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일상의 황홀

리차드 클레이더만 공연 후기-봄은 언제 올까요

패션 큐레이터 2013. 4. 13. 23:56

 


음악회를 가는 날은 설렌다. 사람들이 흔히 불금이라 말하는 이 날, 꽤 장수하는 뮤지션, 리차드 클레이더만의 내한공연을 보러 갔다. 올해는 유독 클래식 음악 연주에 자주 다녔다. 음악은 편식하는 게 아니라고 믿고 있어서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만나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은 내가 비보이를 했다는 걸 말하면 놀라곤 한다. 음악을 비롯하여 다양한 문화예술의 영역에서 위계를 만들고 이를 통해 누군가의 취향을 구분하려드는 짓은 어리석은 것이다. 알면 보이고, 보이면 더욱 사랑하게 되는게 생의 이치다. 


이번 공연은 페북친구인 분이 표를 예약해주었다. 뉴욕에서 패션을 공부하는 학생인데, 고마움을 표하겠다며 예약을 해 둔 것. 문제는 VIP 좌석이라 15만원인데 이걸 두 장을 해줬으니, 다음에 한국에서라도 보게 되면 맛난 브런치라도 사야겠다. 앙코르까지 치면 30곡을 넘게 연주했다. 그의 에너지도, 악보를 받기 위해 앞자리로 달려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즐거웠다. 나는 인형을 받고 싶었는데 클레이더만 아저씨, 이 인형은 끝내 관중들에게 던져주지 않았다. 레오나드 번스타인의 마리아와 투나잇은 언제 들어도 좋다. 쉰들러 리스트, 리파드 멜로디는 예전 자주 쳤는데 다시 들으니 피아노 앞에 서고 싶었고. 


사실 이 날은 대구에 가는 날이다. 격주마다 대구에서 패션인문학 강의를 한다. 밤새서 자료 준비해 가고 그 덕에 얼굴이 퉁퉁 부어 나와서 쬐끔 속상. 기업강의만 고집한다는 야단을 맞지 않기 위해, 작년부터 지방의 대학들에도 특강을 갔고, 며칠 전에는 강서구의 영일고등학교에 가서 전문직업인 특강도 해줬다. 덕분에 오늘 페북에는 고등학교 친구까지 생겼다. 각 세대는 그 세대별로 과업과 숙제, 즐거움의 코드, 행복을 수용하는 방식이 다르다. 내 기준에서 보면 이질적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이들을 만나면서 항상 배우고 반성하고,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 마냥 '당연한 것'이라는 신념을 부수며 산다. 그나저나 어찌이리 서울은 봄이 안오는지. 집 옆의 워커힐에는 여전히 벚꽃이 안피었다. 달콤한 피아노 선율처럼 마구마구 피어나길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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