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꽃보다 남자는 그리스 시대에도 있었다

패션 큐레이터 2009. 3. 10. 10:54

미술사에 숨어 있는 꽃남신드롬

-꽃보다 남자는 그리스 시대에도 있었다

 

 

요즘 대한민국 여심을 사로잡은 드라마가 있다. 바로 꽃보다 남자다. 4명의 꽃 미남이 출연하는 이 드라마는 다소 허황된 구성과 이야기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한 가지 공통된 점은 출연하는 배우들의 외모에서 우러나오는 포스가 한 마디로 꽃 미남, 예쁜 남자들이란 점이다.

 

사실상 드라마의 시청률을 이끄는 집단도 남성과 여성 대비 3 7. 약간 헝클어진 곱슬머리에 반듯한 이목구미. 남성적 아름다움과 여성성을 동시에 가진 구준표의 매력, 그 원천에는 무뚝뚝하면서도 은밀하게 여성이 원하는 것을 채워주는 존재 이상의 것이 있다.

 

바로 양성성을 미적으로 승화시킨 캐릭터란 점이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인간은 여성과 남성이 동시에 병존하는 자웅동체인 존재임을 믿었다. 흔히 양성애자를 헤르마프로디테(hermaphrodite)라고 하는데 이는 전쟁의 신 헤르메스와 미의 신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소년을 뜻한다. 어느 날 살마키스란 숲의 정령이 헤르마프로디테를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그와 한 몸이 되게 해달라고 신에게 기도를 했고, 그 기도가 이루어져서 하나가 된 것이다. 이후 르네상스의 거장 도나텔로나 신 고전주의의 대표적인 조각가 안토니오 카노바는 상체에는 여성의 가슴이 하체에는 남성의 성기가 달려 있는 이러한 양성적 조각작품들을 남겼다.

 

                                             

                                                                                도나텔로 <다비드>상

 

어느 시대나 여성과 남성이 결합된 이미지에 많은 이들이 우려와 더불어 관심을 보였다. 특히 여성관객들은 양성적 이미지에 끌렸다. 바로크 시대의 카스트라토(남성 거세 가수)가 대중적 인기에서 그 비결을 찾을 수 있다. 18세기 바로크 시대의 많은 여성들은 카스트라토를 연모하며 죽어갔다. 카스트라토는 당시 헨델을 비롯한 작곡가들이 만든 오페라에서 주연을 맡았다. 어린 시절 남성을 제거당해 여성의 소리영역까지 맑은 소리를 창출할 수 있었던 그들은 오늘날의 꽃남 더하기 빅뱅의 인기를 능가했다.

 

왜 그랬을까? 그들이 발산하는 소리의 힘, 남성과 여성의 범주에 묶이지 않고 영역을 넘나드는 기술은 단순하게 남성/여성의 기준을 넘어 인간 세상과 동떨어진 곳에 있는 신비한 존재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그냥 예쁘기만 한 꽃 미남 속에서 구준표가 가진 매력을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단순히 여성 같은 남자를 분명 구분 짓기 때문이다.

 

   

 

                                        이블린 드 모건 <사랑의 죽음> 1856년 캔버스에 유채, 런던 내셔널 갤러리

 

꽃보다 예쁜 남자에 대한 여성들의 욕망은 현대 매스 미디어의 조작에 의해 만들어진 신생 욕망이 아닌 예전부터 끊임없이 지속되어온 정신적 유전자다. 미술 속 남성누드의 역사를 통해 그 사실을 살펴보자. 남성누드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미술의 역사에선 지배적이 위치를 차지해왔다. 남성누드를 살펴보는 작업은 남성의 신체미와 이상미, 나아가 복잡한 사회적, 정치적, 성적 맥락을 훑어볼 수 있는 기회다. 남성 누드의 변화과정을 살펴보면 사회 내에 박혀있는 가치관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이블린 드 모건의 <사랑의 죽음>을 보라. 이 당시 라파엘 전파는 남성과 여성의 외모적 구분이 불가능할 만큼, 아름다운 남자들의 그림을 그렸다.

 

이폴리트 플랑드랭

<바닷가에 앉아있는 소년> 1856년

캔버스에 유채, 루브르 박물관

 

1960년대 팝 아트는 블루칼라, 도시 노동자와 소비자를 위한 핀업 걸(Pin-up-핀으로 꽂아놓고 보는 눈요기 감의 예쁜 여인의 이미지)을 등장시켰다. 마릴린 몬로가 대표적인 모델. 하지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실제로는 핀업 보이가 먼저다.

 

그리스 시대만 해도 사춘기 소년을 가장 아름다운 미의 상징처럼 여겼다. 그리스의 옛 그릇 표면에 그려진 그림들을 보면 나이 든 남자와 소년의 구애장면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당시 그리스 사회의 동성애 문화를 반영한다.

 

소년의 모습은 17세기까지 에로틱한 상징으로 끊임없이 당대의 여성들을 사로잡았다. 이외에도 남성의 누드는 미의 척도로서, 영웅의 이미지로서, 여성화된 청년의 모습과 고통을 겪는 희생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위의 형상을 가지고 있다.

 

미술사가 마거릿 월터스는 현대의 남성 누드가 여성관람자를 상대로 했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오로지 남성의 시각적 쾌락을 위해 여성 누드를 그린다는 고정관념을 허물어뜨렸다. 새롭게 탄생한 남성의 누드는 더 이상 예전 그리스 시대의 영웅처럼 공격적이지 않다. 오히려 수동적이고 공격받기 쉬우며, 통제되고 이용당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변질된다. 예전에 남성이 여성에게 했던 그대로 이제 되로 주고 말로 받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남성들이여 정신 차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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