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책 읽기의 황홀

영화를 통해 배우는 '삶의 기술'-도모하는 힘

패션 큐레이터 2009. 8. 1. 17:10

 

 S# 한길 가는 아나운서의 '삶의 기술'

 

며칠 전 책을 받았다. CBS FM <신지혜의 영화음악>을 진행하는 아나운서 신지혜님이 책을 내셨다. 어찌보면 12년간 영화 음악지기로 살아온 삶을 중간점검 하는 계기 정도려니 했다. 하지만 추천사를 쓰기 위해 초고를 읽고나서 전화를 걸고 싶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통화하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문자를 보냈다.

 

제목은 도모하는 힘. 출판사 대표에겐 책 제목을 다른 것으로 해 보면 어떨까 제안도 드려봤으나, 사실 마땅한 제목이 눈에 띄진 않았다. 도모라는 것. 어떤 것을 기획하고 총괄해 결과를 내기 위한 과정을 아우르는 이 두 음절의 단어가 유독 눈에 들어오는 건 사실이다.

 

12년 동안 수많은 영화를 보고 느끼며 실제로 자신의 원고를 쓰며 그녀는 프로그램을 프로듀싱해왔다. 그래서 그녀에게 붙은 별명은 아나듀서다. 어떤 분야든 10년을 하면 하나의 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할수 있는 경지가 된다고 했다지만, 그녀에겐 영화음악과 영화를 소개하는 일은 10년을 훌쩍 넘어 평생의 업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 그녀가 책을 냈다. '영화에서 발견한 인생의 방식'이란 부제가 붙었다. 이 부제의 내용에 절대 공감한다. 내 추천사를 굳이 이곳에서 밝혀보자면, 부제에 대한 감성적인 동의와 별 다르지 않음을 알수 있을것 같다.

 

'영화는 성장을 위한 매개다. 영화는 냉장고와 같아서 언제든 꽁꽁 얼린 기억을 꺼내 보며 세상을 읽는 법을 배운다. 12년 동안 할결같이 영화음악을 전해준 신지혜 아나운서가 예쁘고 착한 책을 펴냈다. 아나운서의 삶을 영화의 프리즘을 통해 반추하는 글들이 곱다. 내가 몰랐던 그녀의 삶 또한 영화를 통해 더욱 깊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인생의 방식이 존재하지만, 이 책을 통해 영화가 가르쳐주는 생의 우물을 파는 기술을 익혀보는 건 어떨까" _김홍기(패션 큐레이터, <샤넬 미술관에 가다>의 저자)

 

하하 미술관을 쓰면서 추천사를 부탁했었다. 신지혜 아나운서는 예의 뛰어난 글솜씨로 편집자로 하여금 '꼭 한번 만나게 해달라'는 부탁을 들을 만큼 멋진 추천사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참 고마왔다. 내 의도를 누구보다 잘 간파해준 장문의 추천사가 참으로 눈물나게 고마왔었다.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 동일한 문화적 코드 하나로 언제부터인가 지인의 반열에 들어섰고, 지금도 빼놓지 않고 들으려고 노력하는 신지혜 아나운서의 프로그램. 그의 소중한 글들에 내 부족한 칭찬을 담아 세상에 책을 내보낸다. 많은 독자들이 그녀의 글을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다.

 

영화학을 복수전공했던 나로서는 영화는 항상 폭발력있는 삶의 교과서였다. 책을 읽다보니 지금껏 기억의 망막 속에 창연한 그림자를 드리웠던 영화의 제목들이 눈에 띈다.

 

살리에리가 모짜르트 보다 더욱 멋졌던 <아마데우스> 축구에 필이 꽂힌 소녀의 이야기 <슈팅 라이크 베컴> 삶을 위해선 사람과 사람의 호흡이 딱딱 맞아떨어져야 함을 알려준 <신세기 에반겔리온>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스모크> 등 이외에도 많은 영화들이 등장한다.

 

초고 원고를 꼼꼼히 읽고난 후, 정식 제본되어 나온 책을 읽는 느낌이 또 다르다. 환한 청록빛깔이 표지 중심을 장식해서인지, 기분이 좋다. 도모하는 힘이란 제목도 자세히 보니, 점선으로 처리를 했다. 그만큼 인생은 하나의 점에 또 다른 점을 누적해서 찍어가는 구축적 과정임을 글을 통해 보여주려는 의도가 드러난다. 영화 스모크에서 매일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시각이면 사진을 찍는 남자. 오기 렌.

 

이 남자의 사진첩은 10년이 넘는 세월을 담은 그릇이 된다. 진부할 줄 알았던 우리의 일상이, 사실은 얼마나 황홀한 생의 순간들로 넘쳐나는 환희인것을. 영화는 소중한 것은 공기보다 가벼운 것이라며, 영화를 보는 우리 조차도, 내면의 답답함과 우울을 벗어던지고, 가벼워지라고, 그렇게 일상을 다시 한번 바라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런 공감들이 그대로 신지혜 아나운서와 나 사이에 글을 통해 매워지는 게 참 좋다. <아마데우스>에선 잘 나가는 신예를 다루는 고참의 태도를 재미있게 풀었다. 방송국 이야기가 맛깔나게 섞여 나와 그런지 더 즐겁다.

 

아나운서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들, 태도와 관점을 영화를 통해 풀어주는 것도 마음에 든다. 좋은 선배가 인생에서 후배들에게 늘어놓는 행복한 한담으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그녀의 책 <도모하는 힘>을 읽는 주말의 망중한. 영화 속에서 난 또 어떤 치유의 기억을 꺼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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