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자_봄-돌장승이 반기는 북인사 마당_2005
습관처럼 주말이면 인사동과 사간동에 나갑니다.
수많은 갤러리와 미술관,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취재도 하고
향이 좋은 모과차도 마시고, 시원한 미풍이 부는 경인 미술관에서
더운 여름에는 차가운 오미자 한잔 마시고 다시 길을 나서지요.
너무 자주 다니다 보니 친숙하기만 한 이 인사동을
수채화로 그리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던 차에 작가 김수자의
<인사동 가는 길> 연작을 살펴보았습니다. 내친 김에 인사동의 역사와 유래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살펴보았습니다. 이왕 취재하는 거 제대로 하고 싶어서
김수자의 그림 속 풍경이 된 배경들을 사진으로 다시 찍어보았지요.
김수자_여름-붉은 석류가 탐스러운 통인가게_2005
인사동은 종로구에 속하는데 예부터 종로 거리는 궁궐에서
사용하는 물건과 진귀한 물건들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던 곳입니다.
임금이 사는 경복궁이 가까운 연유로, 행정을 담당하는 양반 귀족의
크고 멋진 한옥집도 많았답니다. 인사동 길 한가운데 자리한 민익두가家와
경인미술관은 그 대표적인 예랍니다.
김수자가 그린 통인가게의 풍경이 아주 고즈넉 하지요.
이곳은 원래 도예전문 갤러리와 가게가 모여있는 곳입니다.
요즘은 간이 커피가게가 붙어있어 예전의 풍취가 좀 많이 사라졌답니다.
김수자_가을-단풍잎이 곱게 물든 경인미술관_2005
조선 제25대 임금 철종의 사위인 박영효는
갑신정변과 갑오개혁을 일으킨 개화파입니다.
경인미술관은 이 박영효가 살던 집의 별채입니다.
경인미술관에서는 그림도 보고 차도 마실 수 있답니다.
저는 여름이면 이곳에서 항상 시원한 붉은 기운이 도는 오미자를 마시지요.
경인미술관 근처의 민익두가는 명성황후의 조카인
민익두 대감의 저택으로서, 서울시 민속자료 15호로 지정되어 있어요.
이 집은 1930년 박길룡이라는 건축가가 지었는데, 전통 가옥과 서양 가옥이 혼합된
대표적인 개량 한옥이지요. 지금은 ‘민가다헌’이라는 음식점이 되었어요
2008년 선거하던 날....경인미술관에서
인사동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게 된 건 아주 오래전 조선시대부터였어요.
중인계층이 모여 살던 인사동은, 중인들 중에 화가들이 많아서 미술활동의 중심지로 떠올랐지요.
‘인사동’이라는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일제가 지배하던 1914년부터입니다.
이 명칭은 조선시대 행정기관인 한성부의 관인방寬仁坊과 대사동大寺洞의 가운데 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라고 해요.
요즘에 우리가 ‘인사동 거리’라고 부르는 거리는, 종로 2가부터 인사동을 지나
관훈동 북쪽의 안국동 사거리까지를 말하지요. 조선시대에는 이곳에 삼청동과 안국동에서 내려오는
두 줄기 개천이 흘렀는데 이것을 도로로 만든 것이랍니다. 인사동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빼앗았던 시절,
나라를 되찾기 위해 선조들이 독립운동을 했던 곳으로도 유명해요.
김수자_겨울-고즈넉한 골목길로 떠나온 소풍_2005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이 태화관泰和館에 모여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는데,
지금 태화관 자리에는 태화빌딩이 서 있답니다. 학생 대표들이 모여 3·1운동을 준비했던
승동교회도 이 거리에 있어요. 또, 을사조약에 반대해 민영환 선생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곳도 인사동입니다.
공평동 한미은행 앞에는 ‘충정공 민영환 어른이 자결하신 옛터’라는 표지와 상징물이 서 있습니다.
일제가 물러나고 일본인들이 갖고 있던 골동품들이 인사동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이곳은 고미술품이 거래되는 시장으로 더욱 유명해졌어요.
6·25전쟁은 이곳에도 많은 피해를 남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낙원상가를 중심으로 떡집들이 들어서는 계기가 되기도 했대요.
그림 속 카페 귀천을 찾아갑니다.
대학시절에 참 자주도 다녔지요. 천상병 선생님의 사모님께서
운영하는 곳으로 이미 아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저는 이곳에 가면 항상 모과차를 마십니다.
김수자_인사동 가는길_2005
서울속에서 그나마 옛 정취를 느낄수 있었던
인사동도 70년대 이후로 점차 현대화의 길을 걸었습니다.
현대미술을 다루는 갤러리들이 앞을 다투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미술관의 거리로 새롭게 태어났지요. 고서화에서 현대미술에 이르는 다양한
미술작품들을 보고 즐길 수 있는 곳은 여전히 인사동이 유일하다고 봐야죠.
이제 쌈지길이 들어서면서 더욱 모던한 풍경을 자아냅니다.
김수자_인사동 가는길_2005
벤쿠버에도 올드 앤 뉴 거리처럼, 전통과 현대가
병존하는 거리가 있습니다. 인사동이 점점 그런 형태로 진화되어 가는것이죠.
물론 쌈지길도 전통적인 한복집과 최신 트렌드를
특이한 설치물도 인상적이고, 공예중심의 보석작품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물론 애교 넘치는 소품들도 있고요.
남자분들....외박하지 마세요. 후회하지 마시고 얼른 얼른 들어가세여!
그렇게 쌈지길을 다 보고 종로를 향해 걸어갑니다.
현대화의 바람 속에서도 여전히 앤틱 고가구와 제품들이 즐비하게 서서
인사동의 명목을 지켜주고 있지요.
김수자_인사동 가는길_2005
친구가 전통차를 좋아하는 덕에
인사동에서 자주 만납니다. 저는 인사동을 관통해 안국역을 넘어
사간동의 갤러리들을 본 후, 평창동에 있는 갤러리에 가서 작품을 보거나
이후엔 다시 성곡미술관을 타고 넘어와서 커피스트란 찻집에서 커피를 마십니다.
이곳 사장님과는 아주 친하게 지내지요. 요즘 커피에 관한 책을 내고는 바쁘신지 종종
못 뵐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나선 시네큐브에 가서 영화를 보지요.
이것이 주말 오후를 보내는 저의 동선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동선을 그리시는지요.....궁금합니다.
언젠가는 인사동에서 뵐날도 있을텐데요. 그때는 꼭 아는 척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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