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가을에 나온 책이니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이 책을 펼쳐들면 기분이 좋아진다. 2012년 유독 자전거가 인기를 끌었다. 패션에서도 사이클 시크란 신조어로 트렌드에 동참했다. 관련 사진집을 비롯해 책자들이 쏟아진 건 당연했다. 내 제자 한명이 자전거 관련 무크지를 편집하며 책도 내곤 했는데 안타깝게 대중들에게 회자되진 못했다.
하지만 런던에서 활동하는 독일의 사진작가 홀스트 프리드리히의 사진집, CYCLE STYLE은 너무나 유쾌하고 흥미롭다. 그는 흔히 런던의 하위문화집단을 골라서 집요하게 사진을 찍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하위문화의 큐레이터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그의 사진은 패셔너블한 런던의 시가와 골목, 시장을 향해 있다. 드레스덴에서 사진공부를 했던 작가가 런던으로 활동영역을 옮기며, 이방인에게 보여진 런던 사람들의 옷차림,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일종의 르포르타주 방식의 사진과 만나 새롭게 태어난다.
고전적인 우아함과 헤리티지를 담은 사진 프레이밍에 트렌드를 포착하는 작가의 눈이 결합될 때, 정말이지 행복한 사진들이, 그만의 사진이 나온다. 은륜을 타고 도시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패션도 더불어 멋지다. 헤링본 수트에서 고가의 수제 수트, 트위트 수트, 이외에도 알록달록 다양한 색으로 범벅이 된 옷들이 도로를 활보한다. 작가의 시선 속에 잡힌 사람들의 사이클 패션을 보고 있자니, 나도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생각이......마구마구 쏟아진다.
작가는 이외에도 런던의 데님 공동체를 찾아 그들이 입은 독특한 데님 패션을 사진에 담기도 하고, 런던을 활보하는 록커들과 오토바이 폭주족들의 가죽 재킷을 찍기도 한다. 내겐 아주 소중한 일상의 패션 자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진 속에 담긴 그들만의 포즈, 인상들, 명멸하는 시간 속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일련의 문화적 연대감이다.
사진을 찍고 이것을 모으는 일, 한 시대의 표정을 찍는 일,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더욱 가깝게 밀착된 생의 순간을 만끽하고 그들과 대화하고 '바로 지금' 내 생의 순간들을 나누는 것.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어찌되었든 이 사진집은 런던의 사이클을 타는 사람들의 스트리트 패션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그들만의 색감과 특색을 보여준 다는 점에서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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