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큐레이터의 서재

버그도프 굿맨 이야기-나 이곳에 뼈를 묻으리라

패션 큐레이터 2017. 12. 4. 07:06



나는 아마존을 통해 패션관련 서적과 DVD를 구매한다. 하드 커버로 가지고 있는 건, 항상 언제든 강의를 위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기 위해서다. 서재에 한 권의 책을 더 올려놓는게 힘들만큼, 많은 책과 논문과 자료들로 가득하다. 이것들을 제2의 장소에 이관시키고, 글쓰는 스튜디오를 확장해보기도 한다. 한 개인의 지식과 그 속에서의 성장은 그의 서재와 아카이브를 통해 보여지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패션필름이 패션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시적 생산의 양상을 보여주는 주요한 형태로 자리하는 요즘, 유튜브를 제외하고 질좋은 패션 다큐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경로가 많지 않다. 


이번에 산 Scatter My Ashes at Bergdorf Goodman 이란 책도 동명의 다큐에서 나온 것이다. 다큐에서 미처 깊게 다루지 못한 내용들을 묶어서 올해로 창립 118년된 백화점의 이면을 이야기한다. 특히 뉴욕패션이란 것이 하나의 독립적인 패션시장의 요소로 받아들여지기까지, 버그도프 굿맨이란 백화점은 큰 역할을 했다. 미국패션은 파리로부터의 해방, 정신적 족쇄를 풀고 '미국적'이란 형용사를 붙일 수 있을 때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유독 내 서재에는 각국의 백화점의 이력과 역사를 다룬 책들이 한 칸을 차지한다. 이제 백화점은 디지털 혁명과 그 부침에 따라 몰락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유통업태지만, 사실 역사적으로 백화점만큼 인간에게 '정치적 계급의식'을 상업적으로 심어주고 동기부여를 해준 조직도 없다. 내겐 백화점의 역사는 한 나라의 유통업과 백화점이 중산층과 어울려 만들어낸 문화적 리추얼을 공부할 수 있는 텍스트이다. 이 번 책도 DVD에서 보지 못한 내막과 내용들을 많이 담아서 큰 힘이 된다. 빨리 일독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