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큐레이터의 서재

이집트 패션의 매력-카이로에 홀리다

패션 큐레이터 2012. 6. 1. 16:28

 

이집트 패션의 향기


최근 연극 <서정가>의 예술감독을 마친 후 성공리에 연장공연에 들어갔다. 이 연극에는 붉은 색의 우치카케(일본의 전통 혼례복)에서 영감을 얻은 무대가 등장한다. 그만큼 옷에 대한 생각이 연극의 배면 아래로 견고하게 흘러가는 작품이다. 글로벌과 로컬의 만남은 패션에도 무리가 아니어서, 바로 이 땅에서 일본의 기모노를 변주할 수 있듯,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이국 땅에서 외국 디자이너들은 한복을 변주한다. 그들의 문화적 맥락에 맞추어 다른 세계의 이미지와 형태를 받아들이고 이를 뒤섞는다.아마존에서 구매한 두 권의 이집트 현대패션 책은 내게 이런 관점들이 유효하며, 여전히 패션이 간과해온 영역임을 알려주었다. 


복식사에서 첫장을 할여하는 이집트 패션에서 옷과 메이크업은 이후 모든 패션에 토대가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 영향력이 크다. 카이로는 북 아프리카와 중동, 유럽과 접면해 있는 도시다. 그래서인지 과거에서 지금까지 다문화의 도가니로 성장해왔고 이는 패션에 고스란히 자국을 남기고 있다.


Cairo Fashion Design 은 과거의 현재의 이미지들을 병렬하며 차분하게 시대를 넘나드는 카이로의 매력을 그대로 토해낸다. 중동패션의 메카로서 최근에는 초현대적인 패션쇼들을 지속적으로 개최하며 지역적인 특성이 가미된 패션을 공부하기엔 아주 좋은 텍스트다. 


1990년대 초반부터 패션 학교를 개설해왔던 카이로에는 엘완대학교(Helwan University) 내에 패션디자인과가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인 돛을 달았다. 어패럴 디자인과 패션 경영관리 기술과는 독일의 디자이너인 수잔 캠퍼의 도움을 받아 완성될 수 있었다. 이집트의 산자부의 후원아래 이탈리아의 패션 학교들과 교류를 확장하며 패션에 대한 중동인의 인식들을 넓히는데 노력중이다. 


특히 카이로 지역의 패션스쿨 학생들은 지역의 문화적 기반에서 우러나오는 다양한 전통적인 텍스타일과 위빙 기술, 자수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변화시키는 훈련을 받는다. 디자인 스쿨들은 특히 배두윈족 여성들에게 현대적 관점의 패션 디자인을 가르침으로써 그들의 전통적 패션 컬렉션에서 영감을 뽑아 새로운 기준의 작품들을 만들 수 있도록 고무하고 격려해왔다. 


모하메드 다거, 하니 엘 비하이리, 다거는 뮤지션으로 시작했지만 파리에서 패션을 공부하며 디자이너로 변신했다. 엘 비하이리는 웨딩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외국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공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선례들을 배우고 이를 나의 관점에서, 나의 언어로 풀어내는 일이 디자이너로서의 영감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들의 문화를 주체적으로 소화해내고, 그 속에서 보편적인 일면을 찾아낼 수 있는 혜안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