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태국 끄라비 여행-리츠칼튼의 로맨틱한 해변가 디너

패션 큐레이터 2014. 6. 10. 23:34


끄라비의 리츠 칼튼 호텔 리저브 풀 빌라에 머무는 첫날 저녁

아내와 함께 로맨틱 디너를 신청했습니다. 200불이란 비용이 적진 않지만

오렌지빛 노을이 토해내는 잔열이 곱게 퍼지는 해변가를 배경으로 멋진 식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예약을 하면 해변가에 딱 한 커플만을 위한 테이블을 차려줍니다.



요리사와 담당 웨이트리스가 성심껏 사진도 찍어주고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연신 웃어주시더군요. 행복한 시간은 

느리게 흐르는 법이라는데, 음식이 서빙되는 동안도 즐겁게 대화를 하며

노을이 편만하게 바다 표면을 채우는 시간을 기다렸지요. 




참 오랜만에 정장을 입어봅니다. 여행가서 사랑하는 사람과

이런 정찬을 제대로 즐겨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구두며 드레스 셔츠며

수트를 제대로 챙겨서 갔습니다. 근데 어찌 제 표정이 좀.....**;;



버틀러(집사)가 전날 정찬코스를 어떤 것을 선택하겠냐고 물어봅니다.

웨스턴 코스와 태국 전통코스 중에 후자를 택했고요. 위의 사진은 그냥 새우깡같은 

과자맛이 났어요. 세팅되기 전부터 테이블에 놓여져 있더라구요. 

이제부터 정찬 코스 설명에 들어갑니다. 



애피타이저로 나온 얌 쏨오(Yum Som O)는 태국의 대표적인 

포멜로 샐러드입니다. 포멜로는 열대 과일입니다. 우리는 흔히 자몽이라고 

하지만 자몽은 포멜로의 일종이죠. 붉은 계열의 열매요. 이 포멜로의 과육을 말린 새우와 

허브, 여기에 칠리 파스타와 라임주스를 살짝 섞어서 새콤하게 식전 미각을 돋웁니다. 



이건 쏘르 부아 꿍(Thor Bhua goong)이라는 건데요 태국 현지의 

허브와 참새우를 튀긴 템푸라 요리 입니다. 



이건 메인 요리로 먹은 마싸만 커리 입니다. 카레 요리야 각 나라별로 

특유의 해석을 통해 미각을 만들어내는데요. 특히 이 마싸만 커리는 2011년 CNN

에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 1위로 뽑힐만큼, 태국인들에겐 자랑거리입니다. 이 마싸만

이란 단어는 태국어는 아니라고 해요. 자료들을 찾아보니 이 커리 요리는 말레이지아 궁정에서 발전한

 것이고 말레이지아 말로 새콤하다는 뜻의 마쌈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네요. 



메인요리로 나온 태국식 볶음밥입니다. 카우팟 푸라고 푸르는데요

카우는 쌀, 팟은 볶는다는 뜻입니다. 카우팟은 주로 계란과 고기 여기에 남쁠랴라

부르는 태국 현지의 전통 어류로 만든 간장을 소스로 하는데요. 카우팟 푸는 바닷가재의 살을

발려 태국식 자스민 쌀과 함께 요리합니다. 



이것도 메인에 나온 팍 미엔 팟 카이입니다. 태국 현지의 시금치를 

계란과 굴소스와 함께 볶아낸 것입니다. 



메인 요리들이 테이블에 쭉 오르면 본격적으로 바다는 오렌지빛으로 

변해갑니다. 노을이 바다를 찬연한 색으로 덮을 때면, 지금껏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기까지 함께 한 시간들이 앙금처럼 바닷 바람의 입자가 되어 떠돌게 되죠. 이 날을

다시 추억하게 될까?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자신을 정련하는 제가 되고 싶습니다.



우리 둘다 술을 잘 못해서 분위기만 돋구기 위해 샴페인 한잔씩만......

여기에 요리가 곁들여지고, 약간 차가운 느낌의 바람이 살에 와닿는 시간이 됩니다.



넓은 바닷가를 배경으로, 딱 한 커플만을 위해 제공된

저녁식사입니다. 사실 근사한 디너 코스들을 종종 다녀보긴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죠. 



태국식 과일 모듬과 밥 위에 과일과 초컬릿을 얹어낸

디저트까지 오물오물 넣고선.......



레스토랑 옆에 놓여진 야간 파빌리온에 살짝 들러 기념사진도 찍어봅니다.

이브닝 드레스를 멋지게 입은 아내의 사진을 담고요. 



방에 들어오니 버틀러가 보낸 작은 선물과 정성스런 손 편지가 

놓여있네요. 리츠칼튼 풀 빌라에 머무는 동안, 버틀러가 어찌나 근사하게

보살펴주었던지, 우리의 버틀러였던 엄(AOM)이 정말 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도요.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저 노을처럼 짧다지만, 아름다운 화양연화의 시간을 기억의 지층 속에

곱게 접어, 힘들때마다 꺼내 읽고 또 읽어가며 지금 옆을 지키는 사람과 살아가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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