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닐모리 동동에서-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

패션 큐레이터 2014. 11. 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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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명사특강 때문에 내려갔다가 다음 매니저가 알려준 곳에 가봤습니다. 닐모리 동동이란 이름의 카페인데요.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이미 많은 분들이 이곳에 대해 글을 썼더군요. 제주도는 아름다운 풍경과 정취, 평화롭고 너그러운 시간에 대한 관념이 일상의 배면을 흐르는 곳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문화복지적 측면에선 풍경의 가치를 따라가고 있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최근 제주도 부동산이 들썩이는 것, 모두 중국자본 때문이지만 난개발을 허용하고, 허용한 대가로 얻은 공적 자본이 제주시의 내적 발전을 위해 제대로 재투자 되는지는 궁금하더군요. 



닐모리 동동은 문화카페입니다. 게임회사 넥슨에서 운영한다는 점과, 수익금 전부를 제주에 기부한다는 점도 인상깊습니다. 정작 저를 인상깊게 만든 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로컬 푸드에 대한 가치를 사람들에게 통어하기 위해, 공수해야 하는 식품과 로컬 푸드에 대해 매기는 금액을 이원화 한 점입니다. 우리가 먹는 식재료가 우리 손에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제반 선도관리 비용이 포함된 것임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선도 관리를 최첨단으로 한다해도, 현지 먹거리보다 신선할 수 없고, 로컬에서 나는 식재료를 소비함으로써, 안정된 수급체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카페 내부의 모습입니다. 꽤 많은 분들이 알고 찾아오시는 곳 같더군요. 인터넷을 보니 주로 주문해 드신 음식들, 빙수와 요리들을 올리셨더라구요. 저는 10시 개점 하자마자 갔습니다. 동동차란 게 있어서 그걸 시켜 천천히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에 빠졌지요. 



용담 해안도로를 따라 바다를 보며 한참을 걷다가 들어왔습니다. 바다는 그 자체로 하늘을 투영하는 거울이면서도, 하늘의 물과 지상의 모든 물을 모은 저장고입니다.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해, 자신의 몸 속으로 흘러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거대하게 포용하며, 지상의 아귀다툼을 비웃듯, 청신한 내면의 색을 지키고 살아가지요. 그 바다를 볼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저는 넥슨이란 기업이 독특하고 참신한 기업문화를 가진 곳이라는 기사를 여러번 읽었습니다. 직원들이 밴드도 만들어서 활동하고 이곳의 최고 경영자 분은 연극에도 출연하시곤 했다더군요. 기업의 이미지 상승이란 가치를 위해 헌신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미지가 올라간다는 것이 꽤나 회계학상으로 볼 때 오랜 시간이 투자되야 하는 점과, 그 효과를 숫자로 정확하게 산출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이러한 활동을 바라보는 각 나라의 회계기준도 다른 겁니다. 



미국에서는 부채의 관점에서, 유럽에선 장기에 걸쳐 거둬들일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자산으로 보는 것이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많은 기업이 로컬에 가서 자리를 잡으면서 로컬경제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그걸 구체적으로, 장기적으로, 좋은 효과까지 내면서 오랜동안 유지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늘모리 동동카페에 다녀와선 넥슨이란 기업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곳의 수익금이 제주 내의 문화다양성 기금으로 간다는 것은 말씀드렸습니다. 문화다양성(Cultural Diversity)란 한 장소에 거주하는 이들 모두, 개인이나 집단의 창조적 사고와 지역발전의 원천이 됩니다. 그만큼 문화란 일종의 장(field)과 같은 것이어서, 생물의 다양성이 환경을 풍성하게 하듯, 문화의 장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다양한 빛깔과 실루엣,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때, 지역의 역사와 환경을 관통하는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지고 깊어지죠.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한 도시의 문화다양성을 위해 일하고, 결과값을 자신의 조직에 선순환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제주의 풍광이 너무 고왔던 탓인지, 집으로 돌아와서도 그곳에서 마신 차 한잔의 여운이 여지껏 몸 속을 돕니다. 이번 제주 특강을 기회로 많은 제주 분들도 만나고 왔습니다만, 앞으론 더 좋은 기회 만들어서 자주 찾아뵈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