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디자인의 미래, 우리의 미래
2009년 새해가 밝았다. 패션과 미술이란 두 개의 장르를 다루는 블로거 답게 올해는 내 자신을 위한 새해 약속 New Year's Resolution을 나름대로 써보았다. 올해는 부산하게 여러가지 활동을 해나갈 것이다. 방송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고, 다양한 언론 매체에 글을 기고 하는 일도 더욱 세련미를 갖추려고 노력하려 한다.
올해 KT & G의 웹진인 상상마당의 고정기고를 맡으려고 마음을 먹었다. 원래는 작년 12월 부터 기고가 시작되어야 했음에도, 테마를 세밀하게 선정하고 컨셉을 조율하는 일로 약간 애를 먹었다.
새롭게 만들어본 폴더가 바로 『디자이너의 스튜디오』다. <샤넬 미술관에 가다>에서 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잔느 랑방의 스튜디오 그림을 소개한 적이 있다. 나비파 화가가 그린 이 그림 속엔, 그녀가 자신의 딸을 위해 디자인한 의상과 수북히 쌓여있는 직물, 딸의 피아노 소리에서 영감을 얻어 그 외형을 디자인했다는 향수 아르페지오의 원본이 남겨 있다.
상상마당에 기고할 테마로 잡은 것이 바로 디자이너의 스튜디오다. 무엇보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겐 현업에서 실제로 일하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솔솔할 거고, 나로서도 디자인의 영감이랄까, 디자이너의 방법론을 살펴보면서 창의력의 원천을 살펴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의상 디자이너를 비롯, 북 디자이너, 제품 디자이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디자이너들을 실제로 Up Close & Personal (밀착취재)함으로써 독자들의 많은 의문점들을 풀고, 자신들의 역할모델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한복 디자이너도 만날 거고, 디자인 매니지먼트 관련 전문가들도 만나려고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21세기는 디자인의 세기란 수사학을 실제로 체현해내는 일이다.
디자인과 마케팅의 만남, 패션 작가로서의 의상 디자이너의 역할, 위기 속의 한국 패션산업의 치유책등도 함께 다룰 것이다. 상당히 쉽지 않은 프로젝트가 되겠지만, 잘만 해내면, 연재하는 내용을 묶어서 한권의 책으로 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위즈덤 하우스의 출판 편집자와 몇 번 이 컨셉을 가지고 이야기했다. 더 다듬어서 올해 네번째 책으로 내면 좋을 듯.
세번째 책은 패션읽는 CEO란 폴더에서 다루게 될 내용으로 책을 만들고 있다. 패션을 이해하는 경영자들이 되고, 그 내부의 역동적인 논리를 이해하는 감성깊은 디자이너와 일반 독자들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론가와 비평가는 대학에 수도 없이 많다. 문제는 현실을 모르는 고리타분한 디자인 방법론에 묶여 있는 경우도 많고, 디자인이 가야 할 숙제에 대해 학생들에게 사유의 몫을 주지 않는 곳도 많다.
그러고 보니 올해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 경영관련 잡지에서 내게 부탁한 기획 취재가 있다. 바로 『CEO의 옷차림』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의 CEO들의 패션 센스와 그들의 옷에 대한 철학을 살펴보는 코너다. 뭐든 글은 만남의 결과에 따라 나온다.
그만큼 섭외하고 시간을 잡고 심층적인 내면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핵심적인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관건이다. 『CEO의 옷차림』을 통해서 얻어낼 수 있는 내용의 폭은 매우 넓다. 옷차림 하나에 담겨 있는 전문 경영자로서의 태도, 조직에 대한 자신의 비전과 입장, 사람과 만나고 그를 대하는 모습이 오롯하게 녹아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들에게 직접 자신의 분야의 도전점이 무엇인지, 자신이 디자인이란 일을 통해서 정말 얻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알수 있다면 연재하게 될 칼럼은 그 숙제를 다한 것이라 볼수 있다.
왜 이렇게 만만치 않은 일만 하려고 드는지. 나도 내 자신을 잘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요즘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별로 두렵지 않다는 점이다. 나로서는 놀라운 일이라 볼수 있다. 나는 의외로 사람을 가리고 낯을 가렸다. 이런 내가 가르침을 위해, 글을 위해, 책을 위해 사람을 만나고 그에게 내 속살을 열어 보여주는 일이 두렵지 않아 지고 있다는 점. 놀랍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만남을 통해서, 내가 더욱 깊어지고 성장해 간다는 것이다. 꼭 유명인사를 만나야, 세계적인 명사를 만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든, 내가 살아보지 못했던 삶의 무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은 즐겁다. 올해는 그 즐거움을 위해 전화통을 붙들고 열심히 뛰어야 겠다. 올해는 일복이 터진 한해가 될 것 같다.
우연한 만남을 세렌디피티라고 한다.
그 만남의 결을 통해 한 인간의 삶이 바뀌기도 하고 새로운 옷을 입기도 한다.
행운은 결국 준비와 기회를 찾아 뛰는 자에게 신이 주는 선물이다.
<방송사회자 오프라 윈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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