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시네마 패션

영화 파리로 가는 길-패션과 여행, 두 마리의 토끼를 잡고 싶을 때

패션 큐레이터 2017. 9. 24.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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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영화 <파리로 가는 길>을 봤다. 다이언 레인의 놀라운 옷 맵시에 시종 눈길을 떼지 못했다. 여행을 위한 룩의 교과서 같은 느낌이다. 무심한듯 시크하게Effortless Chic란 표현이 딱 맞는 그녀의 스타일링은 자연스럽고 견고하다. 여행을 통해 일상의 각질을 조금씩 벗는 그녀가 손에 꼭 쥔 라이카, 올리버 피플의 선글래스와 토즈 슈즈,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리넨 팬츠.....'음 좋네' 하면서 봤다. 아내에게 가을 옷을 한 벌 사줄 생각에, 비커 매장의 렉토란 브랜드를 살펴봤는데, 생각보다 맞음새(fit)가 썩 좋질 못해 아쉬움을 더한 오늘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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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에서 만나는 고색창연한 도시가 눈에 익숙하다. 회귀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여행길이다. 파리를 제외한 프랑스 내 도시들을 가본게 언제인지. 미국 저널리스트들 중 파리 생활을 해본 이들이 쓴 파리지앤의 삶과 찬미를 옮겨놓은 것 같다. 일종의 엑소티시즘이랄까? 남자 주인공은 할머니 세대에서나 당연시했던 프랑스의 라이프스타일을 줄창 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신을 보류하고, 영화 속 세계에 맡기고 싶게끔 만드는 것.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의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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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운이 좋았다. 해외마케팅을 할 때, 회사파트너가 프랑스 기업이었고, 이로 인해 파트너의 집이 있는 리옹에 종종 갔었다. 시간을 내어 직물과 패션을 좋아하는 나는 리옹의 텍스타일 박물관에 들렀다. 루이 14세 시대와 신 고전주의 시대의 직물 스와치북을 보며 설명을 척척해내는 걸 보고선, '프랑스 사람도 잘 모르는 걸 안다고' 엄지를 척 올려주던 파트너가 떠오른다. 영화 속에서 직물의 디테일을 찍는 주인공의 모습, 드레스샵을 운영했다는 다이언 레인을 보며, 어찌나 부럽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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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전문 투어를 기획해달라고 대형 여행사 몇 곳이 타진을 해왔다. 개인적으로 Intellectual Tour 라는 최근의 조류를 환영하지만, '발견 중심의 여행'이라는 원 목적과 달리, 전문가의 조언은 여행을 통한 '재발견'을 위한 모티브가 되기 보다, 팬덤에 기반한 이벤트처럼 되기 쉬워서 여행사를 선별 중이다. 뭐 아무리 그래도 다시 가고 싶다......파리는 도망가지 않으니까 Paris can wa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