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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도 참 씁쓸합니다. 어찌된게 이 나라의 의상학 교육은 하나같이 각론들이 제대로 쓰여진 것이 없는지. 마케팅 분과를 하려면 무엇보다 소비자 행동과 사회심리학에 대한 이해가 필수인데요. 이 분과의 새로운 연구결과들을 제대로 묶어낸 책이 없습니다. 설령 논문은 있다해도 통찰력없는 결과가 대부분이죠.
이런 글들이니 단행본으로 묶이기는 어렵겠지요. 두번째로 번역하는 책은 아키 쇼클라가 쓴 Footwear Design 입니다. 흔히 서점에서 패션에 관한 책이라고 하면 하나같이 연예인 옷 따라잡기, 스타일링 책이 대부분이다 보니, 실제 디자이너들이 실무에서 참고할 책이 없습니다. 구두 디자인을 하고 싶어도 참고할 책이 없고, 성수동 현장에서 고생하며 하나씩 배워야 합니다. 물론 현장에서 배우는 것과 플러스, 이론들이 결합되어 연구방법이 몸에 벤다면 더 멋진 디자인 결과를 내놓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번역이 중요합니다.
최근들어 구두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청년들이 늘었습니다. 성수동 장인들의 워크샵을 다니고, 구두를 만드는 법을 한땀한땀 배웁니다. 실기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구두의 역사, 신발이란 패션의 소품을 함께해온 인간의 역사가 누적되며 만들어낸 우리들의 정신적 풍경입니다. 이런 부분도 빼놓지 않고 설명해놓은 책이라 마음에 듭니다.
패션에 대한 책을 내는 출판사들이 늘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러나 실제 번역은 전문번역가에게 맡기고 있죠. 학계에서 번역을 천시하고, 게을리 한 탓입니다. 하긴 덕지덕지 베껴낸 논문만 내도 고액의 연구비를 줄 수 있게끔 한 이땅의 웃기지도 않는 작태 때문이지만요. 열심히 하세요. 저는 이제 여러분에게 기대를 버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