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영, 주의 성령이 임하다
안녕하세요 주성영 의원님. 의원님 근황이 궁금하던 차, 인터넷에 소식이 들리더군요. 2009년 여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한 여성단체의 진정을 접수한 검찰에서 소환명령을 내렸더군요. 호텔에서 유흥업소 여성과 성매매를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될 때 경찰에게 동남아 여행티켓을 보이며 여자친구라고 소개를 하셨다지요? 지난 백분토론에 나와 '뜨거운 대구 밤문화'의 주인공이 되셨을때부터 저는 의원님을 지켜봤습니다. 그 열정이 대단하시더군요. 그런데 의원님이 극진히 사랑하는 지역구 홈그라운드를 배제하고 어웨이에서 열정을 태우신건 잘못하신 겁니다. 며칠 전 예배 전 불렀던 찬양이 떠올랐습니다. "우리 주의 성영(령)이 내게 임하여 손뼉치며 찬양합니다" 주(酒)의 성(性)령(靈)이 임한 탓일까요?
장수원_산란된욕구II_합성수지_180×350×55cm_2010_부분
변태들을 위한 미술 클리닉
저는 어떻게하면 인간의 그릇된 성적 욕망을 건강한 채널로 풀어낼 수 있을까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책을 쓰면서 이 부분을 미술치료 관점에서 풀고 있거든요. 오늘 의원님께 소개할 그림을 장수원이란 작가가 만든 <산란된 욕구 Spawned Desire>연작입니다. 인간의 생존본능과 종족유지본능을 표상하는 정자들의 거품을 한번 보세요. 인간의 욕구가 산란된 풍경은 사뭇 소롯함까지 느끼게 합니다. 이 작품을 보면서 다카야마 하데키 감독의「초신전설 우로츠키 동자」(1987) 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일명 촉수괴물이라 불리는 일본 야애니(헨타이 망가)의 원조지요. 촉수괴물은 몸에서 출연하는 다양한 촉수로 여자들을 포획, 강간하는 마귀입니다. 촉수는 결국 남성의 성기를 뜻하죠. 문제는 여기서 이 촉수괴물이 지향하는 성적 행태들이 하나같이 변태적 섹스라는 점에 있습니다.
저는 궁금합니다. 왜 남성들은 이러한 성적 환타지와 실제의 경계 속에서 자주 무너지는 것일까요? 변종 형태의 다양한 방 문화가 작품 속 산란된 거품처럼 뭉개 피어나고 있다지요. 인형방에서 코스프레방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국회의원이시라면 변질된 성적 욕구와, 섹스산업의 얼개들을 이해하고, 뿌리뽑지는 못할 망정 가능한 법적 대안을 내놓으셔야 하는게 아닌가요? 장수원의 부조 작품도 자세히 그 부분들을 살펴보면 凹와 凸로 구성된 부조(浮彫) 입니다. 우리 안의 섹슈얼리티를 건강하게 밖으로 드러내어, 햇살아래 말리고 싶은 작가의 의지가 엿보이죠. 우리사회는 건강한 섹스를, 풍성한 섹슈얼리티의 효모를 뿌리기가 진정 어려운 사회입니다. 그러다 보니 헨타이(변태)가 나오죠. 이들의 음지욕구는 참 강렬합니다. 갖힌 공간, 갖힌 사유, 그 속에서의 성적 판타지. 우리가 싸워야 할 적입니다.
그만큼 입으로는 열린 사회를 지향한다 하지만, 배출구가 닫힌 사회입니다. 의원님이 혐의를 받고 계신 성매매는 남성만의 문제도 아니지요. 각종 호스트바와 클럽에서 여성주체를 상대로 호객합니다. 모 여성단체장이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높아졌음을 방증'한다고 하셨지만 저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여자건 남자건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권력이 있다고 다 변태적 성에 탐닉하는 건 아니니까요. 성매매를 하는 자들은 여성/남성 공히 성매수자/녀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채널링입니다. 우리 안의 응축된 욕망을 승화시킬 수 있는 매개가 없는 나라라는 증거일 뿐입니다. 학교에서의 성교육은 여전히 순결교육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성을 성(聖)스럽게 표현하는 언어와 방법을 배우지 못하는 나라입니다. 물론 의원님도 그런 교육의 피해자이고 그 세대이시죠.
장수원_산란된욕구I_합성수지_198×80×80cm_2010
기모찌 기모찌의 사회를 넘어, 성(聖)스러운 사회로
성매매 혐의건 소환이후, 당에 부담을 주기 싫다며 새누리당 탈당과 함께 불출마를 선언하셨습니다. 불출마 하신 김에 지역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역구 내 불법성매매 실태를 조사하는 건 어떨까요? 뜨거운 대구 밤문화가 남성의 자존심이라는 답을 내놓을 정도로 바닥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성은 은폐할수록,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건강한 성의 의미는 뒤틀리기 마련입니다. 서로가 밀어를 나누고, 몸을 애무하고, 따스하게 서로의 체온을 느끼는 섹스대신, 지나칠 정도로 발기시간에 목숨을 거는 '아픈섹스'가 도처에 펼쳐집니다. 우리가 배우지 못해서였습니다.
우리가 성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더라면, 장수원의 작품 속 부조가 바다를 유영하는 자유로운 생물체로도 보일텐데, 우리의 시각은 그렇지 못하죠. 음험하게 보도록 교정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뜨거운 밤문화의 주인공이었던 주성영의원이 안쓰러웠던 겁니다. 마냥 미워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특정 세대가 가진 '성에 대한 보편적 태도'로 읽혀질까 두렵기도 했거든요. 주성영 의원님 검찰 소환 잘 받으시고 양심적으로 답변하시고, 이번 계기로 '과도한 가부장의 껍질'을 벗으세요. 무엇보다 이번일로 가장 상처를 받은 사람은 주 의원님의 사모님입니다. 사모님께 진심으로 사과하세요. 경찰관 앞에서 여자친구로 소개하셨다니 참 간도 크십니다. 불출마로 4년간 안보게 된건 다행이지만 그래도 기도하겠습니다. 정말 의원님게 우리 주의 거룩한 성령이 임하기를요.
|
https://twitter.com/fashioncurator 트위터에서 만나요
'Art & Healing > 내 영혼의 갤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물의 맛은 왜 짤까요-그림 속 눈물을 읽는 시간 (0) | 2012.12.30 |
---|---|
리움 미술관의 아니쉬 카푸어 전 리뷰-상처를 치유하는 생성의 힘 (0) | 2012.11.18 |
멜랑콜리한 전여옥 의원을 위한 미술치료-차도가 없는 너에게 (0) | 2012.02.24 |
박원순 시장을 위한 그림-용서란 이런 것이다 (0) | 2012.02.23 |
강용석 의원을 위한 미술치료-많이 아픈 너에게 (0) | 2012.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