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디자이너 이석태 선생님의 스튜디오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커미셔너를 맡은 전시에 작가로서 초빙되셨기 때문입니다. 이석태 디자이너 이외에도 한국의 기라성같은 중견/신인 디자이너들과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저도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영화 <이브생로랑>을 보니 주인공이 당대의 전문가들, 혹은 자본가들이 패션을 고급예술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부분이 나와요. 사실 예술을 고급과 저급으로 이분법적인 구분을 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여전히 제도권이란 이름으로 예술의 영역들을 구별하고 배제하는 시스템은 공고합니다.
그런 가운데에서 패션이란 영역이 예술과 상업의 교차로를 만들어내는 당대의 뜨거운 부삽질이 된건 참 멋진 일이지요. 이석태 디자이너님과 전시에 대해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여전히 국공립 미술관에서의 패션 전시가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여전히 패션이란 영역을 다소 고답적일 수 있는 미술관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도 않았고,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들을 자주 그려왔던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도 디자이너들과 현대미술작가들과의 협업에서 부터 독자적으로 디자이너를 제시하는 작업 등, 어떤 것도 소홀히 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패션 큐레이팅이 가진 다양한 가능성들을 타진하고, 그것이 단순하게 미술관에서의 학예연구를 넘어선 어떤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패션산업의 미래에서 새로운 물결을 만들 수 있는 촉진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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