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센티멘탈도 하루 이틀-골때리는 20대의 그림일기

패션 큐레이터 2009. 3. 30. 03:38

 

 

<하하 미술관>에서 골때리는 25살이라는

코너를 장식했던 작가 조장은의 세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보시는 곳은 충정각이란 일종의 대안공간인데요. 레스토랑을 겸하고 있습니다.

건물 자체가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어요. 100년이 넘는다고 하더군요.

 

 

매일 매일 그림일기를 그리는 여자.

작가 조장은의 그림 속엔 20대의 발랄하고 유쾌한

하지만 세상에 나가는 일과 연애를 하는 일과, 사람을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부모님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20대의

고민또한 녹록치 않게, 녹아 있음을 발견합니다.

 

<하하 미술관>에서 그녀를 소개한 이후 세번째 전시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장난끼 가득했던 작가의 표정이 조금은

더 여성적이 되었다고 할까요? 그려진 그림 속 젊은 날의 기억들이

축적될수록, 작가의 모습도, 표정도 조금씩은 변하나 봅니다.

 

 

오늘 너무 일찍 잠자리에 든 탓에

하얗게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요즘 균형이 깨져서 걱정이에요.

한국종합예술학교 학생들의 생활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는데요. 예술의 의미

연기와 발레, 창작, 극작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자신의 세계를 세우려고

노력하는 젊은 땀의 현장이 잘 포착되어 있더군요.

 

발에 피가나도록 차가운 바닥에서 발끝을 세우고

춤에 몰입하는 무용과 학생들의 모습이며,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놀이와 집중의 의미를 배우는 연기과 학생들과, 하루에 연습을 위해 6천번의

선을 긋는 연습을 하는 무대미술과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그 작업의 양이 녹록치 않았습니다.

 

젊은 나이에 실수도 많고, 기성의 틀로 보면

개념이 없어보인다는 말도 듣지만, 뒤돌아보면, 누구나

그런 시절이 있었고, 자칭 철이 들었다고 말하는 지금, 소중한 젊은 날의

열정과 패기, 순수에 대한 열망은 사라졌을지 모르기에 함부로

우리들의 젊은 날을 치기어렸다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때문에 작가는 그렇게 피가 거꾸로 솟았던 걸까요?

연애도 그림도 다 잘해낼 것 같은 야무진 작가의 표정 속에서

그녀는 하루를 어떻게 채우고 있을가를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양다리도 본의 아니게 걸치게 될때도 있고

그게 누군가에게 모질게 딱 잘라 말하지 못하는 내 자신때문일수도 있고

갈팡질팡하며 그나마 좀 재어보는 내 모습 때문일수도 있겠죠.

 

영혼의 가장 깊은 그리움에 / 땡그랑 종이 울린다
돌이킨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 돌아오길 기다리는 사랑도
이미 사랑이 아니다 / 사랑은 늘 상대적이어서 / 부르면 대답하고
기다리면 한아름 / 함박웃음으로 /달려와야 하는

파릇파릇 생동하는 청춘을 닮아야 하는 것이다

 

시인 고은영의 <사랑은 생동하는 청춘이다> 중에서

 

 

누군가 말하지 않아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성장통과 같은 생의 의례들을 치루는 나이. 20대. 언젠간

작가도 그 20대 시절을 배웅하는 날이 올것입니다. 다시 다가오지

않기에, 쿨하게 보낼수도 있겠지만, 뜨거운 입맞춤으로 20대를 보내길

그저 바랄 뿐입니다. 혼신의 열의를 다해새로운 여로의 분기점에서

지나간 날들이 맥없이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안되는줄 알면서도 실수하게 되고

그 실수를 돌아보며, 속이 뒤집히는 나이, 그래도 그때가

요즘은 왠지 부럽기도 하고, 충분한 연습을 갖추지 못했던 제 자신의

모습 속에선 다시 한번만 다가와 주었으면 하는 그 나이. 20대.

 

 

아직은 가진 것이 많지 않고, 내세울 스펙이나

전시회 경력이나, 그렇다고 번듯하게 보여줄 작품의 숫자가

많은 것도 아니지만.......

 

 

한걸음 한걸음, 자신이 추구하는

 그림 속 세상, 그 미련의 꼬리를 자르지 못하고

서성이는 지금의 나를 더욱 사랑하는 작가가 되길 바랍니다.

 

센티멘탈도 하루이틀......정말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맞아요. 감상에 빠지는 일보단, 감성을 벼리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입니다.

그림 일기를 그릴 수 있는 작가가 부럽습니다. 언젠가 세월이 지나

20대의 내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같은 그림들이

오롯하게 모여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을까요.

 

 

오랜만에 조장은 작가를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공백의 시간 중에 그렸던 그림일기장도 봤습니다. 항상 그랬듯

해맑은 모습은 버리지 않는 작가가 되면 좋겠어요.

올해도 멋지게 잘 해내길 바랍니다.

 

그럼요. 센터멘털에 빠지기 보단

치열하고 담백하고, 때로는 그 열기에 데일수도 있는

그래도 돌아올수 없는 하루하루를 가득하게 살아가는 행복한

그림 일기의 주인공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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