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교육연수원 행복특강-옷은 인간의 행복을 비추는 거울
창원의 교육연수원에 다녀왔다. 400명이 넘는 공무원들을 위한 행복특강을 했다. 행복특강 답게 인문학적인 이야기보다는 옷과 우리의 삶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일상의 정서와 올바른 마음의 습관을 만드는데, 옷이란 사물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이야기 해봤다. 강의 전 용지호수를 한적하게 산책했다. 걷기만큼 마음의 무늬를 정리하는데 좋은 습관은 없다. 사선으로 쏟아지는 초가을의 옅은 햇빛, 가을미풍은 바람에 졸음을 가져오는 약이라도 탄건지, 풍과 화, 수, 이 모든 것들이 하나가 되어 넘치게 피어나는 순간, 산책은 항상 이 순간 속에 나를 돋을새김한다.
가을이 다가오는 시간, 하늘을 대칭으로 마주하며 비추는 호수의 물빛이 곱다. 호수 주변에 조각 비엔날레 작품들이 있어 하나씩 살펴봤다. 하늘의 색과 닮은 귀여운 형상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창원은 지금껏 꽤 자주 내려갔다. 성산아트홀에서 열리는 수요 아카데미 강의는 600여명씩 자리를 하는 큰 행사다. 서울의 왠만한 곳보다 더 많은 청중들과 만나야 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오늘은 경상남도의 공무원들을 위한 행복특강이었다. 옷이란 것이 얼마나 마음의 습관을 만드는데 영향을 미치는지, 그 습관의 자리를 어떻게 매울 때, 우리의 삶은 좀 더 감성깊은 생이 될 지, 뭐 이런 주제들을 놓고 고민하는 자리였다.
강의를 할 때, 절대로 단상에 서서 하는 법이 없다. 나는 어찌보면 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찾아가 말을 건내고, 수다를 떠는 걸 강의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나 스스로에게 말할만큼, 프레젠테이션으로 심도깊은 인문학 이야기만 줄창 교과서처럼 나누는 것은 때론 지루하다. 인문학이 우리의 생을 만날 때, 우리의 삶에 일어나는 변화란 확연하지만 그 변화의 속도가 워낙 느려서, 사람들은 인문학 강의의 효용에 대해 약간의 의심을 표할 때도 많다.
옷입기, 옷을 고르고 선별하기, 내 몸에 옷을 맞추기, 타인들에게 현재의 내 모습을 비추기, 좋은 반응을 얻고 여기에 대해 감사하기, 옷을 개고 걸어놓기, 옷을 수선해서 다시 입거나 기부하기, 옷을 소각하는 전 과정에서 우리는 생의 작지 않은 노동을 해가는 셈인데, 이 과정 하나하나를 즐겁게 하면서, 나를 돌아본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강의를 함께 해준 많은 분들과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면, 내가 채워지는 느낌이다. 항상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