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빛으로 그린 그림

그래 나 유방없다 어쩔래-조 스펜스를 생각함

패션 큐레이터 2004. 2. 10. 00:18

S#1-Hope : Drive of My Life

 

오늘은 아주 특별한 한 사람의 삶을 이야기 하려 합니다. 그녀의 삶과 사진철학을 이야기하는것. 이 짧은 지면에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임을 알면서도 너무나도 이 사람을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죽음과 맞서는 용기, 그녀에게서 저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배웁니다. 인간에 대한 존엄과 가치. 오늘 소개할 영국의 사진작가 조 스펜스는 바로 이러한 희망의 근거를 자신의 육체를 빌어 우리에게 당차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934년 영국의 노동자계층의 딸로 태어나 다큐멘타리 작업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관점들을 렌즈를 통해 포착해 왔습니다. 그녀는 46살의 나이에 자신에게 돌아온 사회적 명성과 더불어 유방암 진단을 받게 됩니다. 오늘 써내려갈 이야기는 바로 유방암에 걸리고 난 이후에 'Cancer Project' 라는 사진 작업을 통해 그녀가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메세지들을 다루려고 합니다. 희망에 대한 그녀의 작은 르포르타주를 바라봅니다.

 

 

S#2-Reflection on Jo Spence

 

그녀의 사진 세계는 흔히 페미니즘적 시선을 통해서 주로 독해되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유방암 선고를 받고 병원에서 의사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내어주어야 하는 자신의 육체를 생각하면서, 왜 우리 스스로가 질환을 탐색하는 주체가 되지 못하고 의학담론의 수동적 대상밖에 되지 못하는 가에 대해서 그녀는 반기를 들게 되지요. 사진을 통해서 암검진을 받는 자신의 모습을 담아내면서 스스로 억제할수 없는 감정의 앙금들과 싸우기도 하고 위에서 보듯 How do I begin to take responsibility for my body? 라는 제목의 사진 콜라주를 만들기도 하고 하지요. 아래의 사진을 유심히 바라보세요. 그녀가 유방절제 수술에 앞서 자신의 유방에 쓴 Property of Jo Spence(조 스펜스의 소유물)이라고 쓴 채 덤덤히 찍었던 초상사진이 있습니다. 이 사진을 통해서 그녀는 자신의 육체에 대한 자신의 권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능동적 주체가 되기위한 여성의 은유로서 유방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의 연구를 상기하는 것은 그녀의 작업을 읽어내려 가는 좋은 단초가 됩니다. 고프만은 부정적인 이미지의 꼬리표가 붙을때 그 대상에게 발생하는 사회적 비은혜(disgrace)와 공적 굴욕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학자였습니다. 즉 '오명(stigma)'이라는 것을 사회학적으로 연구했던 사람이었지요. 여기에서 오명이란 사회가 '정상'이라고 규정하는 기준에 순응하지 못하는 사람들 (예를 들면 신체불구자, 정신질환자, 마약중독자,매춘녀) 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오명으로 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에 대한 인상을 관리하고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는 통찰력을 고프만은 보여줍니다.

 

 

S#3-Revealing Stigma Outside the World

 

그러나 조 스펜스는 유방절제수술 이후에도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고 끊임없이 여성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시선 , 즉 '유방을 가지지 못한 존재'에 대해 저항합니다. 즉 절단당한 여성이라는 사회적 오명과 타인의 시선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이것을 사회적으로 '드러냄'으로서 우리가 규정해온 기준이 얼마나 '남성적 응시'라는 기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인지를 고발하고 있는 것이죠. 그녀는 절제수술이후에 유방복원수술을 거절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 왜 여성만이 이러한 수술을 받아야 하는가? 도대체 유방이 있다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전체적으로 내 몸이 멋지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남성들의 시선을 위해서인가? 내게 유방이 없을지라도 나는 여성으로서의 나로 동일하게 존재하고 있다" 수술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투병은 계속되어 끝내 1992년 그녀는 눈을 감습니다. 하지만 이 지상에서 그녀가 숨을 거두는 직전까지, 사진을 통해 그녀의 프로젝트를 이야기했고 공감을 자아냈으며 그녀의 육체를 한없이 사랑했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그녀가 유방절제수술을 받기 전까지 하루가 다르게 모양이 달라져가는 자신의 가슴을 일자별로 찍은것입니다. 그녀 스스로가 그녀의 신체가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대해서 알기 원했고 개입하기 원했기 때문이죠.

 

 

영어에는 육체를 뜻하는 두개의 단어가 있습니다. Body와 Soma입니다.전자는 물리적인 속성으로의 육체를 의미하고 후자는 영혼이 깃들어 있는 집이란 의미에서의 육체란 뜻을 갖습니다. 조 스펜스는 자신의 삶을 통해서 후자의 육체를 가지길 꿈꾸었고 그걸 우리에게 소통하고자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아마도 자신의 죽음 뒤에 자신의 생에 덧입혀질 새로운 육체의 집을 꿈꾸었을지도 모릅니다.

 

For we know that when this earthly tent we live in is taken down-when we die and leave these bodies-we will have a home in heaven, an eternal body made for us by God himself and not by human hands.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상의 장막이 허물어질때-즉 우리가 죽어 이 육체를 떠날때, 천국에서 우리가 가지게 될 집이 있음을 압니다. 그것은 우리의 손이 아닌 내 안에 계신 분을 통해 우리를 위해 만들어진 영원한 육체 입니다.'

 

3년 8개월동안 꾸준히 써온 칼럼이 이제 오늘로 200호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글쓰기였지만 항상 이 작은 공간에서 여러분과 나누었던 꿈의 무게와 깊이는 항상 제 마음 깊이 새겨져 있고, 아직도 갈아 엎어야 할 사진의 묵정밭은 넓고도 큼을 압니다. 한편의 사진이 혹은 그림이 천마디의 말보다도 깊이 우리에게 다가갈수 있음을 알았기에 시작할수 있었던 제 삶의 작은 프로젝트이기도 했습니다. 꾸준한 사랑 보여주신 독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머리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 하루 행복하세요.

 

김홍기의 사진읽어 주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