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큐레이터의 서재

패션산업을 연구하려면-사례부터 제대로 읽자

패션 큐레이터 2016. 1. 5. 18:57



패션을 가르치면서, 미학과 복식사에만 전념하고 싶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나 스스로가 워낙 오랜동안 유통업과 제조업 전반을 경험한 터이고, 마케팅 스페셜리스트와 컨설턴트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의상학과에 다니는 제자들이 석사과정으로 의상학과 대학원에 가서 패션경영이나 마케팅을 공부하는 걸 극부 반대해왔다. 차라리 의류회사에서 5년 정도 아무리 힘들어도 현장에서 매일 공부한 후에 차라리 경영학 석사를 공부하라고 말해왔다. 이것도 대단한 대안은 아니지만, 전자보다는 나아보였다. 패션은 마케팅과 브랜딩만 안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결국 패션이란 체계를 기업의 측면에서 공부하려면 그 전면을 다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것도 이론적으로 배울때의 이야기다. 현장에서 힘들게 익혀가며, 일지 써가며 틀린거 반성해가며 뼈져리게 배우는 사람을 이겨내진 못한다.


경영학 공부를 할 때도 그랬다. 자칭 경영대학원에서 읽는 다양한 경영사례를 공부하면서 많은 학생들이 이걸 왜 공부하는지 조차도 모르는 이들을 자주 봤다. 토론용 자료를 외우고 앉아있질 않나, 사례란 걸 공부하는 눈을 가진 교수를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한정된 자료와 데이터 안에서 회사의 문제를 파악하는 법, 그 안에서 의사결정을 위한 용기를 내는 것인데, 교과서 외우듯 회사의 연혁이나 외우고 있는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맨날 전략우위니 지속가능성이니 말은 어디에선가 들어서 알긴 하는데, 그런 추상적인 단어를 기업현장에서 숫자로 풀어내서 설득하는 건 모르고 있었다. 


조셉 핸콕의 패션 브랜딩 사례집도 그렇다. 이런 사례집을 볼 때마다 아무리 새로운 회사가 소개되어도 그다지 새로울게 없는게, 인터넷 쳐보면 다 나오는 자료를 나름 정리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다. 래쉬가드가 유행한다고, 에슬레저가 유행한다고 관련 기업들을 읽는 것. 뭐 나쁘진 않다. 그런데 이런 회사들의 사례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그림이 없다. 이번 개정판에선 안경대여로 성장세에 들어선 워비 파커Warby Parker나 최근 유행세인 에슬레저의 바람을 타고 LuluLemon이외에도 라이프스타일 브랜딩 사례로 랠프 로랜등이 들어갔다. 좀 지겹다. MAC과 Topshop에 대한 사례연구도 새로 들어갔다. 외국에서 나온 사례집 조차도 답답하니, 그걸 베껴서 책으로 내는 이 땅의 교수들의 책도 답답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사례에서 경영학이 아닌 경영을 배워야 하고 남이 해놓은 관행을 캐논으로 받아들이기 보다, 관행을 내 기업 혹은 내가 창업할 업체에 적용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이건 무슨 교과서의 공식같은 것이 아니기에, 항상 타 회사를 텍스트처럼 읽기 위해 비판적 관점들을 가지고 와야 한다. 책을 그냥 읽기보다, 나 스스로 기업에 대한 연구를 해가며, 내 관점과 쓰려진 관점을 비교해봐야 하는 것이다. 자칭 머천다이저가 되겠다는 아이들이 숫자놀이 못하고 숫자의 이면을 읽지 못하는 걸 볼 때마다 답답한다. 이제 경영대학원에서 자칭 다른 업체와 업태에 있었다는 자들이 토론을 통해 배운다는 사례연구도, 그다지 통찰력을 못줄때가 많다는 걸 알게 된 나이가 되었다. 왜 그럴까? 잘 모르는 놈이 머리 속에 '이럴거야'라고 떠드는 말은 들어봐야 도움이 안된다. 중요한 건 방법론이고,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고 그들의 욕구를 평가할 지표와 모델링 방법을 만드는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중요한 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