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일상의 황홀

빵장수 야곱을 만나는 시간-행복의 도우를 빚다

패션 큐레이터 2013. 4. 6. 15:40


비오는 토요일 오후입니다. 목요일과 금요일은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국립무용단에서 하는 두 개의 공연 연습과정을 살펴보고 

비평을 해야 했고, 여의도에 가서 패션 다큐 관련 모임을 가졌습니다. 멋진 시간들이죠.



이번에 그래픽지의 에디터로 가게된 제자와 함께 간 예쁜 빵집입니다.

아침 11시만 되도 빵이 다 떨어질 정도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집이지만, 정작 주인

아저씨는 그저 좋은 빵맛을 유지하고 굽는데만 혼신을 다합니다. 노방에 나와있는 본점과 달리

잘 보이지 않는 가정집 같은 2호점에 간 시간으 11시 30분. 자전거를 타고 온 제자 녀석은

90년대 식 빨간색 질 샌더 코트를 입고 왔습니다. 미술과 그래픽, 사진, 조경 등

다양한 주제를 좋아하는 아이를 만난 덕에, 항상 대화의 주제가 풍성하죠.



여기가 노방에 나와있는 본점 오월의 종이고요. 제가 간 곳은 2호점을 빙자한

주인장의 놀이터입니다. 스스로 빵 연구하고 만드는 곳이죠.



이 집의 빵맛은 소박하면서도 정겹습니다. 외양이 화려한 빵이 아닌

속이 꽉찬 빵만 굽는 듯합니다. 가게의 상호나 위치는 쓰지 않겠습니다. 주인장께서 

정말 이 공간만큼은 빵에 대한 연습실처럼 남기를 바라시더라구요. 



빵 맛을 좌우하는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직접 도우를 빚는 모습도

보고, 갓 구워낸 따끈한 빵을 테이크아웃 해온 커피와 마시니 참 좋습니다. 

볕 좋은 목요일/금요일은 온데 간데 없이, 갑자기 무거운 구름과 흐린 기운이 편만한

토요일 사이엔 연속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날일수록 고소한 

빵 냄새가 나는 이 곳이 더욱 그리워질 듯 합니다. 



지난 주 일요일 지인 분과 이태원에 있는 베이커스 테이블이란 

빵집을 갔습니다. 샌드위치와 브로컬리 수프를 먹었습니다. 독일인이 파티쉐로 

있는 곳이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정말 외국분들이 줄을 서서 빵을 사가시더라구요. 이곳의 

주인장은 빵을 독학으로 배운 분이라고 했습니다. 빵의 인기를 고려할 땐, 뭔가 외국의 근사한 학교

라도 다녀왔을 듯 하지만, 문화예술 전반에 대해 관심도 깊으시고, 후원도 하시고 하더군요. 



도우 빚는 모습을 찍어봅니다. 



빵을 먹을 때마다, 표면은 견고한 데, 그 속은 촉촉한 느낌을 

경험할 때 좋더라구요. 인간의 모습도 그래야 할 듯 한데, 우리는 표면은

매끈한데, 속은 텅 비거나 바짝 말라버린 경우가 많으니까요. 저 부터도 이러한 

표현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중세 이래로 도시의 탄생, 그 속에서 패션의 탄생을

공부하고 살아가고 있지만, 도시는 탄생 때부터 익명성이란 속성을 안고 있는 탓에

자기표현이 일종의 인간의 영혼과 신체를 감싸는 갑옷이 되었다고 하지요. 

패션의 탄생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빵을 먹으며 별 생각을 합니다.



같이 간 친구와 이걸 다 먹었습니다. 조금씩 뜯어먹다 보면 

어느 새인가 다 먹고 말죠. 비오는 주말입니다. 내일도 계속 흐린다네요.

그래도 다음 주는 다양한 공연들을 보고 리뷰를 써야 합니다. 두 편의 무용과 콘서트

근사한 파티까지 겹쳐있네요. 주말엔 빵이나 든든히 먹고 쉬어야 겠습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