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이 많이 늦었지요? 저번주 토요일엔
국립 현대미술관을 다녀왔습니다. 참 자주 가는 곳이지만
갈때마다 그 느낌이 좋은 곳이죠. 이번엔 최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중국의 현대미술전을 보고 왔습니다. 오죽 인기가 좋았으면 저번달에 끝나야 하는 전시였는데
10월 말까지 연장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조각공원을 친구들과 천천히 마실삼아 걷는 것도 참 좋습니다.
세계의 미술관을 다니면서 배우는 것은
미술관이란 공간이 결코 오랜 시간 속에서 박제처럼 응고되어 버린 작품들이나
예술품만을 수장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소통의 공간으로
만남의 공간으로, 혹은 교육기관으로서, 다양한 역할의 얼굴을 그려내고 있는 곳이란 점입니다.
그런 점에저 두번째 주 국립현대미술관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
이것은 보스턴 파인아트 미술관이나 워싱턴 국립 미술관도 이런 프로그램들이 있던데
우리도 같이 동참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리고 사진에서 보시듯 마지막 토요일엔 클래식
현악 공연도 한답니다. 백남준의 설치를 보고, 테라스에서 1800원짜리 달콤한 커피도 마시고
음악도 들으면 참 좋지 않을까요?
토요일이라 아이들과 함께 미술관을 찾은 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부쩍 많이 띄었습니다. 최근들어 공공미술, 혹은 미술의 공공재로서의 역할에
대한 논의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미술관의 대중에 대한 개방은 바로 이러한
담론을 몸으로 실천하는 작은 장이라고 할 수 있지요.
천 원링 <중국풍경> 2007, 스테인레스 강철과 울소재 옷감 500*750*300
미술관 앞에 전시된 천 원링의 작품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는 유동적인 것, 아래로 흐르는 강철의 이미지가 주변의 환경을 왜곡하고
실제의 모습과는 다른 형태를 토해낸다는 사실에 주목한다고 하지요.
그만큼 중국의 현실이, 지금의 정치경제적 현실이 이러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씽 딴원 <도시픽션> 2006, C-프린트,170*218cm
씽 딴원의 작품을 볼때마다 양혜규의 아파트 시리즈가 떠오릅니다.
급격한 사회발전과 경제적 진보에는 항상 주거와 집에 대한 사유가 필요합니다.
무분별하게 성장하는 도시 공간에서 사람을 담아내는 그릇으로서의 집의 형태는
하나같이 자기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기 보다는 성냥갑처럼 우리를 가두는 형태로 제시되지요.
그 속에서 다양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작가는 그려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 판쯔 <무제07-4>, 2007,캔버스에 유채,70*200cm
� 판쯔의 작품또한 최근 중국사회의 변모와 그 속에서
긴장과 변화 속에서 갈등하는 청년 예술가들의 정신적인 면모들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리웨이 <앞으로>,2006, C-프린트, 176*264cm
리웨이는 아주 당돌찬 작가입니다. 2000년 상하이 비엔날레에서
초대 받지 않았지만 개막식 진행 도중 아주 특이한 행위 예술작품을 선보이게 되죠
그때부터 중국 현대미술의 신 세대로서, 현재의 중국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 언어를
사진으로 담아내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앞으로를 외치며 나가는 거대 자본주의 앞에
놓여진 중국의 우스꽝 스러운 모습이 드러나있지요.
데이 타먼 <인텔리겐챠> 2006. 캔버스에 유채, 180*280cm
개인적으로 눈에 들어온 작품입니다. 데이 타먼의 작품은 이중의 구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항상 바깥을 향해 열린 창의 구조물과 그 안에 있는
이중적인, 그러니까 두사람으로 표현된 한 사람의 작가의 모습이 있습니다.
작가의 외면과 내면의 모습이겠지요. 바깥에는 지금 현대적인 모습으로 변모하는 중국의
발전상과 그것들이 잉태하는 건축물들의 화려함이 돋보입니다.
그 속에서 아직까지 어떤 노선을 걸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작가의 모습이
드러나지요......정치경제적 급변속에 예술가들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리 후이 <탈바꿈> 2006,스테인레스 강철 및 나무, 600*220*300cm
이 작품.....직접 보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입니다.
나룻배가 항공모함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조형작품으로 만든 것이죠
나룻배와 항공모함, 모두 누군가를 실어나르고, 우리를 어떠한 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것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룻배의 따스함과 정감보다는
무기를 장착하고 평화수호란 미명하에 사람들을 학살하고 대량의 소비와
무기를 실어나르는 항공모함이 중국문화의 새로운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
이러한 군국주의와 중국식 사회주의에 대한 반성을 동시에 하는 작품입니다.
까오 레이 <35동 312호-기린>, 2007,C-프린트, 150*195cm
까오 레이의 상상력은 매우 특이합니다.
그의 사진 작품 속에는 제작한 장난감들이 공간을 점유하지요.
무엇보다도 너무나도 급속하게 도시 공간을 채우는 신규 건축물로 인해
신속하게 소멸되어 가는 건축물들을 찾아 그곳에 가공의 장난감들을 채워봅니다.
자리를 잃어간다는 것은 역사를 상실하는 것이라고 하지요.
그 속을 따스한 피가 흐르는 우리가 아닌 다른 가상의 존재가 차지하는 현실이 무섭습니다
오늘 전시의 테마는 Floating (부유함) 입니다.
한국사회도 70년대에서 90년대말까지 너무나도 급속한 도시화 속에
소비에 쩔고, 변화의 속도에 뒤쳐지는 마음의 풍경을 그려야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러한 부박함과 가벼움을 넘어 진중하게 우리가 서있는 이곳을 다시 한번
디자인하고 가꾸어가야할 필요를 느낍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술관을 간다는 것은 참 매력있는 일입니다.
르누아르가 그랬다지요. "내게 그림을 가리쳐 준것은 다름 아닌 박물관이었다"고요
미술관에 간다는 것은 그림을 보고 그 행복한 시간을 즐기는 것만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그림을 통해 시대의 풍경과 그 프로필을 읽고, 정면의 풍경과 더불어 외곽과 후면의 모습까지
그려볼수 있는 것, 나보다 앞서간 이들의 사유를 통해 세상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그 속에서 풀잎 사람들의 목쉰소리와 항거와 환희를 다시 읽는 일이 더욱 중요하겠지요
이것이야 말로 미술을 배우고 익히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가족들과의 단란함 속에, 느림 생의 템포도 다시 찾는 경험을 하는 것도 소중한 경험이구요
공공재로서의 미술, 미술관에 가는 일이 점점 더 즐거운 생의 부분을 아퀴어가는
이 시간들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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