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마음 미술관

선택의 기로에 선 당신을 위한 그림

패션 큐레이터 2009. 2. 5. 00:40

 

 
박수진_만남_도자_40×15×15cm, 35×15×15cm

 

사람들은 누구나 인생에서

한번 쯤은 선택의 기로 위에 서게 될 때가 옵니다.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한 방법들을 나열하는 책도 많고

지혜를 빌리기 위해 고전을 뒤적거리기도 하지요.

 

회사를 입사하는 문제, 혹은 퇴사하는 문제

결혼과 이혼, 친구와의 결별 등 다양한 현장에서 우리는

선택이란 걸 하게 됩니다. 처음엔 좋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나를 이용하려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 줄 알게 될 때, 결별도 하고 사업계약도 해지를

하고 마음엔 상처가 크게 남기도 하지요. 오랜동안 일을 하면서도

여전히 이런 일에 능숙하게 되기란 그리 쉽지 않나 봅니다.




박수진_길을 잃다_도자_200×100×20cm

 

도예작가 박수진의 작품을 보면 겨울 한철을 보내고

이제 봄의 시간 앞에 여전히 나신으로 선 인간의 모습이 보입니다.

겨우내 앙상해진 나를 묶고 있던 강인한 철사줄을 끊고

땅 위로 솟아오를 준비를 하는 것이죠.




박수진_길을 잃다_도자_200×100×20cm_부분

 

무수한 선택 사항과 옵션은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속에서 정작 지켜야 할 기본적인 법들은 무너지기 쉽고, 불필요한 선택들을

너무 많이 한 나머지 길을 잃고 헤멘 적도 많습니다.

 

하물며 고급 전자기기를 사도 메뉴얼을 확실히 익히지 않으면

기능을 사용하려 해도 기판 앞에서 길을 잃는 것이 우리들이지요.



박수진_꽃피다_도자_130×50×50cm

 

도예가 박수진이 사과라는 소재를 도자로 구워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것은

선악과를 둘러싼 인간의 의지, 그 선택과정과 결과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의미를 넘어서, 선악과를 고른다는 건, 사회 속에 다양한 입장들 속에 하나를 내가 선택하고

취사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같이 정치적 혼돈이 심한 사회에서

하나의 입장을 일관되게 갖기란 쉽지 않습니다. 입장을 갖는 다는 것은

사회 속 특정 계층이나 사람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일이자

그들에 대한 내 생각의 방식을 굳히는 일이니까요.




박수진_변하지 않는 것_도자_50×30×20cm
 
좌가 옳다. 혹은 우파가 옳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은
결국 하늘을 나는 것은 두 날개의 퍼덕거림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변화하는 시대와 기술 앞에서 고민하고 선택의 상황에 놓이게 되더라도
변하지 않는 불변의 가치는 있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요즘 마가복음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왜 예수는
거리의 부랑자들과, 창기와 당시 손가락질 당하던 계층들과 함께
들판을 다니며,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했을까요? 이 또한 그에게는 하나의
선택이었을 겁니다. 기득권 세력에서 밀려난 이들, 버려진 이들
아마도 예수의 눈에는 그들이야 말로, 따스하게 껴안아야할
우선순위의 군중이라고 믿었나 봅니다.



박수진_변하지 않는 것_도자_40×15×15cm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

그건 뭘까요? 용산참사를 보면서 새삼 배우는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이고, 상대적으로 나보다 갖지 못하고 기회를 갖지
못한 이들에 대한 배려입니다. 정치적 발언과 행동을 위해
망루에 올라간 이들을 가리켜, 법질서를 말하기 전에, 그들의 생존과 관련된
터전을 손쉽게 빼앗았던 것은 아닌지 물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한 그루의 나무와 같습니다.
 
양심이 살아있는 나무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땅과 하늘을 매개하는 상징이 되고, 그 사이에 뿌리를 내린
인간(人間)이 태어나게 됩니다. 땅과 하늘 사이, 그 사이에서
삶의 질서와 조화, 이 땅의 모든 산물들을 빗고 지은 조형자의 힘의 방향과

시선을 읽고, 그 세상을 우리 앞에 보여주는 자. 그런 우리들이 되길 소망합니다.




박수진_선택_도자_40×40×40cm, 20×20×18cm

 

이제 입춘에 접어들었습니다.

어두운 겨울의 시간은 가고, 다시 미만한 연두빛과
발그레한 붉은 사과의 기운이 도는 계절이 다가옵니다.
올해 저는 참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야 합니다. 회사를 설립하는 문제
작가들을 선택하는 문제, 방송활동 여부의 문제, 책을 고르고 쓰는 문제, 사람을
만나 내 속살을 보이고 사랑을 하는 문제, 다양한 협상의 과정들을
겪어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울게 되기도 할거고 많이 아프기도 하겠지요.
중요한 것은 본질, 잊지 않아야 할 것들, 잊지 않아야 할 사람들
내가 껴안고 가야 할 사람들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 겁니다.
 
조건과 상황에 의해 변하지 않는 아름다운 진실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만큼은 제 자신에 대한 존재증명이 되었던 터라
이 공간을 더욱 사랑하는 것을 선택할 것이고, 본질을 상실한 긍정의 바이러스가 아닌
환하게 우리의 내면을 밝혀주는 마음 미술관을 계속해서 증축하는 일이 될겁니다.
여러분이 있어서 벽돌 하나하나 구워 이렇게 건축하는 일이 힘들지 않습니다.
 
다가온 봄을 행복하게 맞으며 한발자욱 한발자욱 걸어보자구요.
올봄.....정말 행복하셔야 해요.....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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