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한국의 현대미술-도쿄 미술시장을 폭격하다

패션 큐레이터 2007. 9. 17. 21:26

 

 

동경에 도착한 첫날의 여정은 매우 부산하게 흘러갔습니다.

오늘 오전에 올려드렸던 이우환 선생님의 오프닝이 끝난 후 토미오 도야마 화랑에서 하는

구본창 선생님의 신작 사진전, 저녁에는 오늘 소개드릴 김준 선생님의

전시 오프닝에 참석했습니다. 화랑은 스페이스 355란 곳입니다.

 

김준 선생님의 문신 작업에 대해서는 저번에도 소개드린 적이 있지요.

최근 선생님의 작업이 가진 참신함이랄까 매력들이 점점 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열린 이번 오프닝에선 개막날에만 거의 모든 프린트가 판매될 정도였어요.

 

 

이번에는 예전에 소개하지 못했던 신작들의 대부분을 일본 현지에서

볼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말을 들어보니, 이번 작업은 문신을 통한 에로스적인 면들의

표현에도 신경을 쓰셨다고 하네요. 문제는 이런 관점들과 표현들이 일본인의 정서에 아주 잘 부합한 탓인지

오프닝 행사에는 관심있는 일본의 미술계 인사들로 북적거렸습니다.

 

 

명품 소비에 중독된 현대인들의 면모를

다양한 명품 브랜드의 아이콘과 도상을 통해 신체에 덧입히는 작업을 통해서

  우리 안에서 다시 건강하게 되살려야 할 에로스란 힘을 보여줍니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 기반을 둔 갤러리들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 사례로서 연구해볼만 합니다.

예전 박진영씨가 가수 비를 미국에 진출시키면서 각 나라의 특성에 맞추어서 조율된

가수를 찾아서 훈련시켜서 '상품'으로 만들어서 수출하겠다는 일종의 한류 전략을

프레젠테이션으로 보여준 적이 있지요

 

 

물론 김준 선생님의 작업은 바로 이러한 점에서

소비란 행위에 특히 강렬하게 중독된 우리와 일본의 일면들을

잘 포섭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아니나 다를까 일본 현지와 옥션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단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갤러리들의 국제화 노력이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이지요.

 

 

국제 마케팅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문화의 인터페이스가 다른 나라에 어떻게 내 나라의 물건을 가지고 마케팅을 하는가

혹은 유통채널이 없는데, 어떻게 그들에게 다가가는가의 문제였습니다. 최근 영화 '디워'가 미국에서

선전하는 것도 보았고 이렇게 미술 분야에서도 이러한 흐름들은 일종의 큰 물결처럼

굳어져 가고 있지요.

 

 

현지화 전략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투자에는 전략과 더불어 위험요소의 제거라는 양면의 얼굴이 존재하니까요.

어찌되었든 결과적으로 이번 오프닝을 통해 발견한 것은

한국 미술이 이제 본격적으로 중국과 일본, 뉴욕, 두바이와 같은 세계 무대를 상대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고 우리를 알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란 말을 참 많이도 합니다.

하지만 꼭 전통성에 기반한 감성만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볼수도 없지요.

현지화란 그곳의 유통채널을 잡고 물건의 흐름을 통제하는 문제만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문화를 해석하고 여기에 맞는 체화된 제품을 발굴하고 기획하는 것까지

포함되는 문제라는 것을 우리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죽하면 아사히 신문에서 이런 한국미술계의 노력에 대해

<한국 현대미술-일본을 침공하다>란 표제를 들어 쓸 정도였을까요.

최근 신정아 사건으로 미술계가 무슨 도덕적인 문제가 있는 집단인양 혹시라

비난을 받을까 걱정도 합니다. 물론 미술계, 혹은 미술시장이란 다소 지금까지 폐쇄적인 이 곳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열정을 가지고 시장을 개척하는

노력들이 불거져나온다는 것은 참 긍정적인 경제적 신호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이런 노력에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현지화란 수사에 숨어있는

경제적/정치적인 변수들과 어려움은 수도 없이 많을겁니다.

우리는 너무 첫술에 배부르려고 하는 속성이 강한 민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논평하고 비난을 상당히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월드컵 4강 한번 가면

그 다음엔 무조건 우승해야지 양이 차고 디워가 미국에 가면 한방에 무슨 헐리우드를 싹쓸이 해야 하는양

이야기 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우리에겐 아직도 넘어가야할 산이 많고, 현지화와 국제화를 위해

우리 스스로를 준비해야 할 요소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우는 계기가 된

일본 전시회 여정이었습니다. 출발이 좋습니다. 신정아 사건이 어떻다.....솔직히

관심 없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얼마나 이 미술시장에서 작가들 발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해외시장에서 자웅을 겨루어 보려고 피땀을 흘리는지 이제는 알기 때문입니다.

 

전시장에서 사진 작가 오노데라 유키와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분 굉장히 유명한 분입니다. 이분 남편도 뵙고 자이트 포토 갤러리에서 전시도 보았습니다)

이번 여행에 작가 김준 선생님도 직접 저희와 함께 하셨구요. 이번에 많이 친해져서

저로서는 아주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같이찍으려고 선생님을 막 찾았는데 어디에 가셨는지

전시회장에서 증명사진을 못찍었습니다. 선생님이 김치찌게 먹으로 가자고 하셨는데

그때도 너무 피곤해서 따라가지도 못했구요. 많이 아쉽지만, 블로그 덕에 그래도 작가분들

잘 알게 된 것들이 참 감사할 일입니다.

 

한국미술이 일본을 공략하고 이제 세계를 향해서 가야지요....오래걸리겠지만 해보는 겁니다.

못해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안해서 못하는 것이라는 것.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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