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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토크 콘서트-SM7 Nova 신차 발표회 특강 후기

패션 큐레이터 2014. 9. 11. 20:57



지난 추석 직전,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SM 7 Nova 신차 발표회에서

작은 특강과 더불어 박동훈 부사장님과 토크 콘서트를 했습니다. 출발한 날

이렇게 하늘은 배면에 짙게 깔렸고, 어두웠습니다. 폭우가 시시각각 쏟아졌습니다. 

호텔 9층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풍경, 우산을 들고 바다의 포말 위를 톰방톰방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물끄러미 바다 풍경만 쳐바봤던 시간이었던거 같네요.



신차발표회가 있던 해운대 마린 시티, 요트장 옆 베이 101에서

간단하게 메이크업을 하고 리허설을 마친 채, 비가 언제 그치나 기다렸습니다.



이번 행사는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첫날은 프레스데이.

한국의 각 언론 매체의 자동차 전문 기자들이 다 모였습니다. 이 분들을 

상대로 패션과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요. 자동차 산업협회 사보에 자동차와

패션의 콜라보레이션과 그 역사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패션의 영역은 그저 한 벌의

옷을 넘어, 패션과 인테리어, 일반 소비재들의 외양과 그 내면을 설계하는 방식에 

자신의 목소리를 담기 시작했지요. 비가 막 갠 후라 공연장 표면이 물빛을 

머금어 반짝거립니다. 그래도 다행이었어요. 굵은 물방울이 뚝뚝 

세차게 내린 탓에, 준비하는 저도 경황이 없었습니다. 



댄디즘 강의를 한 건 다른게 아닙니다.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박동훈 부사장님을 직접 뵈었고 업 클로즈 앤 퍼스널, 밀착 취재는 

아닐지라도 아주 오랜동안 개인 인터뷰와 대화를 했습니다. 저는 특히나 

전문 경영인들이 어떤 패션코드를 가졌는지, 평소에 갖고 있는 미감이나 생각의

무늬를 캐묻는데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박동훈 부사장님과의 대화시간은 즐거웠고

대화를 통해 자동차 산업에 대해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 스스로 차량용 컴퓨터

로 진화하는 모듈을 설계하고 판매하는 회사에서 해외 영업을 했기 때문에 이 분야

에 대해 아주 무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래의 자동차는 어떤 모습이 될까

항상 생각했고, 자동차와 인간의 대화문화는 실제 과제였으니까요.



하늘색 재킷을 멋지게 입고 오셔서 토크쇼를 하는데 분위기가

환해졌네요. "떨어지는 빗망울 수만큼 차가 팔리면 좋겠다" 하시는데 저도

고개를 끄덕끄덕. 무엇보다 오늘의 행사가 매력적인 점은 인문학적 토크쇼를 함께 

진행하며 차의 스펙을 나열하거나, 꼭 늘씬한 여자들이 차 앞에 서서 사진 포즈 취하는 형태

대신, 우리에게 차란 무엇이고, 차 라는 사물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정서와 생각, 차를 통해 얻게 되는 

진정한 효용에 대한 생각을 나누었다는 점입니다. 언론에서도 독특한 방식의 쇼를 했다고 말씀하

시더군요. 맞습니다. 저는 새로운 시도를 고무적으로 생각합니다. 건축가가 되고 싶어했던 

전문 경영인에게 묻는 차에 대한 생각은 깊고 다채로왔습니다. 그것은 안락함에 대한 

재정의를 비롯해서 실제로 그 감성을 실을 수 있는 기술적인 스펙의 개발로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이는 자동차산업을 비롯 모든 소비재 

산업의 숙제입니다. 그 숙제를 푸는데 도움이 되는 살아있는

인문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심으로.



오늘 토크쇼의 주제가 댄디즘이었습니다. 박동훈 부사장님의 표현을 빌면

이 차를 타는 이들의 댄디적 사고를 하는 계층의 사람들이 되기를 원하신다고 했어요.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그 사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사물입니다. 사물을 소비하는 것은 곧 

정체성의 조각들을 구성하고 조립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생각이 받쳐줘야 하는거죠.

제 책 <댄디 오늘을 살다>가 이렇게 생각의 한 몫을 보살피게 되어 기쁩니다.



콘서트가 끝나고 기자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경쟁사에서 출시될 자동차의 '존재감'이라면서 댄디즘과는 어떻게 다른가

하는 꽤 쉽지 않은 질문을 오랜동안 던져주신 기자분도 기억나고요. 



출시 후 불꽃놀이가 바다와 그 옆 고층의 아파트 벽면 유리에 

투영되는 모습을 눈에 담았습니다.



르노 자동차 사장님의 유창한 한국어 인사도 기억납니다. 

프랑스 명품의 역사랑 패션, 이런 것들을 자동차 소개에 함께 

해줘서 흥미롭게 보셨다고 하시더라구요. 비오는 날, 우중산책도 아닌

우중 강의와 인터뷰는 이렇게 저물어 갑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사물의 소비와 

소비자를 생각하는 건 항상 도전적이고 행복한 일입니다. 그만큼 고되기도 하지요. 

패션과 자동차는 어찌보면 변화의 바로미터입니다. 그만큼 타인보다 다른 지점까지 먼저 

도달해야 하고, 그 본질의 업에서 사람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번 행사가 제겐 굉장히 남달랐던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비오는 날의 런칭쇼. 참 기억에 많이 남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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