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대한 이비인후과 학회 특강-패션이라는 이름의 교양에 관하여

패션 큐레이터 2019. 7. 11. 00:46



지난 토요일 혜화동 서울대학교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대한 이비인후과 학회 임원 아카데미의 특강을 위해서였지요. 지난번 분당 서울대병원의 SNU 아카데미의 강의를 인연으로 또 이렇게 한번의 특강을 했습니다.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저는 항상 심장이 뛰어요. 되돌아보면 10년 넘게 패션의 역사를 강의하면서 패션이란 키워드를 다양한 화두와 결합시켜왔습니다. 문학이나 철학, 역사와 같은 인문학 담론과의 결합은 그 시작이었고, 옷을 입고 서 있거나 누워있거나, 혹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들의 초상화를 읽는 작업은 다양한 학문의 렌즈를 제 시선에 끼워넣을 때마다 더욱 풍성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제일 처음 그림 속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옷의 실루엣과 소재, 디자인과 컬러, 옷과 관련된 탄생과 문화적 배경을 읽었지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초상화 한 장에 담긴 다양한 디테일을 읽게 됩니다. 출판문화와 문학의 역사, 건축과 실내 인테리어, 가구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주인공이 앉아있거나 혹은 공간을 함께 점유한 오브제에 대한 공부도 해보고, 음악사 공부를 하면서 그림 속 주인공이 연주하는 악기와, 그녀가 손에 쥐고 있는 악보가 누구의 것인지를 알게 된 다거나 하는 것입니다. 경제사와 경영혁신, 마케팅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그림 속 패션'을 읽게 되면, 과연 그림 속 여인의 옷은 누구의 손을 거쳐, 어떤 공정과 생산과정의 어려움을 겪으며, 혹은 귀한 소재들이 어떤 나라에서 값비싸게 수입되거나 자체 생산하거나 하는 과정을 거쳐 나오게 되었는지를 보게 되요. 


저에게 패션은 한정된 시야를 넘어, 세상의 다양한 결과 교양, 한 장의 그림 속에 담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세계의 초상을 읽게 해주었습니다. 어찌보면 우리시대의 교양은 여기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요? 요즘 의사선생님들을 만나면서,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문득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이 있어요. 정말 공부를 즐기는 분들이 많고 참 열심히 듣는구나 하는 생각이요. 이런 분들을 만나면 정말 더 힘을 내서 강의하고 오게 됩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