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일상의 황홀

만남은 미각을 통해 기억된다-한정식집 한미리에서

패션 큐레이터 2013. 11. 15. 04:36


시간이 어찌나 빨리 흐르는지요. 2013년도 이제 45일 남짓 남았습니다.

흐름이 빨라지는 건, 아마도 시간이란 실체를 경험하고 느끼는 제 자신도 그만큼

빨리 늙어가고 있다는 반증일까요? 요즘은 책을 읽으면서도 줄을 긋고 넘어간 부분을 

다시 보면 내가 이 부분을 읽었나 할 정도로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더라구요. 톨스토이가 예전

그런 말을 했답니다. 자신의 집을 돋보이게 하는 가구는 바로 친구라고요. 왜 이런 말을 

하냐면, 항상 소중한 분과 만날 시간을 만들기가 어려운 요즘, 짧은 만남이지만

기억에 남고, 감사하고, 나누는 시간들이 그저 고맙기 때문입니다. 



외국에 계신 페북 친구분이 오셔서,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교장 선생님 지인과

함께 한정식 집에 들렀습니다. 한미리란 가게인데요. 



정갈하게 담겨나오는 요리들이 하나같이 군침돌게 하는 것들이더라구요.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란 말이 있지요. 박찬일 쉐프의 책 제목이기도 합니다.

아마 다음주 쯤 이 분을 뵐까 생각하고 있어요. 저널리스트로서 음식에 대한 그가 

가진 철학은 참 유난히도 사람의 마음을 흔듭니다. 좋은 재료로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걸 알아보고 맛보고 기록하는 일도 쉽지 않더라구요. 



한정식을 먹을 때면, 항상 저렇게 많이 나오는 음식들을 어떻게 남기지 않고 

다 먹을까 고민도 합니다, 사실 한국음식의 상차림은 그 재료의 남김이 많고 후처리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상 차려오는 그 자리가 후하게 느껴지는 건 

저도 나이가 먹었다는 반증일까요? 회사에서 그저 한끼 때운다는 생각으로 밥을 먹다가 누군가가

정성스레 요리한 다양한 음식의 향과 맛을 기억하는것, 그 과정에서 내가 함께 먹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정리하고, 마음의 주름 속에 다시 접어볼 수 있는 것

그것이 외식이 주는 진정한 즐거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리에 대해서는 지나친 칭찬도 비판도 자제하는 편입니다만

이 집의 한정식은 참 깔끔합니다. 무엇보다 조미료를 쓰지 않고 슴슴한

느낌 그대로, 재료의 품질에 기대어 만드는 요리들이 많아서 일단은 좋은 점수!



매 접시마다 젓가락을 올려놓아, 일행 중 한 사람이 각자 다른 친구들에게

서빙할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튀김 요리만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메뉴를 다른 걸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최근 80/20 법칙으로 유명한 리처드 코치의 시간 <낯선사람효과>란 책을

읽었습니다. 우리의 삶을 좌우하는 이들, 타자들을 가리켜 의미있는 타자란 표현을

씁니다. 이들은 가족을 비롯하여 우리의 지근거리에 있는 이들을 뜻하지요. 그런데 세상이

점차 네트워크화된 세계가 되면서, 강하게 연결되어 있던 과거의 인맥보다, 낯선 사람들이 주는 

작은 연결, 잠재된 연결이 의외로 우리의 삶에서 더 큰 기회를 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식사를 함께 한 분도 사실 그렇게 알게 된 분입니다.

블로그란 약한 고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6년째 아는 분이된거죠.



누군가를 연결하는 일, 혹은 소개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책에서는 슈퍼 커넥터가 되라 어쩌라 하지만, 사실 누군가를 깊게 

알아가면서 기회는 그를 통해 내게 오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에도 절대로 

그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을 해서는 안되죠. 더욱 덕이 되게끔 해야 입소문은 더욱

빠른 속도로 내 삶의 비전에 옷을 입혀줄 테니 말입니다. 어찌되었든 함께 한 분들 덕분에 

이번에는 아랍에서 한국패션에 대한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알 자지라와 CNN을 

통해 윤색된 정보만 얻었던 이 아랍 땅에 한국 패션의 매력을 소개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기회일 것입니다.



2년만에 만나 오랜만에 수다를 떱니다. 제겐 다들 멘토가 되실만한 

어른들이지만, 저의 초창기 시절부터 저의 성장과정을 봐온 분들이기에 저는

사실 이 분들만큼 저에게 사랑을 쏟아주신 분들이 없지요. 낯선 사람효과란 저는 오히려

낯섬이 만드는 날카로운 인식의 순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게 아닐까요? 생각은 낯선과 조우할때

생기는 것이고, 그 낯섬이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의 진정한 네트워크가 될 때, 생각의 몫과

함께 했던 추억의 몫이 더해져서 강력한 내 삶의 우군이 된다는 것입니다. 



떡으로 입가심하고요......



인터 컨티넨탈 호텔로 고고씽!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끝이 없고요

좋은 친구의 한 마디 따스한 말은 내 얼굴에서 겨울을 쫒아내는 햇살과 같다고

하지요. 그리운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려야 할 때가 점차 가까와오는 것 같습니다. 최근 

강의횟수가 너무 늘어서 정신이 없습니다. 이럴수록 약한 고리로 맺어있는 숨어있는 진주 같은

분들에게 작지만 진심어린 마음의 편지라도 써야 할 텐데요. 실행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