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세종문화회관에서 특강을 마치고

패션 큐레이터 2009. 7. 17. 02:03

 

 

오늘은 세종문화회관에 들렀습니다. 예술아카데미에서 유럽문화예술기행 특강으로 유럽미술과 패션이야기를 했습니다. 패션이야기를 할수 있는 곳은 어디든 달려갔습니다 국공립 미술관과 박물관, 대학교와 예술아카데미, 기업체 강연을 위해 연수원까지 다녔습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강연이 몸에 익으며 게을러진게 사실입니다. 올해 두 권의 책을 마무리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앞세우며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 최근입니다. 제게 변화관리의 첫번째 원칙은 지금 하는 일을 모든 열정을 다해 토해내는 일입니다. 그리고 다른 관점에서 풀어내는 일입니다. 최근 기존에 강의내용을 박살내다시피 완전히 새로운 내용으로 업그레이드를 했습니다.

 

 

일산 아람누리 미술관으로 강의를 나가면서 패션의 역사책을 다시 뒤져보며, 예전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더욱 깊게 하고, 자료를 찾으며 다시 긴장감을 찾게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 강연은 개인적으로 마음이 흡족했습니다. 위의 작품처럼 내 지식이 비록 지금은 많은 이들의 '인용부호'로 완성된 부족투성이 지식이지만, 세월속에 철학을 깊게 내품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삶을 이해하고 실천해가는 열쇠말이 되는 것이겠죠. 복식사의 전통적 지식에 매이지 않고, 현대패션이 어떻게 복식사에 빚을 지고 있는지를 진화론적으로 풀어내고 싶어서 내용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94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에 90명이 넘게 왔으니 힘도 났지요.

 

 

세종문화회관 뒤편 아트가든에서 열리는 리크리에이션展을 봤습니다. 폐물을 재활용하는 리사이클링 아트가 선보였습니다. 지식은 결국 Re-Creation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의 지식 속에 담긴 보석을 찾고, 현재에 적용하고 변주하다보면, 방식과 호흡의 속도로 인해, 새로운 관점과 지식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 복식사를 통해서 뼈져리게 배우고 있습니다. 위의 작품처럼 열심히 다리품도 팔아야겠고요. 각오를 다진 하루였습니다. 과거의 지식을 새롭게 옷을 입혀 풀어내는 것 자체가 시각의 구조를 달리하는 일이고, 이 자체로 하나의 지식의 체계가 된다는 걸 또 배우고 있습니다. 물론 반성도 합니다.

 

 

패션 저널리즘과 여성의 정체성 형성에 대해서 다양한 논의들을 재미있게 풀어봅니다. 처음엔 지루하면 어떨까 걱정도 했는데 다행히 재미있게 들어주셨어요. 오늘 유독 강의에 오신분들 미술사 수준이 높으셔서 제가 오히려 도움을 받으며 강의를 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미술과 패션이 어떻게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받는지, 현재의 협소한 개념에서의 미술과 패션을 넘어 디자인과 건축에 이르는 한 시대의 미적 조형에 이 두가지가 어떻게 역할을 하는지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풀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오늘 강의한 세종아트아카데미에 대해서 한마디 하자면, 많은 특강을 해봤지만, 다시 한번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설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이렇게 강의시설이 좋은 곳은 처음이었습니다. 솔직히......부러웠습니다.

 

요즘 블로그 쓰는 일이 수월치 않습니다. 다시 책도 읽으며 번역도 해야 하고요. 세 권의 책 번역을 마쳤습니다. 곧 출간 되겠지요. 놀라운 건 예전에 읽고 또 읽었던 저작임에도 불구하고, 또 읽으니 마음과 내용이 완전히 다릅니다. 결국 텍스트는 구멍이 숭숭 뚫린 다공질의 현무암과 같아서, 그것을 메워내는 글쓰기와 독해가 필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또 익힙니다.

 

패션의 역사를 읽기 위해, 천페이지가 넘는 페르낭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를 다시 꺼내들었고, 프랑스를 비롯 유럽의 근대 패션 및 소비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란 두꺼운 책도 꺼내듭니다. 패션필로소피아, 철학의 체계, 그 근본을 세우는 원년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많이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걸어가야죠. 저는 이제 점점 살아나고 있습니다. 지켜보세요. 내년 초엔 두 권의 책이 나오게 될거에요.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것. 책으로 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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