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부산시 교육 연수원 특강 후기-패션, 삶을 스타일링하다

패션 큐레이터 2017. 5. 27. 19:13



부산시 교육연수원 특강이 있어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500여명의 교사분들을 대상으로 목요 아카데미 과정을 마치고 왔습니다. <옷장 속 인문학>이란 책이 선생님들에게 적지않게 많이 알려진탓에, 선생님들에게 옷과 관련된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네요. 부산시립미술관이나 부산에 기반을 둔 패션기업들, 일반 소비재기업들을 상대로 강의를 종종 했었는데, 이번엔 교사분들에게 강의를 해서 마음 한켠 책임도 컸습니다. 



해운데 센텀호텔에 숙소도 잡아주셔서 목요일날 오전에 가서 하루종일 부산구경도 하고, 저녁에 강의를 하러 갔습니다. 둘째날엔 광안리 쪽에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지인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었구요. 예전 단국대학교에서 박사과정 학생들을 한 학기 가르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뵈었던 분이었어요. 이날따라 유독 하늘이 파랗고 공기도 청명했지요. 



파삭파삭한 대기도 해변 산책에는 딱이었습니다. 5월 하오의 햇살이 사선으로 쏟아지는 시간, 너무 환하게 빛을 머금었다 토해내는 모래사변을 오랫동안 걸었고, 방갈로에 앉아서 책도 읽고, 주변의 젤라또 집에 가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혼자 하는 여행에 워낙 익숙한 탓에 오랜 만에 주어진 이런 자유시간이 너무 좋더라구요. 게다가 광안리 해변가에 새롭게 열 멋진 카페에 첫 손님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직 열지 않은 상태였고 내부에서 열심히 데코 작업을 하고 계셨는데, 테라스에 앉아서 커피 한잔 하며 바다를 한 없이 물끄러미 보다가 왔네요. 



파도 소리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이번 5월부터 7월까지 강의로 가득한 달입니다. 솔직히 쉴 시간이 아예 없지요. 저 조차 방전상태가 될까 두려울 정도였고요. 새롭게 기획할 전시 테마를 정리하는 문제나, 신규 출간과 번역서적 문제도 바쁘고, 아이육아에도 하루 종일 매달려 있으니 참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입니다. 파도소리는 백색소음입니다. 




놀랍게도 소음(NOISE)의 어원은 배멀미와 같은 어원을 갖고 있죠. 그런데 백색소음은 일상의 소음과 달리 반복되는 소리의 파동이 마음 한켠을 편하게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파도소리를 배경으로, 정신의 독서를 하는 시간엔 주변의 머리아픈 풍경의 울음이 묵음이 되거든요. 파도소리를 소거해준 소음 때문에, 정말 마음 한 켠을 열수가 있답니다. 광안리쪽에서 유명하다는 물회도 먹고 시원하게 힘을 내어 저녁 무렵 강의를 하러 갑니다. 선생님들에게 90분의 예정된 시간을 넘어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왔습니다. 아이들에게 패션과 교육의 명제를 결합시키는 방법이랄까? 좋은 아이디어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패션교육이 그저 한 벌의 옷을 잘 고르는 스타일링 수업이 아니라, 정신을 스타일링하고, 내 삶의 결 위에 나만의 주름을 만들어가는 시간이 되길 바랬습니다. 무엇보다 패션소비와 관련된 윤리적 실천이나 심리적 문제들을 짚어내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함께 해주신 500여분의 선생님들, 정말 많이 웃어주시고 저의 말에 반응 보여주시고 힘이 나서 더 열심히 했었네요.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