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지 않은 손님-러시아 미술
다영아......
오늘 하루는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아빠는 요 며칠 쉬는 날을 이용해
바이칼을 비롯 여러가지 러시아의 풍경들을 만나며 모처럼 만에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국내에서 열린 피아노 경연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입상했다는 이야기를 엄마를 통해서 들었다. 이곳에 올때 아빠도 다영이의 컨테스트를 위해
기도하면서 예전에 읽었던 피아니스트 러셀셔만의 '피아노 이야기'를 다시 읽고 있다.
이 책은 읽을수록, 세월이 지날수록 진한 삶의 무늬가 내 안에 아로새겨지는듯 해.
"To play the piano is to consort with nature.
Every molecule, galaxy, vapor, or viper, as well
the sweet incense of love's distraction, is within the hands
and grasp of the pianist. The result may be a mess or a blessing...."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은 곧 자연과 조응하는 것이다.
모든 분자와 우주, 증기, 사랑이 달콤한 향기 이 모든 것들이
피아니스트의 손에 있다. 결국 그 결과는 축복이거나 혹은 혼란이 될수도 있다.
오늘은 너에게 러시아 미술사의 몇몇 작가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아빠는 이제까지 세계를 다니면서 그 나라의 작가들을 공부하는 것을 한번도 게을리 해본 적이 없다.
미술이란 매개를 통해 세상을 걸러냈던 사람들의 상상력을 공부하는 것은 그 사회의 언어를
공부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는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위대한 작가들이 많이 있다.
우선 현대미술에만 해도 그 유명한 칸딘스키니 말레비치니 하는 작가들이 있을 것이고,
아빠와 다영이가 함께 좋아하는 마르크 샤갈도 원래는 러시아 작가다. 이 사람을 프랑스 작가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오늘은 이러한 작가들 외에 19세기 러시아 미술에서 서늘하고도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레핀이란 작가에 대해서 소개하려고 한다. 1844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그는 55년 부터 예술에 입문하게된다.
그후 성상 작가였던 크라이노프 아래서 회화 수업을 받게 되지.
1872년 그는 자신에게 가장 유명세를 가져다준 한편의 그림을 그리게 된다고 하는구나
위의 그림이 '볼가강의 뱃사공'이란 작품이다. 프랑스에서 오랜동안 인상파의 영향을 받았던 작가답게
그의 그림속에는 항상 빛과 색채의 이용에 있어 인상주의적인 느낌을 많이 받게 하는 요소들을 찾아볼수 있다.
레핀의 그림중 가장 걸작이라고 평가되고 있는 "기대하지 않은 손님"이다.
망명길에 올랐던 아들이 돌아와 어머니와 함께 해후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지.
사실 이 작품을 유명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이념이었다. 그 당시 레핀은 유행하던 풍속 및 장르화의 전통을
이 그림을 통해서 극복하게 되. 즉 역사가 아닌 러시아 당대의 이상이었던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의
전통을 새롭게 만들어 내게 된 것이지.
물론 이러한 전통적 인식과 이념의 결합을 예술적으로 아름답게 절충시켰다는 점도
중요하지만그의 그림 속에 드러나는 빛의 사용법은 프랑스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고서야
드디어 빛을 보게 된 것이라고도 할수 있다. 그의 그림 속 바닥과 인물들의 대조,
빛의 사용은 드가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수 있지.
1884년 그려진 레핀의 딸 베라 레피나의 그림이다.
녹색물이뚝뚝 떨어질것 같은 복장에 크림색 타이즈와 밤색 슈즈를 신은 그녀의 딸.
레핀은 낭만주의적 이상과 사실주의적 이상을 이 그림에서 가장 잘 절묘하게 절충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그림을 볼때마다 아빠는 다영이 생각이 났다.
항상 다영이가 입는 옷은 아빠가 잘 골라주곤 했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지.
크림색과 브라운색이 어찌나 예쁘게 잘 어울리는 딸이었기에.......
아빠가 요즘 몸이 영 무거운 것이 오늘은 편지를 쓰는동안도 계속 글이 자꾸 밀리는것이 좋질 않구나.
해열제를 먹고 며칠 쉬고 나면 괜찮겠지. 요즘 환절기라 다영이도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고 잘 지내길 바란다.
모스크바에서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