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빛으로 그린 그림

김대중 대통령-이제 감금없는 세상에서 사세요

패션 큐레이터 2009. 8. 18. 20:07

  

전민조_감금해제 1987.6.25_흑백인화_1987

 

사진작가 전민조가 찍은 시대의 풍경 전에서 본 사진입니다. 정치인 김대중 씨는 당시 군부정권에 의해 자택 연금을 당한지 78일 만에 감금에서 해제되지요.

 

그의 동교동 집 거실 한쪽 벽에는 감금 일자를 지워나가는 엑스표시가 현황판 속에 그려져 있습니다. 불법 감금입니다. 현황판 앞에서 김대중씨는 전화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1985년 2월에 미국에서 귀국한 후 54차례에 걸쳐 186일 동안 연금을 당해왔는데, 한번에 78일의 연금이 가장 길었다고 합니다.

 

군부의 폭력이 일상적인 규율의 법으로 자리하던 그때, 사자후를 토하며 이 땅의 민중들과 함께 저항했던 한 정치인이 오늘 서거했습니다. 사진작가 전민조는 기자출신으로 아직까지 현업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의 사진은 기자가 기자를 찍고, 시대의 암울한 풍경을 반드시 '저널리즘'이란 이름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응고시켰습니다. 보도 사진은 그 자체로 역사의 교과서를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온 삶의 난맥상, 정치적 혼돈과 폭력의 시대 속에 영혼을 담금질하며 버텨온 우리들의 모습이 질곡하게 녹아 있지요.

 

                       

 

정치가로서의 김대중 대통령의 삶을 완전히 이해하기엔, 저는 근대사의 어둠을 정통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합니다. 광주 민중항쟁이 일어났던 해 저는 고작 초등학교 3학년에 불과 했고, 이로 인해 15일간 학교를 가지 않았던 것 만을 기억날 뿐입니다. 옆집 형을 항쟁에서 죽음으로 몰고간 정치세력이 어떤 자들인지, 저는 몰랐습니다. 정치인에 대한 불법사찰과 감금이 횡횡하던 시절, 온 몸으로 시대와 싸우던 정치인은 이제 우리 곁에 없습니다.

 

시대가 폭압의 시절로 회귀하고, 반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그의 사자후가 그립습니다. "3선 개헌은 이 나라 민주국가를 완전히 1인독재 국가로 만들어 국체를 변혁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적은 공산 좌익독재뿐 아니라 우익독재도 똑같다"(69년 7월19일 효창운동장서 열린 `3선개헌 반대 시국대강연 내용)라는 그의 말을 기억합니다.

 

군부대신 경찰세력이 중심에 서고, 수구 언론세력이 미디어를 장악하며 국민에게 양심의 소리를 더 이상 외치지 않는 사회. 사회의 부를 소수가 거머쥐는 강철군화의 시대가 올 것이라 예언했던 1920년대의 소설가 존 런던의 예측은 한국 사회에서 적나라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말한 우익독재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죠.

 

 

 

군부에 대해 쓴 소리를 하는 기자와 지식인들에게 재갈을 물리던 시대의 악행은, 지금도 여전히 인터넷 공간에서 자행되고 있습니다. 50년간 친일세력과 군부통치 세력에 아부하며 자신의 힘을 축적해온 보수언론은 국민들의 영혼을 쥐고, "우리가 전해주는 것만이 팩트"라고 거짓말 합니다. 무서운 사회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견뎌야 할 치욕의 역사는 전 김대중 대통령이 감내해야 했던 78일의 감금의 시간으로 끝나지 않을 것 입니다. 지금 이 땅은 가택연금과 감금으로 이어진 시대와 동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사진작가 전민조의 작품 속, 광고란이 텅 비어 있는 상황은, 이제 역전되었습니다, 왕을 향한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언론에겐 광고의 혜택과 보조금이 주어지는 사회가 되었으니까요.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란 그의 말을 기억하려 합니다. 과거 청산없이 흐지부지 흘렀던 근대사를 바라보며, 우리가 건너가야 할 레테의 강이 깊다는 걸 배웁니다. 대한민국 15대 대통령 김대중. 이제 투사였던 그를 더 이상 볼수 없지만, 그가 꾸었던 통일의 꿈과, 포용의 철학이 함부로 매도되는 사회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한 인간의 실존적 삶과 죽음앞에서 인간의 예의를 정부가 보여주기 바랍니다. 부디 이제 감금없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가시길 기도하겠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당신을 선택했던 순간을 저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며, 부디 이 땅을 위해서도 충정의 마음 거두지 마시고 손 모아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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