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루이비통에게 배우다-하늘과 땅과 바다를 조우하다

패션 큐레이터 2016. 6. 16. 15:25



지난번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루이비통의 <VOLEZ VOGUEZ VOYAGEZ>전시가 현재 동경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지각은 대중의 감각이 변할 때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여행의 필요성이다" 저는 루이비통의 이 말을 오랜동안 곱씹어봤습니다. 철학에서 흔히 인간이 인식이란 걸 시작하는 것은 '낯섬'과 조우할 때라고 하잖아요. 루이비통의 철학은 이 낯설음과 조우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성장을 도모하려는 인간의 의지를 담습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여행이란 인간의 행위와 함께 태어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죠. 루이비통은 사실 핸드백 보다 여행용 트렁크를 그 발생의 원천으로 삼는 브랜드입니다. 



루이 비통은 인간의 삶에서 새로운 지각과 인식은 여행을 통해 이뤄진다고 믿었습니다. 루이비통의 역사는 어떤 점에서 보면 항해를 위해 해도가 완성되고 지상에선 열차를 비롯한 교통매체들이 점점 거리를 장악하게 되는 기점과 닮아있습니다. 인간의 삶 속에서 속도란 개념이 등장하고, 공간과 시간의 단축을 이뤄내는 근대적 모더니티의 풍경에서 루이 비통은 도시 속 여행, 도시간 여행을 통해 새롭게 자신을 알아가려는 인간들의 욕망을 포착합니다. 떠나고 싶은 자의 욕망을 담는 최고의 패션 액세서리는 무엇일까요? 바로 트렁크입니다. 




자신의 소지품을 가장 안전하게, 옷은 구김이 가지 않게 운반하고 싶은 욕망, 루이비통은 '패션제품을 위한 완벽한 패키지'란 명제 하에서 여행이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욕망을 읽어냅니다.  루이 비통은 한정된 공간을 운영하기 위한 최적의 디자인을 고민해왔습니다. 마차란 공간, 기차란 공간, 자동차란 공간, 혹은 도시의 포도위를 걷는 여인들의 손과 팔의 공간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공간을 재구성하며 자신의 공간을 확장해갑니다. 교통수단의 진화과정을 보면 루이비통이 보인다고 해할까요? 사람과 사물이 함께 교통수단에 탑승할 때,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수납공간과 그 효과적 배치도 중요한 문제가 되지요. 이번 전시에 나오는 루이 비통의 제품들은 그 당시 사람들의 요구조건이 무엇인지 잘 보여줍니다. 옷장 기능을 하는 트렁크, 모자를 담고, 빈 공간에는 대야를 놓아서 아침에 세수를 할 수 있게 해놓거나, 수면 위에 뜨는 트렁크, 트렁크와 침대를 결합시킨 제품 등 그 혁신은 말할 수 없이 깊고 넓습니다. 훌륭한 환경이 훌륭한 작품을 만든다'는 루이비통의 철학.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작업 공간을 만들 때도 최선을 다한다고 합니다. 사실 루이 14세 이후로 그의 후광을 입고 독립했던 모든 장인들에게 내린 왕의 칙령이기도 했습니다. 




파리의 아니에르는 눈이 덮인 스위스의 정상, 브랜타 발리나 몽생 미셸 등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작업을 할 수 있지요. 최근 방문한 볼로뉴 숲의 루이비통 재단도 프랑크 게리의 해체주의적 건축철학을 입어,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겠다는 여러겹의 날개를 표상하는 듯한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루이 비통의 작업장은 건축학적으로 곰삭여볼 만한게 많습니다. 항상 물과 빛과 그 사이를 관통하는 적요함이랄까? 질서감있게 배열된 각 공간들은 현재의 루이비통의 어떤 정신성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최근 기업에서 명품학 강의를 합니다. CEO들을 상대로 한 강의지요. 물론 임직원들이 함께 합니다. 



명품이란 어찌보면 꼭 프랑스발 제품들 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이탈리아나 독일, 혹은 영국과 같은 동일 유럽 국가들에 비해 브랜드의 우위수준이 높고 점유율이 크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죠. 중요한 것은 하나의 사물을 오랜동안 진중하게 만들어온 브랜드를 통해 정말 배워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를 익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맨날 경영과 산업의 위기를 이야기합니다. 명품을 만들자고 하고, 혁신을 외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혁신이란 구호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지요. 인간이 혁신이란 걸 정말 하려면, 인간 존재의 심연에 있는 '새로움'  에 대한 열망과 그것을 열개하는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한 기업의 전시회에 그치기보다, 루이비통을 통해 여전히 공부하게 되는 건, 그런 인식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