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디올 에스프리 전시에 다녀와서-패션을 읽는다는 것은

패션 큐레이터 2015. 7. 16. 13:59



동대문 DDP에서 열리고 있는 디올 에스프리 전에 다녀왔습니다. 외국에서 수차례 본 전시임에도 항상 볼 때마다 마음이 설렙니다. 옷의 역사성을 풀어낼수록, 그 실타래 한 올 한 올에 담긴 강력한 패션의 힘을 느끼게 되요. 많은 사진을 찍었고, 사진 하나하나 정리하며 옷에 대해 설명할 수도 있지만, 오늘 포스팅에선 별로 그렇게 하고 싶질 않네요. 디올 전시 시작되면서, 기업에서 디올 강의 요청이 너무 많이 들어옵니다. 안타까운건 디올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텍스트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거에요. 최근에 디올 자서전과 사전을 번역하기 시작했는데, 좀 서둘러서 전시에 맞춰 출간할 걸 그랬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아쉬운건, 전시기획을 한 외국측 큐레이터의 서지능력, 작품 해석능력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만큼 한 시대의 옷을 이해하려면 전시에서 본 옷 하나하나를 철저하게 재구성해서 읽어내야 합니다. 블로그에 솔직히 공표하고 싶지도 않고요. 그래봐야 저의 생각이고, 그의 옷에 대해 미리 좀 읽어낸 이의 주장일 수도 있습니다. 옷은 그 자체로 여러분의 시각과 경험 속에서 진행과 이해의 완결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가서 직접보고 느끼세요. 그리고 그가 살았던 시대에 대해서는 일반 역사가들, 문화사와 정치사, 미학책을 통해 제대로 독해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국내 서양복식사 연구자들의 책과 강의는 매우 단편적이고, 옷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하지만, 단어의 재배열인 경우가 많으며, 동어반복적입니다. 서구에서 나온 문헌을 조각조각 번역해서 옮겨 쓴 글들이 대부분이죠. 이건 서양도 마찬가지입니다. 패션을 읽기위해 다양한 시각이 요구되는 시대, 통찰력이 많이 부족해요. 뭐라 비난할 수도 없는것이 학제간적 접근이란 말은 맨날 하면서도 정작 이런 시도가 본격적으로 이뤄진게 채 10년이 안됩니다. 외국도 이제서야 다양한 분과의 학자들이 패션을 비판적으로 읽기 시작한걸요. 그나마 국내에선 그런 문헌 하나 제대로 번역작업도 못하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바쁘신' 교수들이 그런 문화적 번역작업을 할 시간이 없죠. 


디올의 대표작 Bar Jacket 과 뉴룩이 전시장 들어가자마자 바로 앞에서 여러분을 만날거에요. 왜 이 시대의 여자들이 저 룩에 감정적인 동의를 했는지, 생각하며 황홀하게 느끼는 시간이 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