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영화 <어느 하녀의 일기> 시네토크를를 위해 압구정동 CGV로 갔습니다. 지난 번 시사회에 이어 두번째로 영화를 본 후 관객과의 시네토크에 들어갔습니다. 저로서는 옥타브 미르보란 작가에 대해 깊게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습니다. 에밀 졸라나 오노레 발자크와 같이 제2제정 시대의 사회에 대한 정교한 묘사와 관찰을 보여준 작가들을 통해, 당대 사회에 대한 정신적 초상화를 그릴 수 있었던 제게, 옥타브 미르보와의 만남은 문학이 사회를 위해 어떤 발언을 하고, 사람들을 일깨울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는 기회였네요.
더불어 벨 에포크 시대의 이중성이랄까, 패션의 렌즈를 통해 당대의 패션과 향장문화, 무엇보다 시대적 배경을 그려가는 일이 흥미로왔습니다. 영화 속 1900년도는 백년도 훌쩍 넘는 과거의 시간 같지만, 실제로는 현재의 우리사회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아련하고 슬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상영 전, 아트하우스 CGV 에서 전주국제영화상 대상작인 <성실한 나라의 엘리스>의 예고편을 보여주었는데요. <어느 하녀의 일기>에서 드러나는 프랑스 사회의 단면과 닮은 한국사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레아 세이두가 연기하는 벨 에포크 시대의 하녀를 보면서,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이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보여주는 감정의 층위와 깊이가 참 와닿더군요.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 요리사 하녀 마리안느, 그녀는 자신을 착취하는 이들에게 오히려 감정적으로 포획되고 그들을 향해 연민을 보여주는 존재입니다. 이런 감정들은 과거만의 것은 아니겠지요. 정작 자신의 권리를 강탈하고, 기득권을 지키는 자에게 지속적으로 표를 주고 정치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심리, 그것이 바로 마리안느와 닮은 우리나라의 유권자들의 모습이었으니까요.
영국에선 에드워디언 시대, 미국에서는 황금시대라 불렀던 프랑스의 벨 에포크. 그러나 자본의 힘이 삶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기 시작한 이 시대의 모습은,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하녀들의 모습은 우리의 5포 세대를 닮았습니다. 역사가 그저 과거의 시간이 아닌 현재를 반추할 수 있는 거울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네요. 금요일 밤, 늦은 시간까지 강의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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