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패션 에디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패션 큐레이터 2009. 5. 22. 22:37

 

 

S#1 패션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스타일>의 작가 백영옥. 우연하게 읽게 된 그녀의 소설에선 갓 빻은 터키산 커피열매의 향이 난다. 텔레비전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니 결과가 궁금하다. 그녀는 패션 매거진 <하퍼스 바자>의 피처링 에디터였다. 소설가로 등극한 이후 그녀의 글을 주로 읽었던 터라, 사실 잡지사 시절의 그녀가 쓴 기사들은 찾아보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소설 <스타일>은 이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처럼 패션 잡지사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담는다. 테마를 빌려왔다고 하기엔 나름대로의 독창성이 있고 이야기 구조가 다르다. 예전 잡지사 에디터를 거쳐 북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책을 하루에도 먹어 치웠다는 그녀.

 

패션 매거진에 일하는 이들 중, 그녀 못지않게 글을 잘 쓰는 에디터들이 꽤 있다. 보그 에디터 김지수의 글도 좋다. 예전 보그 편집장이었던 이충걸의 인터뷰도 인간과 사물의 접점을 종횡무진하며 사람의 본질을 꽤뚫는 매력을 보여준다.

 

패션 저널리즘의 역사를 살펴보면 19세기 초 처음으로 등장한 여성잡지와는 완전히 그 내용이 다르다. 빅토리아 시대 등장한 패션 잡지들은 주로 직물과 색채, 레이스와 같은 디테일과 의복 구성에 관한 매뉴얼 역할을 했다.

 

드레스 메이커들이 판화를 이용해 만드는 이 잡지에 생산비용을 대고 교묘하게 광고를 실었다. 패션 저널리즘의 역사는 이 외에도 패션 인형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최근까지도 파리 오트쿠튀르 협회는 인형에 실제 옷을 입혀 유럽 각국에 보내 유행을 전파했었다. 옷이 입혀진 인형이 도착하면 즉시 옷을 벗겨내어 실제 의복구성으로 옮긴 것이다.

 

S#2 패션 저널리즘의 역사

 

패션 저널리즘은 근대의 활자 매체의 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내용을 담기 시작한다. 패션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보그(VOGUE)가 1908년 설립된 후 하퍼스 바자도 뒤를 이어 1913년 다시 런칭을 했다. 1930년대와 40년대 사이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패션 잡지들이 창간되었고, 이들은 각자 차별화의 길을 걷기 위해 패션 사진에 많은 투자를 했다. 패션 사진의 역사에서 최초로 현장 패션 촬영을 했던 마르틴 무가치를 비롯, 기 부댕, 어빙 펜, 릴리언 바스먼, 루이즈 달 볼프 등 저명한 사진가들이 속속 등장했다.

 

신문 또한 패션 에디터를 따로 두고 다양한 트렌드에 관한 소개 및 쿠튀르 쇼를 소개했다. 인쇄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인해 원가절감이 획기적으로 이루어졌고 경제적 호황기를 맞은 패션 저널리즘은 빛의 속도로 양적 팽창을 즐겼다. 남성잡지 GQ FHM 등이 등장했고 The Face와 I.D와 같은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 잡지도 등장하면서 그 범위의 깊이를 더했다.  

 

 

최근 블로그의 패션 폴더 부분을 대폭 확대했다. <복식사>와 <디자인 리서치> 등도 보강하여 추후에 출간된 책과 보조를 맞출 것이다. 주위에 패션 에디터가 되고 싶다는 이들이 많다. 메이저 패션 잡지사에서 일 하는 후배들에게 물어본 후 답을 해준다. 패션 잡지의 글래머한 매력과 직업의 실제 모습을 착각하는 이들이 많더라는 점을 발견한다. 패션 저널리즘은 유행이란 집단적 행위를 글로 표현하는 일이다. 이 외에도 풍성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는 글을 쓴다. 패션에 대한 시대의 해석자로서 살아야 한다. 그래야만 수많은 광고들과 브랜드들의 광고 유치를 넘어 패션의 본질을 전할 수 있다. 패션 에디터가 되려면 어떤 감각과 능력을 가져야 할까?

 

S#3 패션 에디터를 위한 머스트 해브

 

패션 잡지를 구매해서 읽어보면서 잡지 특유의 문체를 확인하는 것도 좋다. 영어를 포함한 다른 외국어를 철저하게 해두라고 말하고 싶다. 대부분 주요 에디터들과 싸우는 것이 영어식 표현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채 남발하는 부분이다. 가령 "올 2009년 섬머 시즌의 머스트 해브는 올 브라이트 화이트 원피스와 큐트하고 걸리시한 느낌의 뱅글이다" 이따위 문장을 자주 읽는다. 외국어를 남발하는 일. 최근 독자들은 이런 문장에 깊은 짜증을 낸다. 패션 잡지사의 에디터들은 이런 점을 주목하고 고쳐야 한다. 쉬크(Chic)란 단어를 한국어로 옮기면 깊이가 떨어진다는 덜 떨어진 에디터도 봤다. 한국말의 깊이부터 익히라고 말해주고 싶다. 여기에 트랜드를 주체적으로 읽고 해석하는 작업을 위해 복식사

 

공부와 디자이너를 작가의 관점에서 풀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을 가지려면 패션 잡지를 읽는 것 보다 영화 평론가들의 감독연구와 같은 글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작가로서의 패션 디자이너를 연구하려면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모티브(동기)나 패턴, 영감의 방식을 찾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글쓰기의 방식을 배우는 데는 패션잡지란 텍스트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패션 에디터가 신상품만 리뷰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면 착각이다. 이충걸의 글을 좋아했던 건, 그가 건축을 공부했던 이답게 인물 인터뷰를 벽돌을 쌓아 집을 만들듯, 하나하나 주요한 요소와 부차적인 요소들을 걸러내 글로 썼기 때문이다.

 

복식사좀 깊게 공부해라. 옷을 해석하고 설명할 때, 역사적 연속성과 디자인 모티브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그저 광고성 글들이 범람하고 있다. 그래서 화가 난다. 역사를 안다는 것은 당대의 상상력을 과거의 영감과 그 원천을 통해 새롭게 읽어낼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 그래서 복식사가 중요한 것이다.

 

한국에는 아쉽게도 패션의 클래식이라 불릴 만한 책 들이 많이 번역된 편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많이 아쉽다. 필자 또한 출판사 대표들에게 부탁도 한다. 하지만 소비자 층이 엺다 보니 선뜻 책을 내려고 하지 않는다.

 

토마스 칼라일의 <의상철학>이 번역되어 나왔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그가 쓴 앞치마에 대한 묘사를 읽고나면 동일한 사물을 보는 자신의 관점이 상당히 변해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아쉽게 절판이 된 <에로틱한 발>과 같은 책도 권할 만 하다.

 

이 뿐만이랴, 패션이란 황홀한 체험을 대리 만족 시켜주는 수많은 영화와 소설이 있다. 골라서 읽으며 옷이 묘사된 부분들은 줄을 그으며 생각해 보라. <위대한 개츠비>를 보지 않고 1920년대 의상을 어떻게 이야기 하는가 말이다.

 

이외에도 라이프스타일의 선봉이 되려면 남들과 동일하게 문화생활을 해선 안된다. 철저하게 해석자가 되고 독자들에게 전달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니 공부하라. 제발. 쉽게 쉽게 얻으려고 하지 마라. 안나 윈투어의 연봉이 10억이 넘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왜 사주가 그녀에게 그만큼의 돈을 급여로 주는지 생각해보라. 방향성을 지시해 줄수 있는 사람. 우리는 그런 이를 멘토라고 한다. 그녀의 목소리와 심미안이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고 방향성을 줄수 있기에 우리는 통찰력의 댓가로 그녀에게 큰 액수의 연봉을 주는 것이다. 순서를 착각하지 말것.

 

최근 일본복식을 비롯한 동 아시아 복식연구를 위해 문학작품을 샅샅이 뒤진다. 기모노와 유타카의 묘사가 잘 드러난 서양작품이 의외로 많다. <큐레이터의 서재>에서 하나씩 함께 읽어나갈 생각이다. 이외에도 가능하다면 패션 클래식이 될 만한 책들을 원전으로 읽어보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영국판 <보그>의 한 기사꼭지를 실고 기존의 에디터들이 번역한 것과 내가 번역한 것을 대조해 보는 것도 독자 입장에선 도움이 될 것 같다. 상호해석을 통해 언어의 감각을 얻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세월이 지날수록 철저하게 한국어로 아름답게 번역된 패션 잡지들을 읽고 싶다. 기존의 에디터들과 번역자들 또한 심의의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 같이 노력하자고 손을 건내는 거다. 힘내자고......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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