽는다. 37,656개의 해시태그가 걸린 열쇠말, 라곰(#lagom)이란 스웨덴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차세대 주자가 될 만한, 시장에 활력을 불러 일으킬 에너지를 가진 단어다.
2.
한국에도 라곰 관련 책이 나왔다. 참 발빠르다.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은 아시아권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 이미 한국사회에선 북유럽 디자인과 스타일이 회자되었다. 작년에는 핀란드발 '휘게'를 들먹이더니, 올해는 스웨덴이다. 라곰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지나치지 않게, 자족하며' 정도의 의미다. 삶의 태도를 명징하게 드러내는 형용사다. 일부의 스웨덴 분들은 이 단어를 '김빠지고 싱거운' 태도로, 정작 스웨덴 문화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한다. 다만 스웨덴 바깥에서 이 단어는 매우 로맨틱하고 트렌디하게 읽힌다며 의아해한다. 뭐든 문화의 확장에는 이러한 실제 사물이나 정신의 맥락에서 떨어진 환영이랄까? 일종의 글래머(Glamour)가 필요하다. 한 사회의 정신적인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대안처럼 등장하게 되는 건 이런 이유다.
3.
휘게, 킨포크,단샤리, 이제 라곰까지 사회를 들뜨게 했던 말을 되돌아본다. 한 사회를 달군 '말'의 온도를 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 단어들을 통해 우리 사회를 이끄는 라이프스타일의 기반이 될 철학은 이제 탈물질화(De-materialization)란 점은 명확해졌다. 더 소유하지 않는 것, 자족하는 것이다. 삶 속에서 균형과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올해 IKEA를 비롯한 많은 글로벌 소비재 기업이 기업전략의 차원으로 수용한 단어들이다. 이런 철학이 시장에 유입될 때, 재빠르게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니즈라는 이름으로 해석해서 풀어낸다. 더 갖지 않는다는 것은 다양한 차원에 걸쳐있다. 집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고, 렌트하는 세대다. 모든 것을 렌트하며 살아가는 세대에게 필요한 삶의 방식, 정교하게 말하면 일상에서 요구되는 수많은 소품들, 상품들이 있다. 이케아가 왜 이 라곰을 삶을 움직이고 기업을 활성화시키는 전략적 차원으로 풀어냈을지 뻔하다. 가장 많은 신규수요가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4.
인스타그램에서 이 라곰 관련 이미지들을 보면, 휘게니 킨포크와 엇비슷한 이미지들이 뜬다. 동어반복이 지겹지만, 이런 탈물질화 경향이 한 두 해의 유행으로 끝날 것이 아닌 건 분명하다. 문제는 이 트렌드를 물질화해서 소비의 대상으로, 돈을 주고 향락해야 하는 분위기로 만드는 이들이다. 이런 발빠른 상품/서비스 기획자들에게 우리의 삶이 '삼켜짐'을 면하려면, 결국 우리 스스로가 삶을 큐레이팅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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