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H와의 인터뷰, 시몬느에서
스타일 H는 내가 즐겨보는 패션 매거진이다. 친한 후배가 예전 부편집장이었던 관계로, 나올 때마다 논평도 해주곤 했었는데 우연찮게 <청담동 앨리스>의 후광을 입어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했던 기자는 신인 디자이너 8인에 대한 논평도 부탁을 해서 이번 호에 단상까지 실어주었다. 시몬느 핸드백 박물관, 백스테이지의 지하에 있는 가죽 소재실에서 촬영을 했다. 나는 내가 소속되어 있는 곳이나 혹은 운영하는 회사가 아님에도 이 핸드백 박물관을 정말 사랑한다.
380여 개의 역사적 핸드백을 정갈하게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시몬느의 박은관 회장님의 염결한 사고와 고집이 없었다면 한국사회는 이러한 패션 박물관을 갖는데 꽤나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할 뻔 했다. 그래서 감사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 백스테이지를 위해 자원봉사자가 되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이 곳을 이야기 하니 일종의 전도사가 된 셈이다. 진심으로.
방송출연 이후로 청담동 스타일에 대한 문의를 해온다.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내가 사는 곳은 워커힐이지 청담동이 아니란 사실. 청담동은 우리시대의 새로운 누보 리쉐가 정당화의 역사를 마치고, 새롭게 편성된 자신의 계층성에 맞는 미적 감수성을 드러내려는 코드로 가득한 동네다. 청담동은 그런 의미에서 계급갈등이나 사회비판으로 부터 자유롭지 않지만 분명 우리사회의 일원으로 존재하며 그들의 상징소비는 우리시대의 명품과 신체장식을 둘러싼 심미성의 최고급 기준이 되었다.
이런 청담동을 다소 비딱한 시선으로 그려낸 드라마 한편으로 우리는 청담동이란 지역에 대한 사유를 할 수 있었다. 높은 시청율은 차치하더라도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가 가지는 의의는 높다. 드라마는 종영되었지만 앞으로도 패션을 진지하게 사유하는 프로그램들이 편성되길 바란다. 패션담론이 없는 사회에서 사실 정치적인 문제로까지 해석되는 스타일의 문제를 읽기가 쉽지 않다. 세상의 모든 스타일은 개인과 그 개인을 모방하는 사회 전반의 감성을 담는 기제이므로, 각자가 스타일을 갖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를 옮매고 있는 럭셔리, 명품 소비에 대한 점진적인 변화와 반성이 필요할 것이다. 패션을 소재로 한 다큐를 만들게 될 지도 모르겠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들이 있으니 나 또한 도와야 할 것이다.
이번 달 8일에는 채널A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스타일링 프로그램 첫 회에 스타일 대담을 펼친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기대하며. 우리 모두 생각의 옷을 오롯하게 입는 사회로 한 발자욱씩 발걸음을 떼길 소망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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