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 에드나 <킹스 해변 산책> 캔버스에 유채, 2007
찌는 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에어콘을 최고로 높여 틀어놓은 사무실을 벗어나자마자
비지땀이 물 흐르듯 하는 요즘, 그저 코발트 블루빛 바다가 그리울 뿐입니다.
화가 프레드 에드나가 그린 킹스 해변의 모습과 산책하는 노부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밀짚으로 만든 맥고모자와
반바지 차림의 남자, 롱 스커트를 입은 중년 부부의 모습.
아담 베인스 <아침 산책-해변가> 캔버스에 유채, 2006
어린시절 부산에 살아서 그런지
유독 바다를 더 좋아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름이 되면 해운대 비치에서 살다시피 했지요. 얼굴이 까매지도록
(아프리카 쌔깜둥이 세수하나 마나....)란 썰렁한 핀잔과 함께
그렇게 더운 여름을 보내던 옛 시절이 있었습니다.
강이나 들, 산으로 속속들이 빠져나가는 지금,
편안한 옷차림과 패션이 눈에 띕니다. 최근엔 젤리슈즈가 인기라지요?
토마스 게인즈버러 <세인즈 제임스 공원 산책길> 1783년
캔버스에 유채, 프릭 컬렉션, 뉴욕
오늘은 엉뚱하게 옛 사람들의 산책 의상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18-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사회적 체면과
위신을 위해 가까운 산책이나 정원을 거닐때도 화려한 옷차림을 해야 했습니다.
물론 17세기 초부터 시작된 정원 문화와 더불어
부르주아 계급의 여가 보내기 수단으로 이 정원걷기, 산책이 도입됩니다.
문제는 이 정원은 단순히 건강을 위한 걷기의 공간이 아니라, 사교의 공간이었고
자신의 부와 사교적 재기를 보여주는 공간이었다는 점이지요.
르누아르 <산책> 1870년 캔버스에 유채
81.3 x 65 cm, 폴 게티 미술관, 말리부, 캘리포니아
29살 되던 해 르누아르가 그린 작품 <산책>은
당시 여성의 산책용 패션을 매우 정교하게 보여주는 그림이에요.
르누아르가 패션잡지의 일러스트를 그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분이 많지 않답니다.
더누가 르누아르는 인상주의 화가 중에서도 재단사를 어머니로 둔 덕에
피륙이나, 원단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에 매우 능숙했어요.
햇살아래 초록빛 발자국을 찍는 여인의 모습이
단아하고 곱습니다.
르누아르 <산책> 1906년
캔버스에 유채, 165 x 129 cm, 반스 재단
르누아르가 말년에 들어 그린 작품을 보면
여전히 산책용 의상의 존재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스커트 단은
길지만, 예전같이 여인의 신체를 옥죄는 크리놀린은 사라진 지 오래지요.
스커트를 살짝 들어올려 샌들을 보여주는 여인의
센스가 그림 속에 환하게 보여집니다.
현대적 개념의 산책, 혹은 걷기는 예전같이
구별짓기를 위한 움직임은 아니지만, 적어도 레저문화 만큼은
경제적인 급부에 의한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지요.
최근 유가가 폭등하면서 여행산업에 타격이
크다고 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파악하지도 못한채, 유인촌 장관은
촛불때문에 국내 여행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내뱉기도 했지요.
올 여름 해변을 산책하고 싶은 여인들을 위한
아이템, 젤리슈즈는 물에 젖지 않아 부담없이 신을수 있고 가벼운 PVC 소재로
만들어 착용감이 편안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시폰 소재의 원피스와
함께 매치하면 아주 멋질것 같습니다.
왼쪽 디자인은 마크 제이콥스 상품입니다.
스트랩이 달려 있어서 편하게 신을 수 있고, 청록색 바탕이라, 화이트 드레스랑
잘 어울릴수 있을 거 같습니다. 오른쪽은 살바토레 페라가모 제품인데요
동그란 구슬장식이 있어서 화려함을 더합니다.
발리에서 나온 여름 드레스입니다.
모델들은 힐과 함께 매치하기 했지만 앞에서 소개한
젤리슈즈와 함께 신어도 충분히 멋질 거 같아요. 어떤 면에서 보면
현대도 과거와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치적 목적의 산책은 아닐지 몰라도
여전히 내가 가진 경제적 차별화를 드러내는 근거이자
무기가 되는 것이 패션이니까요. 물론 오늘 소개한 브랜드를 살 만큼
저는 넉넉치 않습니다. 시장가서 예쁜 짝퉁 골라보려고요.
친구 하나 사줘야 겠어요.
요즘 머리가 많이 빠져서 고민인데.....
프레드 에드나의 그림을 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죠.
그저 제 옆에 있을 사람은 머리 빠져서 꼴보기 싫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면 좋겠다고요......
'Art & Fashion > 패션 필로소피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지의 매력에 홀리다-한지로 만든 웨딩드레스 (0) | 2008.07.31 |
---|---|
서울 캐릭터 페어 후기-캐릭터로 만난 '상근이' (0) | 2008.07.26 |
손으로 그린 도자기-수아직의 세계 (0) | 2008.07.14 |
바게트 빵이 핸드백을 만들었다고? (0) | 2008.04.11 |
마르그리트 뒤라스-유니폼의 철학을 생각하다 (0) | 2006.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