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Reflection on Familiar Gaze 오늘은 가족에 대한 기억이라는 주제를 한번 다루어 보고 싶습니다. 어린시절 부모님과 함께 찍었던 가족사진들을 하나씩 떠올려 봅니다. 햇빛 쏟아지던 나날에 해운대 해변의 모래사장에서 찍었던 사진, 추석아침을 같이 준비하며 찍었던 사진들이며, 많은 추억들이 생각납니다. 이 안에는 우리 가족의 작은 일상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소중한 순간들을 포착하는 사진의 매력은 중세시대 부터 내려온 가족 초상화의 전통을 이으며 현대가족의 구성원들을 묶어주는 감성의 아교가 된것이죠. 그런데 바로 이런 가족들의 순간들 속에 허위의식이 숨겨 있음을 말하고자 하는 한명의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오늘 이야기 할 '래리 설탄'입니다.
S#2-Larry Sultan-Pictures from Home
1946년 뉴욕에서 출생. 대기업의 간부였던 아버지와 세일즈 전문가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난 그는 비교적 순탄하게 자신의 예술영역을 키워올수 있었지요. 그의 사진세계는 한 마디로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위의 두 사진과 아래한장의 사진은 그의 대표적인 '가족사진 연작'중에서 뽑았습니다. 그의 가족사진은 우리가 흔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가족사진의 의미와는 다소 다른 의미를 띱니다. 성공의 사다리를 올라가며 미국의 꿈을 성취하기 위해 많은 시간들을 바친 부모님의 모습. 그들이 은퇴후 로스엔젤레스 외곽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는 모습은 작가에겐 무너진 미국의 꿈을 반증하는 일면으로 비추어 졌다고 합니다. 흔히 가족사진하면 달콤한 친밀감의 순간만을 기억하기 쉽지만 실제로 그런 모순 속에 존재하는 상실과 깊은 슬픔을 포착하려고 했다는 점이죠.
래리 설탄은 그의 Pictures from Home 연작에서 자신의 유년기와 부모님의 실패한 미국의 꿈을 추억록의 형식으로 만들어내면서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가족사진들이 이념적으로 부각해왔던 '진보와 안정'의 개념들-예를 들면 아이의 출생이나 경제적인 안정, 여성의 사회참여,성공을 향한 열망-을 새롭게 비판적인 시선으로 읽어내고 있습니다. 즉 흔히 말하는 가족앨범에서 가려져 있었던 어둡고 습한 이면들을 들여다 보게 만든 것이죠. 행복한 순간만을 담아두라고 요구하는 코닥 광고의 멘트를 통해 우리에게 각인시켜왔던 미국의 꿈과 '약속의 땅'에 대한 새로운 일면들을 가족(family)의 모습을 포착함으로써 친밀한 응시(familiar gaze)로 바라보게 한것입니다. 그의 사진속에 포착되는 외로움과 무관심, 텔레비젼에 하루종일 잡혀 있는 노년의 일상들을 여린 시선으로 살펴볼수 있습니다. 오른쪽에 작가의 모습이 보이네요.
S#3-Looking Pornography awry 아래에 보는 사진들은 그의 최근 연작 '계곡(valley)'시리즈에서 발췌한 사진들입니다. 자신이 자라났던 캘리포니아의 산페르난도 계곡에는 미국의 하드코어 포르노그라피의 90퍼센트가 촬영되는 촬영장과 소품실들로 가득합니다. 바로 거기서 그는 포르노 그라피라는 '허구'의 세계를 한꺼풀 벗겨내는 작업에 착수합니다. 음란한 섹스신을 포착하는 대신 주변부에서 발견하게 되는 세트장의 분위기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배우들의 모습들을 그의 렌즈로 포착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그의 사진 프로젝트를 바라보면서 이런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그가 이런 포르노그라피의 이면적 모습을 포착하는 목적이 무엇일까?
그는 최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이 계곡 시리즈를 통해서 성적 환상의 공장이라는 포르노그라피가 사실은 얼마나 진부하고 평범한 생산의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 지는가를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이죠. 이 설명을 읽다보니 예전에 움베르토 에코의 '연어와 헤엄치는 방법'이란 책에서 읽었던 <포르노영화를 식별하는 방법>이라는 부분이 떠올랐습니다. 에코는 다음과 같이 짧막하게 설명합니다. "만일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갈 경우 등장 인물이 여러분이 원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시간을 거리에서 낭비한다면, 지금 당신이 보는 영화는 포르노 영화다."라고 말이죠. 즉 본격적인 섹스신 이전에 쓸데없이 삽입되는 수많은 진부한 씬들을 가리켜 그렇게 말하는 듯 합니다.
위의 사진중 제일 마지막 첫줄 사진의 제목이 'Boxers'입니다. 즉 복서견들과 포르노 여배우의 이미지를 중첩시켜 표현한 작품인데요. 이 작품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엎드린 복서견들의 모습이 일종의 은유로서 포르노그라피가 갖는 추하고 암울한 측면들을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사진이란 시각적 기호를 읽어내려 가는 작업을 해가면서 배우는 몇가지 가르침이 있습니다. '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모든 이미지의 이면과 심층에는 우리가 마음의 눈을 통해서만 읽어내고 공감할수 있는 메세지가 있다는 것이죠. 래리 설탄의 '가족사진'연작을 보면서도 이런 생각은 저를 사로잡습니다. 성경에서 말합니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실상"이라고 말이죠. 외면보다는 내면의 중심을 볼때 우리가 보는 기호와 텍스트의 의미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더 한층 깊게 판 우물의 청신함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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