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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풍산 임직원 특강 후기-클래식이 되는 법

패션 큐레이터 2013. 2. 20. 18:12

 

 

 

오늘 아침 (주)풍산의 임직원 여러분들을 상대로 인문학 교양강의를 했습니다. 소재와 방위산업에 이르는 폭넓은 사업 영역을 가지고 있는 회사와, 패션이란 소재는 언뜻 연결이 되지 않는 듯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수업에 참여하는 분들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열의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패션의 인문학을 비롯하여 기업조직의 변화관리, 마케팅 전략, 리더십, 패션을 이용한 스토리텔링, 다양한 사례연구에 이르기까지, 기업을 상대로 한 강의의 내용은 해를 거듭할수록 저도 폭넓어져 좋습니다. 물론 기업의 다양한 측면들, 문제점들을 패션이란 렌즈로 풀어낼 수 있을 만큼의 경영학을 공부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죠. 


컨설턴트로 일을 한 경험을 소중하게 써먹고 있는 셈입니다. 지식 중심의 인문학에 빠지지 않고 실무에 있는 분들과 인문학과 실천과학을 결합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해온 결과입니다. 패션의 역사를 통해, 미적 개념의 역사와 인간이 자신을 장식해온 심리와 사회의 정서, 관계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요즘 강의가 너무 늘었습니다. 이번달만 해도 8개의 강의가 있었는데요. 조금 줄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도 하면서도, 기업의 실무진들과 현업의 첨단에 나서는 일이 저로서는 아주 즐겁습니다. 가장 도전을 많이 받게 되거든요.


패션만큼 상호학제적 접근이 용이한 영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이 나라의 학계는 말만 무성하고, 실전에서 이를 결합하고 아교를 붙일 담론을 만들어 나가려고 하질 않습니다. 이렇게 하려고 해도 사실 쉽지 않은 것이 철저하게 현장에 대해 알아야 하고 제약요소들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 때 비로고 가능한 것이 융합이고 복합이지요. 요즘 이곳 저곳에서 다들 융복합 이야기를 하는데 항상 핵심이 없이 윤곽선만 힘들게 그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업에서의 일, 현장에서의 비평, 진정한 담론 생산활동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언어의 껍질을 벗고 더욱 건강한 생각의 틀을 만들어 낼 수 있겠죠. 오늘 남자직원들이 180명 넘는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재미있었고요. 다른 때는 사실 여자분들이 강의를 거의 채우셨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