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들은 지금부터다......5월 5일
요즘 들어 일상의 사진들을 많이 담는다. 페이스북 덕분이 아닐 수 없다.
학생들에게 예전처럼 패션 관련 원서 리뷰를 왜 안올려주는가 하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한마디 해줬다. 누군가 해주길 기대하지 말고, 그대가 먼저 읽고 써보면 안되냐교
물론 글은 언제나 쓰고 있고, 내 컴퓨터에 차곡차곡 저장하고 있으니 책으로 내면
될일이다. 자기 스스로 텍스트를 치열하게 읽고 생각하고 사유할 생각보다
검색만 하고 있다. 그러니 문제가 부딛힐때 얼굴이 사색이 되지 싶다.
5월 5일. 잔혹한 4월의 명멸하는 시간을 뒤로 하고, 5월의 첫주 주말이다.
광화문에 지인을 만나러 나갔다. 항상 다니는 길이고, 대학시절부터 지겹게 걷는
길이지만 난 이곳이 참 좋다. 삼청동과 인사동, 광화문까지 예전엔 만보계를 허리춤에 차고
걷곤 했다. 갤러리가 즐비하던 삼청동 골목은 이제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옷 가게가
장악했지만 그렇다고 잔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다. 걷기 전엔 잘 먹어야 한다.
청포도와 루콜라, 치즈, 배를 곱게 갈아넣은 샐러드와 훈제 소시지와
토마토 소스로 버무린 파스타, 피자를 먹었다.
이곳은 항상 느끼는 거지만 샐러드 양이 참 많다. 그래서 좋기도 하고
피자를 먹다 결국 두 조각을 남기고 말았다.
볕이 좋은 날이니, 가게 내부보다, 테라스에서 식사를 했다.
사실 나는 외부를 항상 더 좋아한다. 실내 인테리어를 보는 재미로
레스토랑을 찾는 이들도 많지만, 사실 나는 날씨만 허락하면, 왠만하면 옥외
로 나와 식사를 한다. 싱그런 라일락 향기가 조금만 있으면 덕수궁 뒤 돌담길에 가득
채워질 것이다. 얼굴 타지 말라고, 자외선 차단 크림을 바른다지만, 사실 올 4월 까지 연결된
계절감은 추위로 기억되는 날들이 더 길었던 거 같다. 추운건 딱 질색이다. 몸까지 굳고
감정의 각질을 벗겨낼 여백을 만들기 어려워서다. 싱그런 햇살이 쏟아진다.
서울시립미술관에 가서 최근에 시작한 전시를 봤다. 대만 현대미술전은
지난번 오프닝 파티때 가서 봤다. 오늘은 야외에서 하는 음악회를 앉아서 들었다.
현을 통해 듣는 계절의 목소리가 좋다. 야외음악회 형식을 참 좋아하는 나다. 그럴 수 밖에
많은 이들이 베네치아를 여행한 후, 여름 시즌 때 카페나 레스토랑 외부에서 연주하는
연주자들에 대한 기억을 말할 때가 있다. 다들 한 시즌 넉넉하게 벌어간다고 한다.
그런 용도는 아니지만, 미술관 야외 마당에서 펼쳐진 음악회는 친화적이고
우리들로 하여금 일상의 작은 리듬을 살피고 읽도록 밀어부친다.
젊은 학생들인지.......연주자들의 표정도 곱고
시립미술관 들어가는 초입, 꽃들이 곱다
꽃이 있어 좋다. 나이가 들어가는 증거일까?
덕수궁 돌담길 따라 걷는데, 실제로 피아노를 칠 수 있게,
멋지게 장식한 피아노를 갖다 놓았다.
영국성공회길로 접어들었다. 아담한 로마네스크 형식의 건축인데
자세히 보면 한국의 기와를 지붕에 얹었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교건축
으로 뽑히는 이 건물은 꼭대기 기와는 서양식 붉은 기와를, 아래 저층은 한국식 기와를
얹었다. 종교의 현지화 노력이 건축물에 배어든 이유라고 한다. 늦게서야 배운다.
걷다가 조선 일보 건물 앞 카페에서......
창에 비친 상대편 건물이 투영된 모습이 마치 피아노
건반은 연상시켰다. 온 세상이 두개의 패로 갈려 무섭게 서로를
공격하는 세상이다. 사실 어느쪽이, 어떤 가치관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하기엔
이제 우리사회는 상당 부분 극단적 사고가 팽배해있는 것 같다. 피아노 치듯, 그렇게 조율도
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힘든 시대일 수록 언론의 기능은 중요하다. 어떤 쪽이든.
커피 기둘리며.....멍때리는 중
자세히보니, 커피 스푼 끝에 스마일 표시가 보인다.
요즘은 이런 숨어있는 작은 것들이 눈에 잘 보인다. 늙어간다는
증거인지, 아님 눈이 좀 더 섬세해져서인지. 무심코 놓치는 일상의 풍경이
많다. 페이스북에 올리니 반응이 좋다. 사회관계망의 확장 속에 만나는 새로운 이들과
글과 이미지로 만난다. 그렇게 새로운 이웃이 탄생한다. 이웃이란 단어가 이야기와
웃음의 약자란다. 이 두 가지의 요소를 가진 이들은 어디든 인기일 것이다.
행복한 한주를 맞이해야지. 블로그 포스팅을 마치고 나니
벌써 월요일이다. 좋은 날은 없다. 지금부터, 내가 맞이하겠다고 마음
먹는 그 순간부터가 좋은 날이다. 영어문법 중 시제란게 있다. 시간의 관계를
조율하는 문법이 바로 시제다. 시간과 다르다. 여기에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내 자신을
조절하고, 내 의지를 표현하고, 내 사랑을 그리는 마음의 의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의 좋은 날은, 바로 그 의지를 어떻게 먹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리라.
커피 수저 끝편의 스마일 표시 하나에 환하게 웃는다. 웃자.