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큐레이터의 서재

패션과 리빙-인테리어 영감을 얻기 위하여 산 책들

패션 큐레이터 2015. 12. 7. 18:34



올해 패션과 더불어 강의에 가장 자주 등장한 테마가 인테리어와 건축이다. 그만큼 집과 실내장식, 패션은 의외로 하나의 몸으로 묶여있고 동일한 사고의 라인을 따른다. 한 시대의 장식미술과 편안함의 감성이 하나로 묶이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 복식사와 비즈니스 중심의 강의는 요즘 패션과 리빙을 토대로 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관련책들도 이쪽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한국사회처럼 툭하면 트랜디한 어떤 감성이 특정 기간을 지배하기 쉬운 나라에서, 스타일과 자신의 개성의 방점을 찍는 공간연출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만큼 공간은 인간이 하나씩 빚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18세기는 그저 로코코란 한 시대의 이름으로 풀어낼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삶의 혁신이 벌어진 시대다. 우리들의 인테리어도 그렇고. 공간을 풀어가는 것은 패션과 건축이 동일하다. Space에 대한 단상은 건축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사이에 무엇을 채울까도 마찬가지고. 또 열심히 읽어야겠다. 



한스 브롬퀴스트의 인테리어를 위한 영감의 아이디어는 참 좋은 책이다. 세밀하면서도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힘을 준다. 공간에 대한 인식은 반드시 이 거시와 미시의 두 세계를 함께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인류학자들과 18세기 역사가들이 쓴 사물의 역사와 인류학에 대한 텍스트를 주로 읽었다. 물론 현재적 관점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밝혀야만 그것은 과거와 현재와의 담론이 연결되는 것이다. 하나의 화두를 얻을 때마다 애를 먹는다. 몸도 아프다. 읽어야 할 텍스트의 양은 늘고, 써내려가야 할 양도 는다. 그럼에도 참 신나는 일이다. 



이번 달 패션과 공간에 대한 생각을 넓혀보고 역사와 현재의 인테리어 문법을 연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주는 책들을 골라봤다. 서재에 한 코너가 채워질때마다 작은 강의 하나가 태어난다. 오마이 스쿨에서 내일부터 김홍기의 패션이야기가 온라인으로 시작된다. 특정 기간을 정해놓고 돈을 지불하고 들어야 하는 구조지만, 많은 이들이 강의에 참여해주고, 이로 인해 복식사가 그저 옷의 연대기가 아니라, 한 시대의 정서구조를 담는 작은 사물에서, 트렌드란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가는 기적의 사물이자 흐름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솔직히 요즘은 복식사 강의가 조금 지겹다. 일년에 100회 이상 복식사 강의만 했으니 그럴 것이다. 



고인 물이 되지 않기 위해, 지금껏 했던 복식사 강의를 시대별로 하나씩 쪼개어서 10시간 짜리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을 해본다. 패션이란 렌즈로 다양한 시대의 공간, 쇼핑, 젠더, 자본, 패션 트렌드, 메이크업, 등 다양한 것들을 살펴볼 수 있으리라. 항상 깊어진다는 것은 매력적이다. 그만큼 더 혹사시켜 그 진실의 속살로 들어가야 한다. 난 이런 시간이 항상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