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K STYLE LAB-패션 디자이너 김수진의 소울팟을 쓰다

패션 큐레이터 2017. 5. 16. 15:30



홍콩에서 한국패션, 한류의 문화적 흐름과 패션의 다양한 면모들을 소개하고 있는 이은정 선생님께서 이번 서울패션위크의 김수진 디자이너 런웨이 글을 보시고선 사이트에 올리고 싶다고 하셔서 보내드렸다. 영문으로 읽으니 그 느낌이 더 명징하다. <옷장 속 인문학>도 곧 홍콩출판시장에 나가게 될 텐데,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 누적되어 한국패션에 대한 사람들의 관점이 조금씩 변화하고, 해빙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한류란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한다. 한 국가의 문화적 감성이 타자들에게 '입음직한' 웨어러블의 개념으로 시도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들과 우리 사이의 공통적 미감에 기반한 마음의 '근거지'들이 있어야 한다. 그저 가수 아이돌 몇명이 인기를 끌었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문화를 파는 문제가 그렇다. 우리는 지금껏 한류란 단어를 각 문화적 영역에서 '자신들이 편리한 방식'으로 그 범위와 깊이를 정해놓고 사용한 적이 많다. 케이 스카일랩처럼, 정말 실험실의 역할을 해나가며 한국패션을 실제 소비로 연결시켜야 하는 랩들이 늘어날 때, 숨겨진 우리패션의 목소리도 더욱 명징하게 전달되지 않을까? 한국의 패션 디자이너들이 외국의 편집샵이나 백화점에 진출한지는 이제 꽤 시간이 흘렀다. 오히려 참신한 신인 디자이너들이 러브콜을 받고 있고, 이들의 작업은, 기존 패션의 패권을 쥐고 있던 지리적 영역의 미감과 다른 특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옷도 어떤 점에서 보면 다른 언어로 번역되어 읽혀지길 기다리는 책과 다를바가 없다. 결국 직물을 언어로 사용하여 한 사회의 문화를 번역해내는 일이 아니던가? 이번 <옷장 속 인문학>이 중국을 비롯한 6개국에 번역이 되면서, 나로서는 가장 기뻤던 것은 개인적 호사나 명예가 아니었다. 



패션, 언론, 방송, 영화, 출판 등 다양한 콘텐츠를 양산해내는 섹터의 사회적 위상이, 적어도 한국적 흔적을 본받으려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으로 해석되어서였다. 그래서 기쁜 것이다. 우리의 옷도 그렇다. 디자이너 한 개인을 숭배하거나, 자꾸 과거의 명예에 갖혀 있는 이들을 끄집어내 마케팅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동시대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코드를 찾고, 그것이 꼭 우리만의, 라는 협소한 수사를 넘어 공통의 지점을 확대해가며 만들어갈 때, 우리는 더욱 문화적으로 우뚝 서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이번 패션 디자이너 김수진씨의 논평을 읽고 있자니, 블로거로서, 패션 저널리스트로서, 큐레이터로서 한국패션의 다양한 면면을 더욱 열심히 소개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그것이 원래 이 블로그를 열었던 목적이기도 하고. 열심히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