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 더 레인보우-사랑은 비를 타고
잃어버린 기억을 가진 남자. 적어도 삶의 전체는 아닐지라도 특정한 시점의 기억만을 상실한 한 남자가 있습니다. 사진 동아리 시절 좋아했던 그의 ‘무지개’ 같은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그에게서 우연하게 다가온 ‘교통사고’로 지워져 있습니다.
지나간 것들을 정리하는 뉴스가 아닌 내일,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를 예측해서 알려주는 이 남자의 직업은 기상 캐스터입니다. 미래란 곧 희망이며 다가올 것들에 대한 설레임으로 가득한 마음의 주단입니다.
마치 사랑을 기다리며 한올한올 짜깁어 가는 페넬로페의 베짜기처럼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날실과 씨실들의 아름다운 연합의 꿈속에서 미래는 새롭게 태어나고 자라납니다.
한 여자가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지하철 내의 분실물 센터, 켜켜히 오른 사람들의 분실물 위의 먼지를 조심스레 털어내는 여자. 예전 사진동아리의 친구였던 진수(이정재) 유실한 기억력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의 마음속은 지우려고 하는 옛사랑의 흐릿한 기억의 그림자만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사랑….그 사랑이 다가오기 위해서 겪어야 하는 또 다른 망각의 코드는 그 둘 앞에 오롯하게 서있습니다. "친구야. 그녀를 찾으면, 더 이상 널...사랑해선 안되겠지?" 친구 연희는 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마도 사랑은 끝임없이 삶 속에서 새롭게 진행되는 운동성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한 듯 보입니다.
"옛날은 다 잊어버리고만 싶었는데... 이제 생각하니 다 소중한 기억이야. 그 속엔... 너도 있거든 나, 이제 기억을 찾고 싶지 않아. 네가 있으니까..." 새로운 시작은 새로운 설렘을 만들어 내지만 또한 새로움은 두려움과 낮설음의 감성을 우리 안에 만들어 냅니다. 익숙했던 관계망의 코드가 지금과는 다른 차원의 방식으로 읽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Traces of Sunshine….내 마음의 뜨락 위에 떨어지는 햇살의 흔적. 여름의 시간, 내 살갖 위로 포개어지는 빛의 방향들은 항상 직립의 형태를 견지합니다.
내 가슴 불이 붙어 잠시 황홀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물 한 모금 나눠 마실 줄 아는 순하고 욕심 없는 작은 기쁨이면 좋겠네 물 한 모금 먼저 떠서 건넬 줄 아는 그런 넉넉함이면 좋겠네 그리하여 그치지 않고 결코 거역하거나 배반할 줄 모르는 샘물이 되어서 그 눈빛 하나로 세상 건널 수 있으면 좋겠네 아아 지금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이 들녘 여기저기 피어나는 평범한 꽃들의 목을 적시는 그저 순한 물 한 그릇이면 좋겠네
김시천의 시를 읽는 오후는 한적하면서도 다소 짙은 희망이 우러 나오는 시간입니다. 순한 사랑을 꿈꾸어 보는 여름의 시간을 보내보고 싶습니다. 이번 여름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하네요. 사랑은 비를 타고 온다는 대사처럼 이번 여름의 시간에는 많은 사랑의 결실과 열매가 우리 안의 대청마루 위에 가득하게 일구어지기를 바래봅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