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아람누리에서 첫강을 마치고

패션 큐레이터 2009. 7. 8. 01:42

 

 

오늘 아람누리 미술관에 갔다. 매주 화요일마다 <미술 속 패션 이야기>란 제목으로 6주에 걸친 강의를 한다. 올해 들어와서 일에 치여 살다보니 심도깊은 강의 보단 1회, 기껏해야 2회 정도의 특강만 해오다, 오랜만에 긴 강의를 맡았다. 파워포인트 자료들도 대폭 새롭게 만들어서 갱신된 내용들을 가지고 재미있게 강의하고 싶다. 이곳에서의 강의는 처음이라 교육 사업국에 들러 팀장님과 먼저 인사를 나누었다. 올해 초부터 지속된 패션산업과 예술과의 통섭은 일종의 대세처럼 굳어진지 오래다. 올해 하반기에만 미술과 패션을 소재로 한 국공립 미술관 전시가 벌써 3개다. 앞으로는 복식사에만 국한하지 않고 패션 산업의 주요한 인물들도 만나고, 그들의 스튜디오도 방문하고,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해보려고 준비중이다.

 

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예전부터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복식 부분을 여행의 일부로 편입시켜, 다양한 디자인 기행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드렸는데 선뜻 마음에 있다며 기획서를 써보라고 하신다. 나로서도 사실 참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다. 명화 속에 녹아 있는 패션을 실물로 보고, 당대의 사회적 조건을 함께 생각해보고 뉴욕의 다양한 패션거리와 디자이너 스튜디오를 방문해 본다면 참 매력있을거 같다.

 

정발산 역에 내려 지하철에서 바로 연결되는 아람누리 미술관. 내리자마자 여름특강 수강생을 모집하는 이동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보니 약간 쑥스럽기도 하다.

 

6주 강의를 통해 서양미술사를 패션이란 렌즈를 통해 쭉 훓어보는 과정인데, 할때마다 힘이 부치기도 하지만 나 또한 끊임없이 복습을 하고 공부를 하게 되서 좋다.

 

이제는 기억력도 쇠락해서 읽었던 책도 다시 찾아보고 예전 인용한 논문도 다시 읽어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새로운 내용에 눈을 뜨거나 예전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찾게 되니 그저 기쁘다.

 

미술사학자 노성두 선생님도 이곳에서 강의를 하나보다.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는 분이고 종종 뵙기도 했지만 만날 때마다 깊은 미술에 대한 지식에 찬탄을 금치 못한다. 평생 50권의 책을 쓰겠다고 했던 노성두 선생님에 비하면 난 너무나도 보잘것이 없다.

 

올해는 예쁜 패션 관련 전문서적 한권을 번역해서 마무리 하고 두 권의 패션 부문책을 내는 것으로 마무리 되지 싶다. 중요한 건 다가온 톱 아시아 호텔페어나 한겨레 신문과 함께 준비하고 있는 <패션 사진의 거장 사라문> 展이나 열심히 돕고 싶다. 책을 쓰는 일만큼 전시를 기획하고 큐레이팅도 해보고 사람들과 만나 실제 필요한 일들을 배우는 일도 흥미롭다. 이제 막 강의를 시작한 아람누리 미술관에선 8월에 <패션, 미술과 수다를 떨다>란 제목의 전시를 준비중이다. 복식에 대한 풍성한 이해, 미술에 대한 이해가 결합되어 나오는 전시형태들인 셈인데, 나로서는 기분이 정말 좋다. 옷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실컷 하고 옷이란 매체를 통해 현대미술을 이해하고 그림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찾는 재미가 솔솔하다.

 

 

아람누리 미술관은 들어가는 길목부터 재미있다. 권기수 작가의 동구리 캐릭터를 이용해 표지판을 만들었다.

 

 

요즘 무척 내 자신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다시 <샤넬 미술관에 가다>를 저술하며 불태웠던 열심의 불을 지피려 노력중이다. 다행히 올해 여름은 그리 무덥게 나를 누를 것 같진 않다. 패션과 미술의 결합, 그 행복의 연금술이 점점 더 화두가 되고 테마가 되어 한국의 미술관에 퍼지고 있다.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많다. 7-8월 국공립 미술관 강의에서다양한 매체에 기고해야 할 사외원고들도 상당하지만 힘이 드는 건 아니다.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고 싶다. 나는 빠른길을 좋아하지 않는다. 복식의 역사를 연구한다는 건 오랜 시간을 두고 곰삭임의 시간을 버텨야 하는 작업이다.

 

요즘 저술이 지지부진한 느낌이 들어, 내 자신에게 종종 물어보지만, 샤넬 미술관에 가다도 결국 5년이 넘는 리서치 기간이 필요했던 책이다. 나는 앞으로도 패션과 복식사, 복식미학, 세계의 전통의상에 관한 책을 쓰겠지만 기껏해야 7권 정도가 전부일듯 하다. 그리고 복식사에만 천착할 생각은 없다. 패션을 공부한다는 것이 궁극적으로 디자인을 공부하는 것이고, 결국은 디자인이란 행위와 연결된 우리들의 감성적 인식의 토대를 찾아내는 일일 터이니 말이다. 대중이 쉽게 읽을 수 있으나 결코 내용은 만만치 않은 그런 책들을 골라서 내볼 것이다.

 

 

어찌되었든 7월 8월은 열심히 강의하면서 나를 추스리고 복습하는 시간으로 만들어 볼 생각이다. 이제 본격적인 저술에 들어간다. 리서치도 꽤 했고, 인터뷰할 사람들도 만나며 토지를 다지느라 보낸 5개월의 시간. 아마존으로 신청한 책들도 이제 곧 도착하겠지. 200만원 넘게 책을 샀다. 인용은 일부하겠지만 내가 철저하게 이해하는 한해서 새로 쓸 것이다. 물론 강의도 열심히.......어제 킹콩을 들다 보고나서 갑자기 에너지가 불끈 솟았다......이번 강의듣는 분들은 행복하실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