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일상의 황홀

연어는 이렇게 훈제된다-식재료 준비에도 장인정신이 필요하다

패션 큐레이터 2013. 7. 24. 06:00

 


저는 요즘 식재료에 대해 관심이 늘었습니다. 원래 요리도 좋아하지만

사실 요리란 것도, 완제품도 좋지만 그걸 만드는 과정에서 만나는 감정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인간이 화식이란 걸 하게 되면서 인류학적인 창발과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는 점은 최근의 연구들이 지적해주고 있으니까요. 요리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찌보면 

한 벌의 옷을 만드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좋은 옷도 결국은 소재의 싸움이지요. 좋은

소재, 트리밍, 원단, 좋은 봉제사, 단추, 레이스를 비롯한 부분품들의 결합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번 포스팅에서 다룰 연어훈제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인 한센 

& 뤼데르센(Hansen & Lydersen)은 제게 많은 생각의 거리를 줍니다.



원래 사운드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던 한센은 노르웨이에서 연어 훈제를 하던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이 일을 맡습니다. 가보처럼 내려오는 연어 훈제 레시피를 오랜 

세월 속에서 습득하고 적용한 것이죠. 덴마크 페로 섬에서 난 신선한 연어를 공수하여 깨끗하게 

물에 씻고 도톰하게 살을 발려냅니다. 이 연어는 덴마크의 작은 가족회사가 운영하는 곳으로 인공적인 

영향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천연조건에 맞추어서 생육한 것이라고 하지요. 최근 들어 로컬푸드의 

중요성이 새롭게 대두되는 시점이라 그런지 이런 설명이 눈에 쏙쏙 들어오더라구요. 

 


연어는 12시간 동안 프랑스산 게랑드 꽃소금을 이용, 염장을 합니다. 이 게랑드

꽃소금은 알면 알수록 놀랍습니다. 한국에서 꽃소금은 천일염을 물에 녹여 재결정시킨 걸

의미하는데요. 프랑스의 꽃소금, 즉 Fleur de sal은 개념이 우리와 전혀 다릅니다. 소금의 입자결정이

염전바닥에 가라앉기 전에 염전업자들이 맨 윗부분의 하얀 소금을 손으로 모은 것이죠. 이 소금에 연어를 염장

이후 물에 다시 씻어낸 후에 훈연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독일산 너도 밤나무와 노르웨이상 향나무

인데요. 이로 인해 훈제의 전 과정에서 충분히 나무의 향이 생선의 곳곳에 배어든다고 합니다. 

너무 밤나무의 짙은 향은 북유럽의 묵직한 바다빛깔을 토합니다. 재료에 하나씩 

입히는 것이죠. 마치 한벌의 천으로 인간의 몸을 감싸는 옷을 만들듯요. 

한센 & 뤼데르센의 훈제과정은 오트 쿠튀르같다는 느낌입니다.



식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은 숭고합니다. 한국요리도 사실 들어가는 

재료들을 준비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꽤 걸립니다. 요리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요리란 것도 어떤 일면에서 보면 일종의 Configuration, 기호들의 배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호는 단지 텍스트를 해독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무미한 기호가 아닙니다. 

기다림의 시간을 오롯하게 버텨내는 바른 손과 코와, 바람에 떨리는 연어의 움직임까지 포착할 수 

있는 눈의 결합품이지요. 이 훈제 연어 한번 먹고 싶습니다. 한국까지 배송이 된다는데. 

플라스틱 팩 포장 대신 이탈리아 장인이 만든 기름종이 한 장이면 된다고 하네요.


 

중세시대부터 인간은 제조와 관련하여, 관련 업종들은 특유의 문장을 만들어냈습니다.

그것이 그들의 이름이 되고 역사가 되었죠. 핸드 메이드를 강조하는 사회는 그만큼 손의 기운을 

상실한 사회일 것입니다. 되물어보면 우리사회가 친환경과 로컬 푸드를 강조하는 건, 지금 우리의 식거리

가 위기상황임을 말해주는 것이죠. 어디에서 부터 다시 돌아가야 할까요. 다시 되짚어야 할까요. 

연어 한 마리를 훈제하는데 들어가는 그들의 열정과 노력의 시간을 되살펴봅니다. 



다들 연어 한 접시 하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