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영화에 홀리다

바다를 소유하는 방법-영화'벨라'리뷰

패션 큐레이터 2009. 10. 2. 23:15

 

 

 

S#1 뉴욕에선 길을 잃어도 좋다

 

영화 '벨라'를 보고 돌아오는 시간, 2009년 한해를 아름답게 마무리 할수 있어, 감사한 마음만 가득합니다.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예술이 인간을 치유한다는 명제를 굳건히 믿게 됩니다. 한달 내내, 아니 남은 3달의 시간 '사랑 이상의 사랑'을 견고하게 믿고 버텨보렵니다.

 

올 초<하하미술관>을 출간하고 연 이은 대형 출판사들과의 계약이 이루어졌지만, 주변부를 정리하지 못했고, 무엇보다도 제 내면이 지쳐있었음에도, 위무하지 못한채 무리하게 달린 터라, 속은 무두질이 끝나지 않은 가죽처럼 터럭터럭 찟겨짐의 연속이었습니다.

 

홀로 된 이후로 원고마감과 글쓰기를 핑계로 부모님도 찾아 뵙지 못하고, 쓸쓸하게 글 한꼭지를 마무리 한 채 포스터의 문구'사랑과 생명, 치유에 관한 이야기'에 끌려 보게 된 영화 '벨라' 정말 제목처럼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도시, 뉴욕. 해마다 비즈니스 때문에 자주 들르는 이 곳이 영화 속에 등장하지만, 왠지 낯설음이 가득합니다. 마천루와 병목된 차량들, 화려한 쇼핑상가와 소비주의와 물신의 힘이 지배하는 이 거대한 비정성시의 도시, 뉴욕. 사람들은 모릅니다. 뉴욕의 거리를 한 섹션씩 걸을 때마다 독특한 마을과 만나게 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걸 말이죠.

 

예전에 본<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는 도박과 매춘의 도시 라스베가스를 배경으로 구 라스베가스의 뒤편에 살아가는 일상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다뤘죠.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사람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내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해주되,

 

도움을 받은 사람은 다른 세 사람에게 똑같은 조건의 도움을 베푼다는 이야기. 폭력남편과 이혼하고 알콜중독에 빠진 엄마, 모든 것이 겉으로 보기엔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과거의 상처를 회피하며 철저하게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사회선생님, 아들과의 장벽은 점점 더 커집니다. 그 과정에서도 케빈은 절대로 희망을 포기하지 않죠. 이 영화를 기억하는 건, 라스베가스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수며, 인간의 삶은 어디에서도 절망을 딛고 시작할수 있다는 믿음을 가르쳐 주었기 때문입니다.  

  

S#2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려는 인간의 노력은 이제 뉴욕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뉴욕에 오래 살아본 이들은 압니다. 그리드 무늬, 격자로 얽혀진 뉴욕은 화려함과 그 이면, 그 속에 또 다른 따스함을 잉태하고 있는 도시라는 걸 말이죠. 뉴욕의 다양성을 맛보려면, 일부러 뉴욕에선 길을 잃어봐야 한다고 말한 어느 건축비평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쿨'함을 가장한 기만과 냉혹한 경쟁논리만이 판칠 것 같은 이 도시에도 믿음의 눈을 가진 사람들은 산재해 있습니다. 비록 육안이 보이지 않아도, 주인공을 위해 종이학을 접어주며, 오늘 날씨와 주변을 설명해 달라는 걸인의 모습이 나옵니다. 노란색 개나리와 보랏빛 히아신스의 영혼이 피어나고 있음을 읽는 사람. 육안이 아닌 영안으로 주변을 보는 이들의 세상입니다.

 

영화 <벨라>는 상처받은 영혼을 가진 세 명의 인물을 축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 과정은 서로에게 되어 비추고, 숨겨진 상처의 어둠을 몰아내죠. 전도유망한 축구선수였던 호세는 마드리드 축구단과 수백만 달러의 입단계약을 맺고 언론사 인터뷰를 가는 길이었습니다. 흥분한 탓이었을까요? 엄마와 숨바꼭질을 하다 거리로 뛰쳐나온 4살박이 여자아이를 치고 맙니다. 한 순간에 축구선수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과실치사로 4년이란 세월을 감옥에서 보낸 이 남자. 지금은 형이 운영하는 뉴욕의 작은 멕시코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일을 합니다.

 

 

나비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오던 소녀. 싱글맘인 엄마에게 아이는 삶의 전부였고, 지탱할수 있도록 버티는 힘의 원천이었으나, 이제 모든 걸 잃은 그녀는 은둔자가 되어 세상을 회피합니다. 호세는 평생을 죄책감속에 살아갑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고 변하지 않습니다. 상처는 특정 순간에 불현듯 우기의 관절염처럼, 불끈 표면으로 솟아오르죠. 영원한 상처의 현존을 억누르거나 봉합할 수 있는 마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 여자가 있습니다. 호세와 같은 레스로랑에서 일하는 웨이트리스 니나. 그녀는 원하지 않는 아기를 갖게 되고 중절을 결심합니다. 설상가상으로 레스토랑에서 3번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잘리게되죠. 호세는 그녀를 따라 무작정 거리로 나섭니다. 그 둘에게 어떤 운명의 그림이 그려질까요? 중절을 고집하는 니나에게 입양을 권하는 남자. 생명에 대한 가치를 이야기 하기위해, 결국은 어두웠던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아야 했습니다. 누군가의 상처를 위무하기 위해, 감추고 싶던 상처를 드러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S#3 바다를 소유하는 법 

 

이런 유형의 영화들은 기본적인 내러티브가 정해져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야기의 전개과정이 아니라, 섬세하게 묻어나는 배우들의 시선처리와 목소리에 배어나는 빛과 어둠, 이들의 만남과 치유의 과정을 지배하는 강력한 희망의 힘을 발견하는 데 있습니다. 아이는 호세에게 입양되어 자라납니다. 아빠는 아이에게 '바다를 소유하는 법을 가르쳐주겠다며 조개껍질을 귀에 대어보라'고 말합니다. 이미 시인 장 콕토가 비슷한 싯구를 써서 잘 알려진 표현이지만, 영화에선 여기에서 한발자욱 더 나갑니다. 바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다고 말하는 꼬마에게 호세는 말합니다. "바다에 있으면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아 바다를 벗어나면 들리게 될걸"이라고요.

 

우리는 일상의 행복과 황홀에 익숙한 나머지 '은혜와 감사'의 마음을 상실합니다. 나락으로 떨어지고서야, 내가 매일 입던 은혜의 빛깔을 알게 되죠. 은혜의 얼굴은 다양해서 우아한(Grace) 몸가짐으로, 혹은 탕감해야 할 부채의 유예기간으로(Grace of time), 생의 찬가를 연주하는 버금딸림 음(Grace Note)로 나타나죠. 바다를 소유하고 싶다면, 그 속에 머무는 시간의 입자를 감사함 속에 세어볼 일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여전히 풀리지 않은 현안으로 마음 깊이 상처의 골이 패인 제 자신을 보았습니다. 결국 저 푸른 바다를 껴안는 힘은 지금, 주어진 것들을 감사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됨을 확인합니다. "내가 새벽날개 치며 바다 끝에 거해도" 나를 놓치 않는 거대한 힘의 아름다움(Bella)을 믿는 것. 이제는 단언할 수 있을것 같네요. 2009년 올해 최고의 영화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벨라.......정말 좋은 영화입니다.저도 힘을 얻네요. 지금의 우울의 끝에서 날개치며 올라야겠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나를 지켜준 이들이 많다는 걸. 꼭 앞서서 갚겠습니다. 일어서서 다시 글을 쓰겠습니다...... 참 고마운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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