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영화에 홀리다

운명의 짝을 만나는 마술-영화 미후네를 보고

패션 큐레이터 2008. 12. 15. 16:56

 

 

 

아픈만큼 예쁘고

멋진 인간을 만난다........?

 

 

S#1-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꽤 오래전 일이다. 영화 <파니핑크>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도리스 되리라는 독일의 여자 감독이 만든 영화인데, 흥행으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이 작품으로 인해 도리스 되리는 한국 내에 상당한 팬을 확보했다. 이 영화의 원제가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였다. Keine Liebt Mich.

 

서른이 된 여주인공은 결혼을 위해 비디오 결혼 소개소에 간다.

그곳에서 들었던 충격적인 말. "서른넘은 여자는 남자 만나기가 원자폭탄 맞는 것보다 어렵다" 가뜩이나 자기 중심적인 엄마의 딸로 자라, 외로움에 방치된 그녀에게 사회는 여전히 차갑기만 했다.

 

우연한 기회를 통해 만난 마법사이자 친구인 오르페오를 통해 용기를 얻는다. "과거는 죽음 뒤의 뼈 같은 것이라고, 미래가 네 앞에 있어 시계는 보지마 항상 지금이란 시간만 가져" 마지막 주문을 외치고 친구 오르페오는 하늘로 간다.

 

결국 나를 사랑하는 것이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고, 그런 나를 사랑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임을, 어른이 된 지금, 우리들에게 알려준 영화였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아무도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 데는 몇 개의 이유가 있다.

 

그건 자신 안에 남들이 사랑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단점이 두드러져 보이고, 자신의 행동이 못나 보이고 내세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이미 스스로 단정을 내린 상태에서 남들이 자신을 좋아할 걸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의 인생을 사랑하게 되기까지, 어려웠던 건, 어린 시절 독선적인 엄마의 영향이 컸다. 딸의 자존감을 철저하게 깍아내리는 존재,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성을 껴안을 기회가 없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 <미후네>는 바로 자기애를 발견하는 과정에 대한 영화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사랑이란 연금술이 등장한다. 영화에 나오는 각각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신에 대한 사랑을 철저하게 버린 이들이다. 남자 주인공은 자신이 자란 배경을 철저하게

속이고 회사 사장 딸과 결혼도 했고 직장도 얻어, 이제 막 보장된 미래를 향해

달려간다. 이후 아버지의 죽음으로 시골로 내려가게 되고

그 곳에서 정신지체 장애인인 형 루드를 만난다.

그를 놓고 떠날 수 없는 주인공.

 

 

신문에 구인광고를 내 가정부를 찾게 되는

주인공과 광고를 보고 찾아온 리바. 그녀는 도시에서 고급 콜걸로 일하면서

문제아 동생을 돌보는 여자다. 설상가상, 그녀의 남동생까지

퇴학을 당한 후, 시골로 내려와 주인공과 형 루드와 함께 동거한다.

 

이 영화는 동거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람들 각자의 상처와, 그 아픔을 견디는 방법, 자신들의 내면을

되돌아보며,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북유럽판 <가족의 탄생>이란 표현이

어울릴만큼, 이 영화에는 전혀 가족의 구성원으로 뭉치기 힘든 조합들이 보인다.

콜걸과 문제아, 과거를 숨긴 청년과 정신지체아 형이 그렇다.

 

영화 초반, 시골에서 형과 조우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사뭇 예전에 보았던 영화 <레인맨>을 연상시켰다.

"이거....레인맨의 재판인가?"라는 생각을 했던 나로서는 더스틴 호프만을 연상시키는

연기를 한 루드의 모습에 반할수 밖에 없었다. 형을 통해 동결된 마음이 해빙의

시간을 맞나? 라고 예측할 때쯤, 영화는 리바라는 콜걸의 등장을 통해 새로운 지평을 맞는다.

스토킹하고 전화협박하는 남자 때문에, 콜걸까지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온 리바,

결국 그 남자의 목소리가 남동생의 목소리였음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진다.

 

자신을 위해 콜걸이 된 누나를 증오하는 동생의 마음도,

서로에게 상채기만 내는 누나와 동생도 결국은 화해에 이른다. 그 화해의 과정 속에

바로 정신지체인 루드의 모습이 개입된다. 루드의 바보스러움이

세상에 대한 삐딱이가 되어버린 동생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영화 제목이 미후네인건, 형제가 어린 시절

흑백영화로 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에서

농민출신의 사무라이 역을 해썬 도시로 미후네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영화 속 농민들과 사무라이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적 계급의 문제를 지금,

덴마크 사회에 적용하는 감독의 시선은 신선하다. 주인공 크라이스텐은 아버지와 형의 존재를

어떻게든 지우고, 사회에 입사하려 했던 존재였다. 그가 이혼을 당하고, 속여서 얻은 모든 걸

잃었을 때, 가족의 탄생을위한 진통은 마무리 된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 상처는

따사로운 북유럽의 햇살 아래 치유되고, 그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

 

 

영화는 마치 한편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북유럽의 풍광이 인공 조명없이

가감없이 드러나는 화면, 순수한 영상을 위해, 예술영화 선언 '도그마 95'를 부르짖은

감독의 철학과 맞물려, 햇살 아래, 치유되는 인간의 모습이 따사롭다.

 

길을 잃은 남자와 꿈을 버린 여자, 말을 잊은 남자와

삶을 속인 소년의 만남은, 우리 안에 혼재하는 관계의 상처를 드러낸다

결국, 그 상처도, 나를 사랑하고, 나를 수용할 때, 비로서 치유되고 나를 향한

더욱 큰 사랑의 문법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보고 나서 마음이 참 편하다.

 

 

서른이 넘어 남자를 만나기가 원자폭탄을 맞을 확률보다 높다는

<파니핑크>의 냉소적인 미학은 <미후네>의 따스한 햇살 아래 그만 녹아버린다.

그러니, 처자들이여! 혹은 이번 크리스마스를 홀로 보내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진

싱글들은, 두려워하지 말지어다. 북유럽의 따스한 햇살 아래

습진 당신의 마음을 말리고, 다시 사랑을 시작할 때인 것을 배울 것을 당부한다.

 

12월......아직 사랑할 시간은 너무나도 충분하다.....

포기하지 말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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